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와 서울시공무원노조가 지난 9일 인사제도를 두고 합동토론회를 열었는데요. 이 토론회에 참여한 일선 공무원들의 말솜씨가 어느 정치인 못지않게 뛰어나 눈길을 끌었다고 합니다.

- 이 토론회에서는 오세훈 전 시장이 도입했던 성과포인트제와 같은 성과·역량 중심의 인사제도가 주로 비판을 받았는데요. 시 행정직을 대표해 토론자로 참여한 이희세 주무관은 "토론회에 참석하면서 다른 공무원들에게 의견을 물어봤다"면서 성과포인트제를 '고리 뜯기 포인트제' 혹은 '삥땅 뜯기 포인트제'라고 소개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고 합니다.

- 성과포인트는 승진 시 반영되는 점수로, 해당 부서의 부서장(과장)이 자체 평가를 통해 직원에게 지급하고 있는데요. 실제로는 공직사회 분위기상 연공서열 위주로 주고 있기 때문에 일부가 이를 독식하면서 다른 이에게 돌아갈 몫까지 챙겨 '고리' 혹은 '삥땅' 뜯기라고 불리고 있다는 것이지요. 또 반대로 이 제도가 고위공무원들에 대한 하위공무원의 줄서기를 강요하기 때문에 고위직이 하위직을 '삥땅 뜯기' 좋은 제도라는 설명입니다.

- 이와 관련해 김영목 서울시공무원노조 제2수석부위원장은 "서울시 인사는 '끼리끼리'와 '라인인사'로 점철돼 있다"며 "토론회에 외부 인사들이 있어 말하기 어렵지만, 인사 청탁이 공공연하게 만연돼 왔다는 점은 시 공무원 대다수가 인식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고 합니다.


천망회회 소이불실? 누가 누구를 탓하는가

-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의원이 11일 내년 총선에서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최근 그의 최측근 보좌관이 거액의 돈을 수뢰했고, 그 돈이 어디로 흘러 들어갔는지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요.

- 이상득 의원이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면서 노자가 ‘도덕경’에서 얘기한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 疎而不失)’이라는 문구를 들어 심정을 밝혔는데요. 하늘의 그물은 넓고 넓어서 성기지만 놓치는 법이 없다는 뜻입니다. 죄 지은 자,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겁니다.

- 이상득 의원이 이 말을 하기 직전에 한 얘기는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국가적 외교현안과 자원외교에 전념했는데 대통령의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온갖 억측과 비난을 받을 때에는 가슴이 아팠다”는 말이고요. 다른 하나는 “보좌관의 불미스러운 일로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는 것입니다.

- 천망회회는 자신을 배신한 이를 탓하며 사용되기도 했는데요. 배신한 너희도 언젠가는 당하게 될 것이라며 저주를 퍼붓는 거죠. 온갖 억측과 비난으로 자신을 밀어내고 있는 한나라당 쇄신파들을 지칭한 뜻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누구를 탓할 수 있겠습니까.


민주당이 가야할 곳은 어디?

- 지도부가 붕괴된 한나라당 못지않게 민주당도 내홍을 겪고 있습니다. 통합정당을 둘러싸고 대의원 간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는 등 앞으로도 갈등을 수습하는 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됩니다.

- 지난 8일 여야 원내대표가 12일 임시국회 소집을 합의한 것과 관련해 타 야당과 시민단체의 비난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들끓고 있습니다. 정동영 최고위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민주당 날치기FTA무효화투쟁위원회는 지난 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야 원내대표 합의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는데요.

- 이들은 “지금 민심은 여의도 의사당이 아닌 광장에 있다”며 “민주당이 합의해야 할 대상은 한나라당이 아니라 분노한 시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이어 민주당이 이날 가진 의원총회에서도 국회 정상화 합의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는데요. 이 자리에서도 합의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해집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결국 의총에서는 의견을 모으지 못했는데요. 12일 다시 의총을 열어 의원들의 의견을 모두 들어보고 최종 입장을 정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스스로 붕괴하고 있는데도 그 반사이익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듣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곧 비대위 출범과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는 등 쇄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데요. 민주당도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하지 않을까요.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