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과반수노조에 교섭대표권을 부여하는 우리나라의 복수노조 제도는 국제기준에 부합할까. 이에 대해 노동계와 정부의 주장은 엇갈린다.

노동계는 교섭창구 단일화를 사실상 강제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기준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정부는 미국이나 프랑스에서도 과반수노조나 다수노조에 교섭권을 부여하기 때문에 국제기준에 적합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양대 노총과 독일의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은 14일 오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국제비교를 통해 본 한국 노동기본권 실태와 노조법 개정방향’을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국제노동기준과 한국 노조법상 단체교섭권 제한의 문제점’을 주제로 발표한 롤랜드 슈나이더 경제협력개발기구 노조자문위원회(OECD TUAC) 선임정책위원은 “한국의 노조법 일부조항은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을 준수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ILO 협약 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와 154호(단체교섭 촉진에 관한 협약)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슈나이더 위원은 “과반수노조에 교섭대표권을 주도록 한 한국의 노조법이 소수노조의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며 “사용자와 노동위원회에 많은 권한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반해 장 마리 뻬르노 프랑스 사회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소수노조에도 교섭권을 부여했다가 최근 제한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프랑스 사례를 소개했다. 프랑스의 경우 1950년에 복수노조 제도를 도입해 노조 규모와 무관하게 교섭권과 체결권을 줬고, 소수노조가 체결한 협약이 특정 지역에 적용되도록 했다. 그러나 2008년 법을 개정해 지지율 10% 이상의 노조에만 교섭권을 주고, 산별교섭에는 8% 이상의 지지를 받은 노조만 참가하도록 했다. 30% 이상 지지를 받은 노조가 체결한 단협만 유효한 것으로 인정했다.

장 마리 뻬르노 선임연구원은 “시간이 지나면서 대규모 노조의 교섭권이 박탈당하고, 사용자들이 소수노조와 협약을 체결하는 일이 발생해 법을 개정했다”며 “사용자가 다수노조를 통해서만 협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이는 한국은 반대의 경험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다수노조를 존중하고 복수노조의 표출을 고려하는 것 사이에서 타협책을 찾는 것은 한국과 프랑스의 공통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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