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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야간노동 규제운동, 전 산업으로 확장해야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고용노동부의 완성차 노동시간 실태조사를 계기로 주간연속 2교대제 운동이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이채필 노동부장관은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완성차 공장의 장시간 노동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현대차 사측은 지난 24일 2013년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90년대 후반부터 현대차·기아차·대우차 노조 등에서 끈질기게 요구해 온 야간노동 규제운동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완성차 사측의 이러한 움직임은 우려스러운 지점도 가지고 있다. 정부가 실질 노동시간 단축의 반대급부로 정규직 고용유연화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내내 진행된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정부는 장시간 노동 문제 해결과 정규직 고용유연성 확대를 동시에 추진해 나갈 것임을 명시적으로 밝혔다. 나쁜 일자리를 늘려 ‘고용대박’이라고 했다가 호되게 비판을 받은 정부가 가시적으로 고용지표 성적을 내보일 수 있는 완성차 업체에서 노동시간과 정규직 고용유연화를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현대·기아차가 해외생산 증가로 인한 국내생산 감소를 노동시간 단축으로 포장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 10년간 해외생산량을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시켜 왔는데, 현대차와 기아차의 국내생산 비중은 2002년 이후 매년 6~8%씩 줄어들었다. 더군다나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제침체, 중국 성장률 저하 등으로 향후 몇년간 자동차 판매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측이 노동시간 단축을 빌미로 국내공장 가동률 감소와 임금삭감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노동운동은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이번 장시간 노동 의제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장시간 노동 의제를 완성차 노사 문제가 아니라 전 산업적 문제로 확대해 노동시간에 관한 새로운 사회적 기준을 만드는 것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장시간 노동과 야간노동 규제에 관한 문제가 한 기업의 경영 여건을 준거로 해서 논의돼서는 노동자에게 유리한 답을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마르크스가 자본의 이윤은 임금으로 지불되지 않은 노동시간에 있다고 말한 것처럼 자본가에게 (노동강도가 시간감소만큼 늘지 않는다면) 노동시간이 준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수익이 준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예를 들어 기업 경영성과를 근거로 한 성과급 비중이 20~30%에 달하는 현대차 노동자들이 노동강도 상승, 임금저하, 고용불안 없이 노동시간을 줄였다면 이는 다시 성과급 감소로 노동자에게 되돌아온다. 배당·임원보상 등으로 가져가는 자본가의 몫을 크게 줄이지 않는 이상 이 고리는 끊어지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양자가 모두 승리하는 윈-윈 게임은 없다. 누군가 양보를 해야만 하는 싸움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시간 단축 투쟁은 한국의 자본가들이 가져가는 몫에 관한 사회적·경제적 기준에 관한 문제일 수밖에 없고, 그만큼 전체 계급의 힘 관계를 바꿔 내는 사회적인 투쟁일 수밖에 없다.

우선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진영은 장시간 노동과 심야노동의 실태를 보다 여러 산업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특히 한국 경제의 산업구조를 감안할 때 전자산업과 운수산업에서의 투쟁이 노동시간 단축 투쟁의 사회적 확장을 위한 중요한 매개일 수 있다.

수출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한국 경제에서 삼성전자·LG전자·하이닉스 등의 전자산업은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대부분의 사업장이 무노조 또는 어용노조 상태라 장시간·저임금 노동이 일반화돼 있다. 삼성전자의 생산직 노동자들은 주 52시간은 기본이고, 토요일 일요일 모두 휴일특근을 하는 것도 일반화돼 있다. 실제 주 노동시간이 70시간을 넘어서고, 월 노동시간은 290시간에 육박한다. 교대형태 역시 주간 11시간 근무부터 주야 맞교대, 3교대 등 물량에 따라 마구잡이로 변화한다. 원청이 이 정도니 하청업체는 상상을 초월한다. 휴대폰을 위탁 조립하는 한 업체는 올 10월에 연장근로·휴일근로 시간이 150시간에 달했다. 월 실제 노동시간이 320시간이나 되는 것이다.

운수산업은 수출입 화물운송과 더불어 다양한 형태로 아웃소싱돼 있는 한국 제조업을 연결하는 한국 경제의 혈관과 같은 산업이지만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특수고용노동자로 노동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낮은 운임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살인적인 노동시간을 감당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부산에서 서울로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화물노동자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일 12시간이 넘으며, 월 400시간 이상을 운전하는 노동자들도 부지기수다. 너무 적은 운임으로 인해 심야할인이 되는 톨게이트 비용이라도 아껴 보겠다고 장거리 운행을 하는 화물노동자들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잠을 자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 노동시간은 연 2천19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440시간이 많다. 그런데 사실 이 통계마저 과소 측정된 측면이 강하다. 사실상 초과근로가 제대로 측정되지 않는 사무직 노동자들로 인해서다. 한국의 재벌 대기업이 지배하는 수출산업의 노동시간은 3천시간을 훌쩍 넘는다. 그리고 장시간 노동, 심야노동으로 망가진 노동자들의 몸뚱이가 한국 재벌들의 곳간을 채우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런 점에서 재벌 통제운동은 주요 수출산업에서의 노동시간 단축 운동과 한 맥락에 있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한지원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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