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상 공공연맹 위원장

지난해 12월에 치러진 공공연맹 임원선거는 예상과 달리 박빙으로 치러졌다. 세 후보조가 경합을 벌여 결선투표 끝에 이인상-이인섭(위원장-수석부위원장) 후보조가 당선됐다. 이달부터 임기를 시작한 이인상(52·사진) 위원장은 오는 31일 취임한다. 새 집행부는 연맹 사무처 간부를 기존 9명에서 15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연맹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이 위원장은 “선거기간 동안 현장을 다녀 보니 단사에서 가장 원하는 요구사항은 소통이었다”며 “회원조합 간 스킨십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 연맹 위원장 임기가 시작됐는데 소감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단위노조 활동을 하다 연맹에 오니 생각했던 것보다 연맹의 역할이 크다. 한편으로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 노조활동이 아니라 평소 하고 싶었던 노동운동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 노조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한국산업인력공단 강원지방사무소에서 근무하다 2002년 승진해 서울본부로 올라왔다. 88년에 결성된 노조에는 규약상 일반직 4급까지 가입이 가능했지만 당시에는 교사직만 가입해 있었다. 2003년부터 2004년에 조직개편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일반직 사이에 ‘이대로 있으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검정파트 총괄차장이다 보니 전국적으로 인맥이 넓어 자연스럽게 일반직들의 가입을 조직하게 됐다. 당시에는 4급까지만 가입이 가능했다. 먼저 4급 일반직을 가입시키고 2003년 12월 3급까지 집단으로 가입시켰다. 자연스럽게 본부 지부장을 맡았고, 2005년 노조 위원장에 당선됐다.”

- 연맹 새 집행부가 우선적으로 추진할 공약은.

“선거 과정에서 현장을 돌아 보니 모르는 분들이 너무 많았다. 1년에 몇 번 안 되는 연맹 회의가 큰 단사 위주로만 진행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사실 그런 조직이 있는 줄도 몰랐다. 정부의 공공부문 선진화 정책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은 단사들 역시 현안이 많다. 조직을 분과별로 세분화해 협의체를 구성하고, 연맹 전체 회의에서 목소리를 내도록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의 잘못된 공공정책을 바꿔 낼 것이다. 총선·대선 과정에서 정책제안서를 만들어 관철시킬 생각이다. 그 일환으로 공공노동정책전담기구를 신설할 예정이다.”

-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노사발전재단에서 31명의 비정규직이 계약해지됐는데.

“연맹 위원장으로서의 첫 번째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11일까지 재단 노사가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연맹이 개입할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개선해야 할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에서 오히려 법을 악용해 문자로 해고를 통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31명을 모두 원직복직시켜야 한다는 것이 연맹의 입장이다. 강력하게 투쟁할 것이다.”

이 위원장은 연맹 소속 단위 사업장 간 소통을 강조했다. 연맹 노동복지사회환경분과 위원장을 지낸 그는 “지난해 예산이 없어 분과위원회를 한 번도 개최하지 못했다”며 “연맹 위원장이 쓸 수 있는 돈을 최대한 아껴서라도 스킨십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계를 투명하게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 공공기관 노사관계에서 정부가 실질적인 사용자 역할을 하고 있는데.

“공공기관노조의 파트너는 정부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을 만들어 공공기관을 통제하면서도 교섭은 안 하려고 한다. 실질적인 교섭 파트너인데도 뒤에 숨어 꼼수를 부리고 있다. 공운법을 폐지하든지 대폭 개정해야 한다. 노동부유관기관노조 위원장을 하면서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노동부의 단협 개정요구였다. 문서로 남기지 않고 전화로 지시한다. 노조가 연대해서 뭉칠 수밖에 없다. 정부를 교섭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정치적 역량을 키우고 대산별을 건설해야 한다. 시범케이스로 노동노조가 소산별을 확대해 노동부를 교섭장으로 끌어낼 것이다. 모범사례를 만들 것이다.”

-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강화를 공약했다.

“단위노조 위원장으로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보면, 민주노총은 사회적 의제를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 속에서 끌어 가려고 노력하는 반면 한국노총은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 특히 공공연맹은 그런 역할을 못했다. 사회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게 연대다. 연맹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시민단체들은 현장에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의 화두인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도 연맹이 제대로 한 게 없다. 시민단체와 적극 연계할 생각이다.”

- 공약 중 하나가 공공부문 재통합인데.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연맹 위원장이 된 가장 큰 목적은 대산별 건설이다. 기업별노조로는 도저히 안 된다. 물론 공공연맹 안에 너무 다양한 조직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독일 베르디 사례를 보라. 서비스업종까지 모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정부의 교섭상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베르디는 정부와 교섭해 임금가이드라인도 정한다. 공공연맹은 공기업연맹과 반드시 합쳐야 한다. 당선되자마자 첫 번째로 공기업연맹을 찾아갔다.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한국노총의 민주통합당 참여를 두고 한국노총 내부에 논란이 있는 것 같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미 통합은 시작됐다는 것이다. 노조가 하나로 가야 한다. 지난해 12월8일 대의원대회 현장에 있었지만 사전준비가 철저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가장 실험적인 노동의 정치세력화 작업이 될 것이다. 녹색사민당을 창당해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집권 가능성이 보이는 정당과의 정책연대는 중요하다. 노조가 뭉쳐 하나로 가야 한국노총이 힘을 받을 수 있다.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일단 힘을 실어 줘야 한다.”

이인상 위원장은
87년에 한국산업인력공단에 입사했다. 2005년 노조 위원장에 당선됐고, 연임했다. 노동부출연기관노조협의회 의장을 지냈다. 현재 노동부유관기관노조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노조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2005년 공단의 조직개편 당시 투쟁을 떠올렸다. 당시 참여정부는 직업훈련 사업을 폴리텍대학으로 분리하는 조직개편을 추진했다. 정부는 폴리텍으로 전직하는 교사들의 정년을 줄이고 자격검정사무소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당시 배일도 의원과 국회 공청회를 여는 등 투쟁을 전개했다. 2005년 11월 국회 법사위에서 관련 법률이 통과되지 않고 계류됐다. 결국 교사직의 정년 연장, 고용안정, 공단 직원 처우개선 등 노조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조건으로 법은 통과됐다. 공단은 2006년 30억9천600만원의 처우개선 예산을 받았다.

이 위원장은 “노동부 산하기관에서 처우가 가장 열악했는데 이 시기에 처우가 많이 개선됐다”며 “노조의 대외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때 느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공공부문의 노동조합 활동에 관한 연구’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말부부인 그는 일주일 중 주말이 가장 바쁘다. 평택에 있는 부인과 함께 매주 춘천에 있는 아이들을 만나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취미는 독서와 걷기다. 골프도 못 치고 테니스도 못 친다. 그의 표현대로 '잡기'에는 능하지 않다. 대신 일주일에 3~4일은 한강에 나가 걷는다. 이 위원장은 "시간이 주어지면 일주일 내내 제주 올레길을 혼자 걷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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