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창근 금융노조 씨티은행지부 위원장

씨티은행에는 두 개의 노조가 공존한다. 한미은행과 씨티은행은 지난 2004년 통합했다. 옛 한미은행 출신 조합원들이 주축인 금융노조 씨티은행지부와 옛 씨티은행 출신 조합원들로 구성된 씨티은행노조가 있다.
씨티은행지부 조합원은 3천여명이고, 씨티은행노조 조합원은 200여명이다. 1천여명 규모의 비정규 노동자들은 양쪽 어느 조직에도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노조 통합과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은 지부의 숙원사업이었다.

두 노조 집행부는 내년 3분기 통합을 목표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씨티은행지부는 최근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씨티은행 본점에서 만난 진창근(40·사진) 씨티은행지부 위원장은 임기 중 주요 과제로 ‘노조 대통합’을 꼽았다.


“지부 가입률 80%까지 끌어올릴 것”

지부는 지난달 25일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을 위한 전국 순회 간담회를 시작했다. 씨티은행의 전체 무기계약직 612명 중 가입대상은 자발적 연봉계약직들을 제외한 창구전담텔러·일반사무계약직인 465명이다.

“전 집행부에서도 고민을 많이 했지만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 준비를 본격적으로 한 건 올해부터죠. 이달에 순회 간담회를 마무리하고 내년 1월 말께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할 겁니다.”

지부가 지난 10월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정규직의 87%가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에 찬성했다. 비정규직의 84%도 노조 가입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 위원장은 “순회 간담회가 끝나면 찬성 비율이 90%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며 “내년 2월 비정규직의 지부 가입이 마무리되면 지부에 비정규직 전임 간부 2명과 비전임 간부 5명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복지혜택에서 차이가 난다. 예를 들면 △임차사택 △자녀 장학금 △준정년 퇴직금제도 △시간외 근무수당 △명절·창립기념일 상여금에서 격차를 보인다. 진 위원장은 비정규직의 복지수준을 정규직에 맞출 생각이다. 이미 올해 임금·단체협상 지부보충교섭에서 이 같은 입장을 사측에 밝혔다.

현재 지부의 노조 가입률은 64% 정도다.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씨티은행노조와 통합하면 가입률이 80%에 육박하게 된다. 진 위원장은 “만에 하나 지부가 쟁의행위에 들어가면 영업점당 0.7명만 남게 된다”며 “쟁의행위 파괴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 노조에 가입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이 두 팔 벌려 안아 주고, 비정규직도 우리가 내민 손을 꼭 잡고 함께 전진하면 좋겠어요.”


“270여개 분회 돌며 삼겹살 간담회 하고 싶다”

진 위원장이 노조 통합·비정규직 노조 가입과 함께 임기 중에 반드시 실현하려고 하는 것은 270여개 분회 전체를 방문해 조합원들과 저녁에 ‘삼겹살 간담회’를 여는 것이다. 지부 현안을 공유하고 현장 조합원들의 고충을 듣기 위해서다.

모든 분회를 방문하는 것을 목표로 계산해 보니 적어도 주 2회는 현장에 내려가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요즘 진 위원장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이유다. 삼겹살 간담회에 대한 조합원들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외환위기 이후 사는 게 팍팍해지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다 보니 직원들끼리 술먹는 문화가 사라졌어요. 그런 가운데 노조가 삼겹살 간담회를 개최하니까 조합원들이 '옛날로 돌아간 것 같다'고 좋아하더라고요. 외환위기 이전의 조직문화가 생각난다면서요. 현장의 애로사항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만,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흥겹게 놀기도 합니다.”

진 위원장은 “낮에도 방문을 할 수 있지만, 조합원들이 업무에 바빠 분회장 얼굴만 보게 된다”며 “수박 겉 핥기 같은 방문이 아니라 조합원들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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