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석 기자


올해 9월 미국 뉴욕 맨해튼 월가 입구인 주코티 공원에 사람이 하나 둘 모여들더니 곧 수백·수천명을 넘어섰다. 그들이 외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구호는 미국 맨해튼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했다. 이들은 "1%에 불과한 금융자본의 이익을 위해 99%가 수탈당하고 있다"며 저항을 선언했다. 금융자본주의가 태생했고, 그것을 세계로 확산시킨 미국 월가. 그곳에서 저항이 시작되고 역시 세계로 확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우리나라에도 반월가 시위가 "서울을 점령하라", "여의도를 점령하라"는 시위로 상륙했다. 10월15일 세계 82개국 1천500여개 도시에서 'Occupy 국제공동행동의 날’ 행사가 열릴 당시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에는 시민 1천여명이 모여 '1%에 맞서는 99%의 분노, Occupy 서울행동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그 후에도 투기자본감시센터·금융소비자협회·금융피해자 등이 '금융수탈 1%에 저항하는 99%'라는 모임을 만들어 이달 22일까지 11차례에 걸쳐 여의도 점령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투기자본 규제와 금융공공성 강화는 물론 투기자본의 희생양이 된 쌍용차 해고자 문제 해결 촉구까지 투기자본과 관련한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다뤘다.

73일간 이어졌던 미국 시민의 월가 점령시위는 11월30일 시위의 진원지였던 주코티 공원 시위대가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된 후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유럽에 비해 시위가 활발했던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1%는 월가(금융자본)가 맞지만, 한국의 1%는 재벌"이라며 "재벌인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맞서 시민이 자발적으로 일어섰던 희망버스가 바로 한국판 월가 점령시위였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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