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됐다. 지난달 22일 한나라당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면서 본회의장 의장석을 기습 점거한 뒤 회의 시작 5분 만에 한미FTA 비준안을 전격 처리했다. 미국 의회가 한미FTA 이행법안을 처리한 뒤 41일 만의 일이다.

이 시각 당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이 뒤늦게 달려왔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다만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려 이슈가 됐을 뿐이다.

한나라당이 한미FTA 비준안을 강행처리하기에 앞서 여야는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던 중이었다. 야당은 ISD 폐기를 전제로 재협상을 요구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발효 후 3개월 내 ISD 재협상을 요구하겠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한미 양국 간 ISD 폐기나 유보를 위한 재협상을 즉시 실시한다는 서면합의서를 받아오라”며 실효성 있는 약속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이를 거부했고, 결국 야당을 따돌린 채 한미FTA 강행처리라는 악수를 뒀다.

야당은 등원을 거부하고 거리로 나갔고,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와 같이 매 주말마다 광화문 일대에서 집회를 이어 나갔다. 거리정치는 채 한 달을 가지 못했다. 민주통합당은 이달 20일 한나라당과 국회 정상화에 합의하고 국회로 복귀했다.

여야 합의사항에 ISD 폐기·유보·수정을 포함하는 ‘한미FTA 비준안 재협상 촉구 결의안’ 채택이 들어 있지만 얼마나 실효성을 갖출지는 의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발효 시점이다. 정부는 내년 1월1일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사회 진영은 지금이라도 발효절차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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