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기자

국내 ‘조선산업 1번지’로 불리는 한진중공업의 구조조정은 지난 2009년 6월부터 본격화됐다. 조선업종에 불어닥친 글로벌 불황의 여파로 하청업체들이 집단 폐업하기 시작했다. 한진중은 그해 12월 국내 조선사 중 처음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구조조정은 2010년에도 계속됐다. 한진중은 지난해 3월 울산조선소 직원 170여명을 부산 영도조선소로 전환배치하고, 석 달 뒤 울산조선소를 폐쇄했다. 그 뒤 임금삭감을 추진하고 희망퇴직 계획을 발표됐다. 같은해 12월에는 생산직 400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밀어붙였다.

해가 바뀌고 한진중 해고자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올해 1월 영도조선소 내 35미터 높이의 지브크레인 85호기 조종실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그러나 한진중은 2월 생산직 172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대규모 정리해고가 현실화되자 국회 등 정치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3월 야5당은 한진중 사태 등 5대 노동현안에 대한 국회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고 나섰다. 6월에는 이채필 고용노동부장관이 한진중을 방문해 노사에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희망버스’라는 대중적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희망버스는 이후 5차례나 계속되며 자발적 대중운동의 가능성을 보여 줬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서울 대한문 앞에서 ‘희망단식’을 벌이며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8월 한진중 사태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개최했다. 이어 9월 야4당은 ‘한진중 국정조사특위’ 구성을 결의하면서 한진중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그 결과 10월에 한나라당이 포함된 국회 차원의 권고안이 채택됐다. 권고안에는 ‘(희망퇴직을 하지 않고 남은) 정리해고자 94명 1년 내 재고용, 생계비 지급’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리해고자들은 11월10일 국회 권고안을 수용했다. 김진숙 지도위원도 이날 고공농성 309일 만에 땅을 밟았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