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칠괴동 자동차 공장 정문 앞에 사는 멍멍이는 많이도 컸다. 1년 전, 멋도 모르고 뛰며 뒹굴던 새끼 유일이는 부쩍 자라 의젓하다. 다리도 길어 훤칠하다. 짧은 다리 어미 키를 훌쩍 넘겼다. 하지만 식탐 버릇 여전해 지난밤 고구마 굽던 난로 곁을 맴돌며 연신 킁킁댔다. 콧물 줄줄 흘리며 싸다녔다. 노조 조끼 입은 아저씨 곁에 착 붙은 이유가 뻔했다. 믹스커피, 그 부드럽고 달달한 맛을 잊지 못해서다. 종이컵에서 눈을 떼질 못했다. 야속한 사람. 그렇게 버티고 섰는데 한 방울 줄 생각을 않는다. 매캐한 담배연기만 줄곧 뿜었다. 버텼다. 예쁜 짓도 종종 해 가며 한참을 기다렸다. 끝내 한 방울, 없었다. 서운할 법도 한데 졸졸 따른다. 밥 주고 정 준 시간이 꽤나 길었다. 그 아저씨 거기 공장 앞을 오래도록 떠나질 않았다. 멍멍이는 많이도 컸다. 사무실 창에 붙은 사진은 색이 바랬고 여기저기 현수막엔 때가 깊었다. 철조망엔 녹이 번졌다. 제사상이 십수 번, 멍멍이는 젯밥을 먹고 무럭무럭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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