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민주통합당 전국노동위원장
한국노총이 참여하고 있는 민주통합당은 우리나라 제1 야당이다. 통합진보당 등 다른 야당에 비해 집권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을 만든 옛 민주당과 시민통합당에게 ‘노동’은 변방이었다. 이른바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세력이다.

소수야당인 통합진보당과 비교해 치명적인 약점이다. 최근 론스타에 대한 국정조사 등을 놓고 한국노총·금융노조와 엇박자를 내면서 민주통합당을 바라보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출범과 동시에 당헌과 강령, 조직체계 등에서 노동부문을 대폭 강화했다. 한국노총이 참여하면서 나타난 변화다. 한국노총은 민주통합당 내에서 노동 중심성을 어떻게 확보해 나갈까.

이와 관련해 민주통합당 임시지도부에서 전국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정식(50·사진)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지난달 29일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적극적인 당원 가입으로 민주통합당의 노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민주통합당의 당헌과 강령, 의결기구 노동할당, 노동위원회 등 노동부문 강화를 위한 외형이나 체계는 어느 정도 잡힌 것 같다. 어떻게 평가하나.

“강령 서문에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이 실현한 노동존중과 연대의 가치를 계승한다’고 명시돼 있다. 굉장히 중요한 표현이다. 대한민국의 여러 가지 문제 해결을 위해 ‘사람과 노동의 가치에 대한 존중’을 첫 번째 과제로 설정한 것도 그렇다. 한국사회 개혁의 중심에 노동이 자리 잡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보수정당인 민주당에서 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단순히 배지 몇 개 다는 데 그치지 않고 당의 성격을 바꿔 낼 것이다.”

- 노동위원회 확대와 강화를 야권통합정당 참여의 성과로 강조하고 있는데.

“옛 민주당의 당헌 등을 보면 노동위원회에 대한 언급은 단 몇 줄에 그친다. 지금은 노동위원회가 최고위원회 직속기구다. 정책위부의장을 추천할 수 있다. 당 대표는 노동위원회에서 제안한 정책을 국정과 당무에 반영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그동안 당원과 국민이 없었던 민주당에서 실질적인 노동정치를 할 수 있게 됐다. 한국에서 가장 큰 대중조직이 들어가 비정규직 등 국민을 위해 토론하고, 발로 뛰고 실천할 수 있는 장을 만든 것이다. 이제 한국노총이 하기 나름이다. 내용을 채우는 일만 남았다.”

- 민주통합당의 노동 중심성을 세우기 위해서는 내용을 채우는 게 가장 중요할 텐데.

“내용을 채우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참여다. 당원가입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게 해서 노동 중심적인, 노동 친화적인 당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기존 정당들은 선거를 위해 필요할 때만 국민이나 당원을 이용해 왔다. 평상시 활동이 거의 없었다. 노동계가 평소에도 당에 가입해 토론을 하고, 당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노총 자체 역량이 중요하다. 자체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이 대화하고 토론하고 자각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하나하나 실천을 하면서 ‘내가 세상을 바꿔 나가고 있구나’하는 경험을 해야 한다.

당원이 된다는 것은 돈을 낸다는 얘기다. 당의 재정이 강화될 것이다. 당원을 조직화해 단결된 조직노동의 모습을 보여 준다면, 선거 때만 찾아와서 아쉬운 소리 하지는 못할 것이다.”

- 민주통합당 내 기존 정치권이 노동을 대하는 태도는 어떤가.

“의원들을 개인별로 본다면 노동에 대해 많이 알고, 헌신성과 진정성을 가진 이들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보수정당이고 지역주의 정당이다. 한나라당이 더하겠지만 민주당 역시 노사관계와 노조, 노동을 모르고 무관심하다. 노동은 여전히 ‘잔여적이고 주변적’이다. 그러니 이제는 우리가 직접 하겠다는 것이다. 존재감이 희미했던 노동을 강령에 박아 놓고 주요 정책기조로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 최근 론스타 국정조사와 관련해 한국노총과 민주통합당이 엇박자를 냈다.

“기존의 보수정당이 노동에 대해 갖고 있는 시각을 그대로 보여 준 사건이다. (노동계가) 와서 농성하고 요구를 하면 골치 아프다고 생각한다. 노동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하고 모르고, 무능한지 보여 줬다. 국회라는 것은 이견을 미리 조정하는 것인데 (기존 정치권은) 능력이 없어 실패한 것이다. 이런 것들을 바꿔 나가야 한다. 노조에 익숙한 민주적 의사결정 문화를 당에 심어 줘야 한다.”

- 민주통합당은 제1 야당이고 집권가능한 정당이다. 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재벌·보수층과 어느 정도 타협이 불가피할 수 있다. 노조법과 비정규직 등 노동현안을 다룰 때 발목 잡힐 수도 있을 것 같다.

“민주통합당이 선거에서 이겨야 하는데, 동시에 노동계급의 이해를 대변해야 하는 그런 갈등관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결국 정치력의 문제다. 론스타 문제는 과거에 발생한 일을 해결하는 문제였다. 과거에 노동은 ‘원 오브 뎀’일 뿐이었다. 또 지금 민주통합당이 (한나라당에 비해) 소수당이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다. 이제는 정책입안 초기부터 그런 일이 없도록 만들 것이다. 다수당을 만들어 내고 정권을 재창출해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을 만들어 내겠다.

한국노총은 정책연대와 정책연합을 했다가 파기하고, 연대했던 대상을 상대로 농성한 경험이 있다. 결국 당과 노조는 연대의 관계이면서도, 긴장의 관계일 수밖에 없다. 우리의 경험을 잘 살릴 것이다.

노조의 힘이 세져야 정당의 힘도 세진다. 정치인들이 정권을 탈환하고 안정적으로 유지·관리하려면 노조를 활성화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민주통합당은 다수당이 되기 위해서는 노조법을 개정해 노조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 의원이나 공직 진출 규모에 관심이 모아진다.

“당을 바꿔 낼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게 중요하다. 여기에 뛰어들 선수들이 있어야 하니까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우리가 발굴을 못하거나 현재까지 드러난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 결국 한국노총의 역량이다. 지역부터 일상적인 활동을 통해 선수를 양성해야 한다. 그런 역할을 노동위원회가 할 것이다.”

- 민주통합당 참여에 대해 한국노총 고위 인사들의 정치권 진출에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데.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좌절, 한국노총의 정책연대 실패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하겠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의회에 다수 진출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집권하고 일상적인 실천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거의 불신 때문에 누구누구는 (의회진출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가장 잘하고 가장 잘 아는 사람을 (정치권에) 보내야 한다. 우려되는 게 있다면 절차와 제도를 바꾸면 된다.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책무는 한국노총에 있다.”

- 2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한국노총 출신 정계진출자에 대한 기준을 만들 계획인데.

“야권통합정당 참여를 결정했던 지난달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지적된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과거와 비교하면 진전된 것이다. 누구도 공감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그 기준에 부합되는 사람이 정계에 진출해야 정당성을 얻고 힘을 받는다. 이제는 (정치참여를) 한다 안 한다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하느냐의 문제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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