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노무사
(전국철도노조 법규부장)

1. 쟁의행위 돌입 전 노사관계

노사 간에 단체교섭이 진행되고 교섭에 진척이 없을 경우 노조는 사용자를 압박하기 위해 단체행동(예컨대 플래카드 게출, 버튼착용, 쟁의복 착용)을 행하거나 소위 D-day(교섭만료시한)를 정해 놓고 막판 집중교섭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 때 교섭은 교섭대로 진행이 되지만, 현장에서는 쟁의행위 돌입을 위한 준비를 하게 되고 사용자 역시 쟁의행위 돌입에 대비하게 된다. 이 때 사용자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예컨대 CEO 메시지·담화문 등) 최대한 파업 참여를 저지하려고 노력하게 되는데, 이러한 사용자의 행위가 부당노동행위로 지배·개입에 해당할 수도 있고 노조 쟁의행위에 대한 단순한 의견표명일 수도 있다. 사용자의 이러한 행위는 노사입장에 따라 달리 평가될 수 있기 때문에 늘 노사 간 격렬한 갈등의 원인이 된다.


2. 사건의 개요

철도노사는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약 2년에 걸쳐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다가 철도공사의 일방적인 단체협약 해지 및 교섭거부로 인해 2009년 11월26일부터 그해 12월3일까지 전면파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엄단방침에 따라 불법파업으로 규정돼 신속한 사법절차가 진행되면서 철도노조는 현장에 복귀했다. 복귀 후 재개된 교섭에서도 진척이 없었고 철도노조는 또 다시 2010년 5월12일을 D-day로 잡고 막판 집중교섭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한편 복귀 후 철도공사는 190명의 해고를 포함해 1만1천명에 대한 징계절차에 착수하고 100억원의 손배 집행, 조합사무실 단전단수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럼에도 또 다시 파업돌입이 예정되자 현장은 일상적인 조합 활동 협조거부, 관리자들의 현장통제와 감사 등으로 이에 항의하는 노조와 마찰이 발생했다. 특히 전 인사노무실장인 기술본부장은 전국의 차량사업소를 순회하며 직원간담회(교육)를 실시했는데, 이 사건은 파업을 하루 앞두고 서울차량사업소에서 교육을 강행하려 하자 조합간부들이 위력으로 저지했고 철도공사는 이를 업무방해라고 주장하며 고소한 것이다(이와 별개로 이 사건에 연루된 조합간부들에 대해서는 징계가 이루어졌다).


3. 1심 판결 및 2심 판결요지

1심(서울서부지법 2011고정206)은 ‘노조의 부당성을 설명하기 위해 현장에 도착하자 피고인들이 욕설 등 위력으로 기술본부장의 정당한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아 피고인들에게 벌금50만원을 선고했다. 2심(서울서부지법 2011노513)은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단체협약 해지로 이미 철도노조가 파업을 진행했고 이 후 교섭을 진행했음에도 교섭이 이루어지지 않아 5월12일 파업을 예고하고 있었고, 기술본부장은 전국을 순회하며 파업 예정일 이전 집중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려고 한 사실, 다시 현장에 있던 관리자들 역시 설명회의 목적이 파업을 막기 위한 것을 증언한 점을 고려할 때 기술본부장이 행하려는 교육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어 정당한 업무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정당한 업무라 하더라도 피고인들이 기술본부장의 교육을 부당노동행위로 오인할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욕설 등 위력이 동원됐다 하더라도 업무방해로 보기 어렵다고 봐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4. 판결의 시사점

1심에서 증인으로 나온 관리자가 파업의 부당성을 설명하기 위한 교육이었다는 점을 증언해(판결문에도 ‘노조의 부당성을 설명하기 위해’라고 적시돼 있다) 실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기술본부장의 당해 교육이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될 여지가 있음에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 없이 기술본부장이 행하려고 했던 교육을 바로 정당한 업무로 단정해 이를 방해한 피고인의 행위를 업무방해로 바로 인정했다(이는 아마도 2009.11.26.~12.3.의 파업이 항소심까지 불법파업으로 인정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는 2심에서 설시한 바와 같이 당시 교육이 이루어지게 된 경위, 실제 기술본부장이 행하려 했던 교육의 목적 등에 대한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는 것이다.

2심은 기술본부장이 행하려는 교육을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하고 이는 정당한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위력으로 저지하려는 것은 업무방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본 것인바, 동 판결은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첫째 부당노동행위로서 지배·개입을 비교적 넓은 범위까지 인정했다는 점이다. 통상 사용자가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사용자의 ‘언론의 자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부당노동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통설이다. 그러나 단순한 의견표명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사용자의 쟁의행위 발언 그 자체만으로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나 그 발언에 보복이나 위협 등이 포함되지 않아도 기업별 노조가 대부분인 우리나라에서 사용자의 언론이 가지는 영향력은 상당하지만 우리나라 법원이나 노동위원회는 이러한 발언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하는데 인색했다. 그러나 동 판결에서는 당해 교육이 쟁의행위 하루 전에 이루어졌고 당시 관리자들의 당해 교육의 목적에 관한 증언 등을 고려할 때 기술본부장이 전국을 순회하며 행했던 교육은 사실상 노조 쟁의행위 참여를 최대한 저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졌을 것이고 이는 부당노동행위로서 지배·개입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점에서 기존 법원의 태도에서 진일보했다고 생각된다.

둘째 사용자의 행위가 부당노동행위로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이를 다소간의 위력으로 저지한다고 하더라도 당연히 업무방해로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쟁의행위시 사용자가 불법으로 대체근로자를 투입해 조업을 계속하려고 할 때 이러한 법규위반행위를 저지하기 위해 상당한 정도의 실력을 행사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92. 7. 14. 선고 91다43800 판결). 다만 이 경우 사용자의 위법행위에 대한 저지행위라 하더라도 그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이 있어야 하므로(대법원 1987. 1 .20. 선고 86도1809 판결) 이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도중 철도노조 전 부곡기관차승무지부 지부장으로 2009년 파업에 참여했다가 해고돼 서울지방본부 조직국장으로 활동했던 허광만 국장이 해고생활을 힘들어하다 11월21일 운명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고(故) 허광만 동지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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