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하이닉스반도체가 SK텔레콤이라는 새주인을 만났다. 노조는 자금력이 뛰어난 대기업의 단독입찰이라는 점에서 환영의사를 밝혔다. 시의적절한 투자가 가능해질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노조는 그러나 조합원의 고용상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16일 오전 하이닉스반도체 청주공장을 찾아 김준수(51·사진) 노조위원장을 만나 매각과 관련한 여러 고민을 들었다.


- SK텔레콤이 단독으로 입찰했는데.

“우리에게는 잘된 일이다. SK텔레콤은 자금력이 확보된 대기업이다. 더군다나 단독입찰이라는 점에서 적정가격에 팔리게 될 가능성도 크다. 상당부분 노조의 바람대로 매각이 결정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 SK텔레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단순히 규모가 크다고, 직원 월급을 많이 준다고 대기업은 아니라고 본다. 하이닉스반도체 조합원들이 바랐던 주인은 노동자를 대하는 마인드가 제대로 갖춰진 기업이다.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삼성전자처럼 노동자들의 입을 막고 권리를 막는 것은 곤란하다. 현재 SK텔레콤의 경영방식은 크게 드러나 있지 않다. 대기업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사람을 중심에 둔 경영을 펼쳐 주기를 바란다.”


- 최종 결정권자는 채권단이다. 채권단에 바라는 점은 없나.

“그렇지 않아도 SK텔레콤이 본입찰 의향서를 제출한 직후 채권단에 우리의 입장을 담은 요구서를 전달했다. 양해각서를 체결하기 전에 노조의 동의를 얻고 전원 고용승계와 매각 위로금을 달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지난 2002년 우리 회사가 마이크론사에 팔릴 뻔한 적이 있었다. 당시 노조의 격렬한 반대로 이사회에서 부결됐다. 이후 이천공장에서 28개 사업부가 아웃소싱으로 전환됐다. 청주공장도 6천여명이 속한 비메모리 사업부가 사라졌다. 팔다리가 잘린 상태에서 현재 몸통으로만 숨을 쉬고 있는 셈이다. 이 상태에서 더 이상 구조조정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고용을 전원 승계하는 것은 당연한 요구다.”


- 매각 위로금을 요구하는 배경은.

“10년 전 2천~3천원 하던 주식이 지금 2만3천원이다. 주식 가격이 이렇게 된 이유는 조합원들이 고통을 분담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잘려 나갔고, 무급휴직을 했다. 임금도 동결했다. 그런 각고의 노력 끝에 이만큼 온 것이다. 구걸이 아니다. 정당한 권리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 노조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이달 말 SK텔레콤이 정밀실사에 나서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채권단이 우리의 요구를 무시한다면 실사를 방해할 것이다. 노동자의 희생을 전제로 마땅한 권리를 무시하는 매각은 받아들일 수 없다. SK텔레콤이 공장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하겠다.”


- 매각 이후를 생각해 보자.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보나.

"솔직히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걱정되는 점은 SK텔레콤이 제조업에 대한 경험이 없는 회사라는 점이다. 그룹 내에서도 엄밀히 따졌을 때 제조업이라고 할 만한 것이 별로 없다. 또한 SK텔레콤 종사자는 9천명으로 하이닉스의 절반이 채 못 된다. 이러한 아이러니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극복될지가 관건이다.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점은 적재적소에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점이다.

올해 3분기 실적이 처참하다. 이유가 뭔 줄 아나? 지난해 경영진이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채권단에 증자를 요청했다. 채권단은 증자를 거절했고, 예상대로 낸드플래시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매출이 막혀 버린 것이다. 채권단은 돈만 생각한다. 이제 주인이 생겼으니 앞날을 내다보는 진정한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SK텔레콤이 단순히 반도체 제조업에 뛰어들기 위해 하이닉스를 인수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기존의 통신서비스와 스마트 기기의 핵심이 되는 반도체가 만나 뭔가 생겨나지 않겠나"


- 이번 인수와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무래도 규모가 만만치 않은 조직이 뭉치는 만큼 처음엔 기싸움도 있을 것이다. 노사관계는 시작이 중요하다. 첫 단추를 어떻게 꿰느냐에 따라 향방이 바뀔 수 있다. SK텔레콤에 다시 한 번 대기업다운 인본경영을 부탁한다. 이러한 것들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유야무야 넘어가는 조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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