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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에 58시간 일하는 버스노동자, 승객 안전도 빨간불노사정위 근로시간특례업종 개선논의 시작, 해결방안 마련할 수 있을까
   
 

최근 자동차 제조업계의 장시간 노동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주야 맞교대에다 주당 평균 55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 노동자들이 수면장애 등 각종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버스와 같은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버스운전 종사자 중 80% 이상이 40~60대일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한데도,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58시간으로 자동차 제조업계보다 길다. 특히 제조업체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은 개별 노동자의 건강 문제에 영향을 미치지만 버스운전사들의 장시간 노동과 과로는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

게다가 운수업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특례조항(59조)에 묶여 노사가 서면 합의할 경우 법정 연장근로 제한시간인 주 12시간을 넘어선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올해 8월 근로시간특례업종 개선위원회를 만들고 최근까지 8차례 회의를 거쳐 해법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40~60대가 86%, 근로시간도 길어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전국자동차노조연맹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시내·시외·농어촌버스 등 버스업계 종사자는 9만5천615명이다. 전국 525개 버스업체에서 4만3천861대의 버스를 운행하는데, 이 버스를 운전하는 노동자는 7만9천378명이다. 연맹이 7~8월 버스노동자 1천19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나이는 50대가 42.6%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39.2%였다. 60세 이상은 4.9%로 40~60대가 86.7%에 달해 다른 산업에 비해 고령화가 빨리 진척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30대는 10%대에 불과했다. 버스 운전경력은 20년 이상이 26.6%로 가장 많았고 15~20년이 24.1%로 뒤를 이었다.

특히 이들은 하루 근로시간이 길 뿐만 아니라 월 평균 근로일수가 많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들의 출·퇴근시간을 포함한 하루 평균 근로시간은 14~18시간이 29.2%로 가장 많았고, 10~14시간이 24.5%, 18~24시간도 14.1%로 나타났다. 월 근로일수는 21~25일이 49.6%, 16~20일이 27.8%, 11~15일이 11.8%였다. 연맹은 이와 관련해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근로시간을 산출한 결과 버스노동자들이 월 평균 254시간, 주당으로는 58.7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버스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을 산정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출발시간이 동일하더라도 교통사정이나 날씨에 따라 하루 운행시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적게는 하루 1시간에서 많게는 3시간까지 보장되는 휴게 혹은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할 것인지 여부도 노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연합회가 올해 4월 조사한 결과에서는 출·퇴근시간과 휴게·대기시간 등을 포함한 버스노동자의 월 평균 근로시간은 299시간으로 법정근로시간 기준(226시간)보다 73시간 길었다. 휴게시간 등을 제외한 실근로시간은 240시간으로 집계했다.

이처럼 버스노동자의 평균 근로시간은 조사 기관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그러나 버스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노출돼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버스노동자 과로가 사고 불러

버스업종 내에서도 시내·시외·농어촌 등 버스종류별이나 근무형태 등에 따라 월 평균 근무일수나 시간이 다르다. 시내버스 운전사 중 격일제로 일하는 노동자들은 일일 근무시간이 16시간42분에 달할 정도로 장시간 노동을 한다. 반면 월 근무일수는 15.2일로 전체 평균(20.8일)보다는 짧았다. 하루에 집중적으로 일하고 그 다음날 장기 휴식하는 근무체제로, 과로에 따른 사고가 우려되고 있다.

이처럼 격일제로 일하는 버스노동자는 전체의 5분의 1인 19.8%에 달했다. 농어촌버스는 월 평균 근로시간이 279시간43분으로 다른 버스운전사에 비해 근로시간이 가장 길었다.

버스운전사들의 이러한 과노동은 교통사고 등 승객에게 위협으로 다가갈 소지가 크다. 버스노동자의 74.5%가 버스 운행 중 애로사항으로 '장시간 근로'를 꼽았다. 시내버스 운전사들은 대다수인 91.5%가 장시간 노동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전체 버스노동자의 73.9%(약간 피곤 44.5%·매우 피곤 29.4%)가 피곤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교통사고의 원인으로도 고속버스 노동자의 32.9%, 시외버스 노동자의 32.7%가 '과로'를 1순위로 선택했다. 시내버스는 44.6%가 배차시간 부족을 꼽았고 14.9%가 과로를 꼽았다.

버스업종도 교대제 개편 시급

버스 노동계는 버스종류별이나 근무제별로 장시간 노동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지섭 연맹 정책실장은 최근 노사정위 근로시간특례업종 개선위원회에서 "시내버스 중 1일 2교대제는 광역시 이상 버스준공영제를 실시하는 지역에서 주로 채택하고 있다"며 "버스노동자들이 오전과 오후로 나눠 9시간씩 일하고 있고 월 근로시간도 216시간 내외로 특례제도를 적용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격일제 근무나 ‘2일 근무 1일 휴식제’인 복격일제·하루 12시간 이상을 일하는 전일근무제와 같은 근무체계하에서는 대부분의 버스노동자들이 월 법정근로시간인 226시간 이상을 일하고 있었다. 현재로선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특례 적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러한 교대제는 버스종류별로 적용실태가 달랐다.

오 실장은 "1일 2교제를 도입하지 않은 지역(혹은 버스업체)에서는 장시간 노동체제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일부 시외버스는 월 294시간, 주당 67.7시간을 일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버스노선이 길면 버스 운전시간도 비례해 길어질 수밖에 없는 버스업의 특성상 일괄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는 없겠지만 월 평균시간을 기준으로 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복격일제나 전일근로제 등에 따른 연속근로는 과로를 가져오고 가수면 상태에서 졸음운전을 하기 때문에 교통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운전사의 건강보호뿐만 아니라 안전운전을 위해서라도 최소 하루 10시간의 연속휴식시간을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2008년 말에 나온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격일제로 일하는 버스노동자는 1일2교대제로 일하는 운전사보다 78% 이상 많이 교통사고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사 이견 팽팽, 그러나 해법 마련 필요

하지만 버스업계 교대제 개편논의는 버스운송업자들의 반대에 가로막혀 있다. 연합회도 버스노동자의 장시간 노동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버스종류별로 사정이 다른 데다, 인력확충 등 막대한 비용이 들어 개선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연합회는 최근 노사정위에 제출한 자료에서 "버스준공영제가 시행되는 대도시나 시내버스업체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에 힘입어 1일 2교대제 개편이 이뤄지고 있다"며 "농어촌버스의 경우는 근로자의 처우가 좋지 않아 운전사 자체가 부족해 현 근무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합회는 "버스준공영제 확대로 버스업체의 경영난이 완화하고 운전사들의 근로조건이 개선된다면 근로시간 단축 등을 위한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이 있는 만큼 현 근로기준법 59조 특례조항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스 노사가 버스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 이처럼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어 해법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노사정이 버스노동자의 장시간 노동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만큼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봉석  seok@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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