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미 기자

법원이 두 차례에 걸쳐 선거중지 가처분결정을 내렸는데도 KT노조는 8일 임원선거를 실시했다. 위원장에 출마한 기호 1번 후보에 대한 찬반투표였다. 노조의 1차 선거 공고 당시 후보로 등록했던 기호 2번·3번 후보는 같은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가 노조 임원선거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지난달 28일 첫 번째 선거중지 가처분결정을 내렸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입후보자 등록에 관한 사항을 공고하지 않아 선거관리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노조 선관위가 선거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입후보자 등록 공고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석연치 않지만, 법원이 노조의 선거를 중지시킨 사례는 매우 드문 경우여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기호 2번·3번 후보는 집행부·선관위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수립을 요구했다.

노조는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선거를 중지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선거가 예정돼 있던 지난달 30일 당일에 급하게 선거관리규정을 바꾸고 총회공고와 함께 입후보자 등록공고를 냈다. 1차로 후보등록을 했던 후보자들이 받은 추천서명을 그대로 인정했다.

가처분신청 당사자인 조아무개 지부장은 기자에게 “선거 절차를 새로 밟아야 한다”며 “세상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달 3일 다시 선거중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같은 법원은 두 번째 가처분신청도 받아들였다. 역시 이례적이었다. 법원은 “위법한 상태에서 이뤄진 입후보등록이 여전히 유효함을 전제로 신규 입후보자의 유무에 따라 선거일을 달리하는 것은 선거관리규정을 위반한 절차상 위법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 지부장은 가처분결정이 난 이튿날인 7일 오후 가처분신청을 취하했다. 소송대리인에게 취하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다. 기호 2번·3번 후보들은 부랴부랴 다시 7일 밤 같은 내용으로 선거중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은 8일 오전 이를 기각했다. 같은 법원, 같은 가처분신청 내용이었다. 법원의 기각 이유는 딱 한 줄이다. "이 사건 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기각)과 같이 결정한다." 신청의 이유가 없다는 게 기각 이유라니 무슨 소리인가. 조 지부장은 이후 연락두절이다. 그의 말대로 '세상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편의 막장드라마 같은 선거 과정을 지켜본 기자는 궁금해졌다. 드라마를 연출한 사람은 과연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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