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윤성 공인노무사

올해 7월1일은 단일사업장 내에 복수노조가 허용된 역사적인 날이다. 헌법 제33조에 엄연히 존재했지만 군사독재정권 내내 금지됐고, 군사정권 이후에도 여러 상황으로 인해 실현되지 못했던 복수노조가 드디어 허용된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은 듯하다. 교섭창구 단일화 규정 때문이다. 단체교섭을 할 때 복수노조가 반드시 하나의 창구만으로 교섭을 하도록 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의 규정이 바로 그것이다.

이 규정은 다수의 조합원이 소속된 노조(다수노조)가 교섭대표노조로 인정받게 되면 단체교섭시 소수노조는 교섭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돼 있어 결국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이 침해받도록 돼 있다. 즉 덩치 큰 노조가 힘으로 밀어붙이면 이제 막 생겨난 노조는 제 목소리 한번 일갈하지 못하고 숨 죽이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간 복수노조에 따른 교섭방식은 크게 세 가지가 있었다. 자율적 교섭제와 과반수(배타적) 대표제, 그리고 비례대표제다. 노동계는 줄곧 노사가 자율로 교섭방식을 정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해 왔다. 즉 교섭창구 단일화를 할지, 단일화를 하면 어떻게 할지, 단일화를 안 하면 또 어떻게 할지 등등을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하자는 것이다.

이에 반해 정부측은 사용자측의 이중교섭이 우려된다며 줄곧 과반수교섭대표제를 주장했다. 이는 머릿수가 많은 노조가 대표권을 갖고 단체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대표적으로 미국에서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결국 정부측의 고집이 승리(?)했고, 복수의 노조가 단체교섭을 하고자 할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를 반드시 해야 하며, 단일화를 하지 않은 경우 단체교섭에 불응하더라도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되지 않게 됐다. 그러나 과반수노조의 경우 교섭대표가 되는 것이 시간문제일 뿐이라면 굳이 단일화하기 위해 소수노조와 대화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애당초 노조법은 노사 양자의 자율성을 중하게 여긴다. 근로기준법을 위시한 개별적 근로관계법(개인 vs 회사)은 그 범주에 십수 개의 법이 있는 반면 노조법을 위시한 집단적 노사관계법(노조 vs 회사)은 서너 개에 불과한 것이 그 방증이다.

이는 곧 힘이 미약한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개개의 사안에 개별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수많은 법률이 필요한 반면 노조의 힘이 뒷받침되면 문제발생시 노와 사가 대등한 힘의 균형을 통해 자율적으로 해결하라는 입법자의 뜻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노조법은 노사 양자의 자율성보다는 교섭창구의 강제적인 단일화라는 '외부적'인 법적 통제를 선호하는 듯하다. 예상컨대 교섭창구 단일화는 분명 크나큰 노사분쟁을 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이고, 이에 '외부적'인 국가 권력이 또다시 개입될 것이다. 국가 권력이 노사관계에 개입해 평화적으로 노사문제가 해결된 경우는 거의 없다. 국가 권력은 대부분 폭력을 수반하고, 폭력에 의한 해결은 많은 상처와 또 다른 분쟁의 불씨를 남기게 될 뿐이다.

강제적인 교섭창구 단일화로 인해 ‘조합원 빼오기’ 같은 노노 갈등, 특정노조의 우대를 통한 부당노동행위, 사용자의 개입을 통한 교섭대표노조 장악 등이 우려되고 있다. 또한 그간 자본의 행태를 통해 그러한 만행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래서다. 이제 제발 노사관계에서 자본의 입장만 대변하며 법과 제도를 짜맞추는 작태는 그만둬야 한다. 노사관계 문제가 자율적·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이제 외부적·강제적인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폐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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