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노무사

대상판례/ 헌법재판소 2011헌가34 결정

1. 사건의 개요

피고인 한국마사회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위반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소돼 유죄를 선고받자(2007고정563) 항소를 제기해 항소심이 계속 중이었다(2009노2419). 제청법원은 위 상소심 계속 중 구 파견법(2006년 12월21일 법률 제807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5조 중 ‘법인의 대표자가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해 제44조 제1호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그 법인에 대해서도 해당 각 조의 벌금형을 과한다’는 부분이 위헌이라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2011년 9월5일 직권으로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2011년 11월24일 재판관 5인의 의견으로 심판대상 조항인 위 파견법 제45조 양벌규정은 헌법에 반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했고, 이에 관해 재판관 3인은 책임주의원칙에 반한다는 반대의견이 있었다.

2007년 11월 29일 양벌규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1) 이후 파견법 제45조의 양벌규정을 개정한 바 있음에도 이 사건 결정은 대표자의 위반행위를 이유로 법인을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대한 합헌결정들(2009헌가25등, 2010헌가61) 의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2. 심판의 대상 및 결정요지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파견법(1998년 2월20일 법률 제5512호로 제정되고, 2006년 12월21일 법률 제807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조항 중 제45조(양벌규정)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해 제42조 내지 제44조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해서도 해당 각 조의 벌금형을 과한다’는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였다. 제청법원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해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아니하고 형벌을 부과하는 것으로 헌법상 법치국가의 원리 및 죄형법정주의로부터 도출되는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위헌제청을 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법인 대표자의 위반행위가 인정되는 경우 영업주인 그 법인에 대해 책임을 묻는 양벌규정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해서 “법인은 기관을 통해 행위를 하므로 법인이 대표자를 선임한 이상 그의 행위로 인한 법률효과는 법인에게 귀속돼야 하고, 법인 대표자의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법인 자신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부담한다”며 “법인 대표자의 법규위반 행위에 대한 법인의 책임은 법인 자신의 법규위반 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행위에 대한 법인의 직접책임으로서 대표자의 고의에 의한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법인 자신의 고의에 의한 책임을, 대표자의 과실에 의한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법인 자신의 과실에 의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다”고 결정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대표자의 책임을 요건으로 해서 법인을 처벌하므로 책임주의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양벌규정에 대한 합헌 결정(2009헌가25등, 2010헌가61)의 입장을 다시 한 번 확고히 했다.

3. 파견법상 양벌규정의 개정과 문제점

2008년 1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당시 위원장 추미애)는 8건의 노동부 소관 법률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양벌규정’ 정비와 관련해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결국 2009년 5월21일 양벌규정 조항이 개정됐다. 당시 개악된 파견법의 개정 이유는 사용자 처벌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든 개정이유는 “양벌규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헌재 2007. 11. 29. 2005헌가10) 취지에 맞게 사업주 등이 그 종업원 등에 대한 관리·감독상 주의 의무를 다한 경우에는 처벌을 면하게 함으로써 양벌규정에도 책임주의원칙이 관철되도록 하려는 것”이었다.2) 파견법 제45조(양벌규정)에는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업무에 관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면책규정을 추가했다. 한편 법무부는 파견법 양벌규정 개정이유와 같은 근거를 대며 2010년 1월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포함해 110여개 법률의 양벌규정을 개정했다. 개정작업을 통해 추가된 면책규정에는 ‘상당한 주의 또는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은 경우’라는 표현이 포함됐다. 종업원의 선임이나 감독상의 과실을 법인 또는 개인인 영업주의 처벌근거로 삼는 과실책임설을 엄격히 적용한 것으로 보는 태도도 있다.3)

그러나 이 사건과 같이 피고인이 근로자파견 대상업무가 아닌 시설물 유지관리 등의 업무에 근로자를 파견한 것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은 경우’로 볼 여지는 없다. 그럼에도 과실책임을 물어 처벌하는 것을 두고 책임주의원칙을 들이대는 것이 합당한지 의문이다. 또한 양벌규정에 면책조항을 추가한 마당에 법인의 처벌을 면책하려면 개별 법규의 입법취지와 목적에 부합되는지를 따져야 할 것이다. 처벌의 면책은 양벌규정의 취지4)에도 어긋난다. 또 파견근로자를 보호해야 할 파견법이 갖는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다른 법률처럼 일률적으로 면책조항을 추가해 사업주의 책임과 처벌을 완화하는 것은 파견근로자 보호라는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파견법 위반으로 기소된 법인의 행위가 법인을 대표하는 자연인인 대표기관의 의사결정에 따른 행위로 실현됐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즉 “법인은 직접 근로자파견 대상업무에 관한 규정을 위반해 근로자파견 업무를 제공받는 범행의 주체가 될 수 없고 대표자의 행위를 매개로 해서만 범행을 실현할 수 있으므로, 대표자의 행위를 곧 법인의 행위로 보고 법인을 처벌하는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파견법 양벌규정에 면책조항을 추가해야 할 이유는 없다.

4. 결론

자본은 법인이라는 구조를 통해 그 실체를 이루고 노동을 지배한다. 여기서 지배당하는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 노동관계법이다. 하지만 파견법은 노동에 대한 이중적 착취구조를 합법화했다. 파견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파견노동자의 보호에 있지 않다. 사실상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인 자본을 육성하고 보호하는 데에 입법목적이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비정규 노동자들이 현대자동차가 사용자라고 주장하며 목숨을 끊어 가면서까지 투쟁할 수밖에 없게 만든 법률이 파견법이다. 최근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 노동자의 원청사용자성 투쟁을 부산지노위에서 일부 기각 판정한 근거 또한 파견법이다. 파견법은 근로자파견사업의 운영과 원활한 인력수급을 목적으로 자본을 보호하는 법이기에 파견법을 위반하는 주체는 자본이지 노동이 될 수 없다. 국가형벌권의 작동은 자본의 전일적 지배구조 자체로 향해야 한다. 즉 법을 위반하는 자본 그 자체를 처벌해야 하며 법인과 그 실무자 외에 경영진까지 파견법으로 처벌할 수 있어야 양벌규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것이다. 이 사건 결정은 파견법을 이루고 있는 양벌규정에 관해서만 합헌을 결정했다. 헌재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지 않는 파견법을 위헌이라 결정하지 않기에 여전히 파견법은 존재한다. 또한 양벌규정에는 면책조항이 추가됐다. 이 사건 결정처럼 개정 전의 파견법상 양벌규정이 합헌이라면, 현행의 면책조항이 존재하는 양벌규정은 위헌이라야 마땅하고 그 면책조항은 삭제돼야 한다.


각주)

1)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6조에 대한 위헌결정을 말함(헌법재판소 2007년 11월29일 선고 2005헌가10 전원재판부).
2) 법제처,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법률 제9698호, 2009년 5월21일 일부개정) 개정이유 참조.
3) 조명화·박광민 ‘양벌규정과 형사책임’ 281면. 법학논총 2010, 숭실대학교 법학연구소
4) 양벌규정은 법인이나 개인이 제2의 개인을 사용해 범죄행위를 한 경우 행위자뿐만 아니라 해당 법인이나 개인도 처벌하는 규정으로 여기서 행위자만을 처벌해서는 범죄에 대한 적절한 형벌을 부과할 수 없게 되고 범죄행위의 재발방지라는 형사정책적인 측면에서도 그 실효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어 폭넓게 양벌규정이 도입되고 있다(전형배 ‘산업안전보건법 양벌규정 개정에 관한 연구’ 367면.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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