정치논리와 경제논리의 경계는 어디일까.

삼성경제연구소 류원호 수석연구원은 “경제논리와 정치논리는 칼로 무베듯 나눠지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순수한 정치논리도 경제논리도존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경제논리가 효율을 강조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분배정의나 경제윤리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예컨대 정치와 경제는 사안에 따라 그 울타리를 서로 넘나든다는 것이란 설명이다. 특정 논리로 설명이 곤란한 대표적인 예가 ‘노동 문제’다.

재계에서는 시급한 ‘노동시장 유연화’ 문제가 정치논리에 발목이 잡혀있다고 불평한다. 기업이 살기 위해서는 시장 원리에 따라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이 자유로워야 하는데 정부는 유권자들인 노동자들의 눈치보기에 바쁘다는 것이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지난 97년 초 국회에 상정됐던 ‘구조조정 특별법’을 예로 든다. 당시 의원들은 정리해고 등을 법제화하는 이 법안을 정치적 부담으로 인해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했고 결국 기업의 구조조정이 늦춰지면서 IMF체제를 부르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서울대 정운찬 교수는 “재계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노동시장의 유연성 문제보다 과잉투자에 열을 올리던 재벌들을 건전한 경제논리에 따라 규제하지 못한 것이 우리 경제를 나락에 떨어뜨린 주 요인”이었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은 최근 대규모 정리해고가 단행된 대우자동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채권단은 경제논리에 입각해 노동자들을 해고할 수밖에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유경준 연구위원은 “경제논리로 보면부도가 났고 부채가 자본을 훨씬 초과한 대우차는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라며 “회사를 연명시키며 노동자들만 거리로 내모는 것은 경제논리를 가장한 정치논리”라고 비판한다.

경제논리와 정치논리 사이에는 풀기 만만치 않은 복잡한 미로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