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으로 절대로 발생해서 안 되는 이런 후진적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안전·보건상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을 분리해 도급(하도급)을 주는 원청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예전에는 정규직이 했던 위험한 작업들이 하청으로 떠넘겨졌기 때문이다. 설사 도급을 주더라도 원청은 하청 노동자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고는 △원청인 철도공사가 하청 노동자들에게 열차가 다니는 시간이라도 통보했다면 △열차의 운행을 감시하는 감시인을 배치했다면 △하청과 원청 간에 위험을 알리는 신호체계가 있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그러면 재발을 막기 위해 원청 사업주를 법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우리 법에는 하청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는 원청 사업주의 의무가 거의 마련돼 있지 않다. 법에는 오직 위험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없는 영세한 하청 사업주만을 처벌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번과 같은 사고를 예방하려면 하청사업주가 △열차 배치시간을 조정하고 △하청과 원청 간에 위험을 알리는 신호체계를 구축하고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열차만 감시하는 감시인을 배치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것이 가능할까. 하청노동자의 사망이 계속 증가하는 이유는 원청에서 하청으로 위험을 전가하는 구조가 법·제도로 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유럽의 여러 국가들과 가까운 일본은 하청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원청 사업주의 의무를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원청 사업주 의무에 관한 영국 법 내용에 대한 소개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주요 내용은 이렇다. 도급시킬 일의 특성을 명확히 평가해 둬야 한다. 적절한 도급을 선정해야 한다. 적절한 재하청을 선정해야 한다. 하청이 재하청의 적합성을 평가할 만한 효과적인 절차를 갖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도급작업에 대한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고, 작업으로 인해 근로자(자영업자 포함) 건강과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예방과 보호대책을 수립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청 노동자들에게 안전과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안전규칙과 절차 등을 포함해 작업에서 비롯되는 위험에 대한 명확한 정보와 지도, 그리고 훈련에 대한 모든 사항을 제공해 줘야 한다. 원·하청 관계에서 모든 당사자 간에 협조와 조율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노동자들과 함께 보건과 안전 문제에 대해 협의해야 한다. 도급작업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와 예방조치가 어떻게 취해질 것인지 등에 대해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감독해야 한다. 도급업체의 보건·안전 실적을 모니터해야 한다. 작업 관련사고와 질병, 위험 상황 발생 등은 관련 책임자에게 보고하고, 노동자들과 공유해야 한다. 만약 안전·보건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면 사업주는 관련 요건이 충족될 때 까지 도급업을 중지시킬 필요가 있다. 사업주와 도급은 작업이 완료된 후 향후 실적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평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