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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의 막장 경영과 현대차의 독려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지난 26일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유성기업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결과 70여건의 위법행위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적발 내용은 그야말로 가지가지다. 노조 사무실 출입 방해, 조합비 일괄공제 거부, 장기근속자에 대한 부당대우, 조합원 교육시간 불인정, 방독마스크 미지급, 산재 은폐, 산안보건위원회 회의 미개최, 연장근로 위반, 퇴직금·상여금 미지급 등 노동법의 모든 영역을 망라하고 있다.

물론 본 것도 못 본 척, 들은 것도 못 들은 척하기 일쑤인 노동청의 근로감독이기에 이 적발 내용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는 이번 특별근로감독이 눈에 빤히 보이는 것만 형식적으로 조사했다며 대전노동청이 좀 더 진정성 있게 조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성기업은 이러한 막무가내 노동수탈로 올해 3분기까지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운 순익을 올렸다. 지난해 3분기까지 유성기업 순이익은 36억원이었지만 올해는 68억원이다. 노조 파업으로 큰 손해를 봤다고 난리를 치더니 창사 이래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지난해보다도 올해가 더 좋다.

유성기업이 이렇게 높은 순익을 올린 이유는 간단하다. 매출은 지난해보다 22% 늘어났지만 제조비용은 그만큼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조업 상황을 아는 분들은 여기서 고개가 갸우뚱할 수도 있다. 올해 철·구리 등 원자재 가격이 대부분 올랐기 때문에 많은 제조업 기업들은 원가관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사실 유성기업도 마찬가지이기는 했다. 유성기업의 재료비 지출은 매출액 증가율보다 5%포인트 높은 27%였다.

하지만 유성기업은 재료비 인상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임금을 대폭 낮추며 제조비용을 절감했다. 명목 액수로 노동자 급여 총액은 지난해에 비해 2%가 줄었고, 물가인상률을 고려한 실질 액수로는 6% 가까이 줄었다. 노동청 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노조탄압에 성공한 유성기업은 주 12시간을 훨씬 넘어선 연장근로는 물론이거니와 이 연장근로에 대해 적절한 초과근로수당도 지급하지 않았다. 퇴직금·상여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노조가 다시 현장에 진입하기 이전에는 거의 노예노동에 가까운 상태로 공장을 운영했다.

사측은 노조 파업으로 공장 가동일이 줄어 임금 지급총액이 줄었다고 말하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다. 유성기업은 엄청난 노동강도 상승을 통해 지난해보다 2% 많은 실린더라이너를 생산했다. 피스톤링의 경우 3분기까지 약간 생산이 줄기는 했지만 이마저도 대부분 10월 이후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공장 가동일이 줄었건, 늘었건 상관없이 생산량이 늘었으면 응당 급여지출도 늘었어야 정상이다. 생산량과 매출액 증가율에 비해 임금지출이 줄었다는 것은 유성기업 사측이 노조 탄압 이후 노동강도는 높이고 임금수준은 낮췄다는 증거에 다름 아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지난 5월 유성기업 직장폐쇄와 노조탄압에 직접 관여했던 현대자동차다. 현대차 자본은 마치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의 노조탄압에 대해 상을 내려 주는 양 유성기업 납품단가를 크게 올려줬다. 현대차는 직장폐쇄·노조탄압 이후에 피스톤링 납품단가를 5% 올렸고, 실린더라이너는 4% 올렸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각각 26%와 14%가 인상된 수준이다. 유성기업이 현대차에 납품하는 제품들은 2009년에는 5% 단가가 인하됐고, 지난해에는 동결됐던 점을 감안하면 그 수준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유성기업 생산 문제로 5월 말 현대차 라인 일부가 멈췄는데, 보통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하청기업이 엄청난 페널티를 짊어지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원청과 하청 양측이 노조탄압을 매개로 공생하는 역설이 벌어졌다. 노조탄압에 성공한 유시영 회장은 한편에서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에 대한 초과 착취를 통해, 다른 한편에서는 현대차 자본의 노조탄압 격려금조인 납품단가 인상을 통해 자신의 호주머니를 채웠다.

올해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은 장기간 야간노동 문제를 사회적 쟁점으로 만들어 냈다. 그리고 최근에는 노동부까지 나서 교대제 개편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현대차는 2013년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주간연속 2교대제를 사회적 쟁점으로 만들어 낸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현대차 자본과 유성기업 경영진의 노조탄압 속에 야간노동 철폐는 고사하고 더욱 가혹한 장시간 노동, 고강도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

금속노조의 2012년 핵심사업인 주간연속 2교대제 투쟁은 다시 유성기업을 상대로 한 투쟁에서부터 실마리를 찾아봐야 한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투쟁은 원하청 문제와 교대제 문제가 교차하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중심에 있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한지원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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