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전자(LG)는 지난 3일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확보된 자금 1조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6천억원을 스마트폰 사업에 투입하기로 했다. 4세대 이동통신용 스마트폰인 ‘엘티이(LTE)폰’ 개발에 집중 투자된다. 실적이 하락한 스마트폰 사업을 부활시키기 위해서다. 회사측이 위기 극복에 나서자 노조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실적 하락을 반등시키지 않으면 조합원의 고용에 빨간등이 켜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엘지전자 브라질 공장에선 감원이 진행됐다.
배상호 LG전자노동조합 위원장(47·사진)은 “LTE(Long Term Evolution) 기기의 품질에 호평이 이어지고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은 만큼 상황은 긍정적”이라며 “약점(스마트폰)이 분명한 만큼 단일 품목에 역량을 집중하다 보면 다시 부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 위원장은 회사의 성적이 고용과 노동조건을 좌우하는 만큼 현재의 위기에 노조가 능동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노동자는 품질과 생산력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소속된 곳에 대한 자부심과 주인의식이 결합할 때 노사가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노총의 노조법 재개정 투쟁 유보에 대해선 “현장의 민심을 저버리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노조 운영의 핵심 철학으로는 ‘노조의 사회적 책임(Union Social Responsibility, USR)'을 꼽았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5일 서울 문래동에 위치한 노조 사무실을 찾아 배 위원장을 만났다.
- 대규모 유상증자가 시행돼 스마트폰 사업에 투자가 이뤄졌다. 엘지전자가 ‘스마트폰 쇼크’에서 벗어나는 발판을 만들었다고 보면 되나.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실적 악화는 스마트폰이 경쟁력을 잃어서다. 대응이 늦었기 때문에 따라잡기 위해 서두른 측면이 있다. 유상증자와 관련해 여러 얘기가 있지만 노조의 입장에서는 호재라고 생각한다. 스마트폰 부문의 약점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특히 엘티이폰의 경우 다른 업체보다 화질·속도 면에서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비자 반응도 좋다. 이를 계기로 회사가 다시 정상궤도에 오르길 기대한다.”
- 휴대폰 사업만 어려운 게 아니다. 피디피(PDP) 사양화로 디스플레이 사업도 힘들다. 엘지전자와 연결된 계열사도 신용등급이 동반 하락했다.
“노사가 그동안 경영상황을 많이 공유해왔기 때문에 실적 하락 소식이 더욱 깊게 와 닿는다. 전반적인 침체기라고 하지만 앞서 얘기한 것처럼 스마트폰에서의 부진이 극복된다면 회복의 길이 열릴 것이다. 텔레비전(TV)이나 백색가전의 경쟁력은 여전히 세계 최고다. 노조가 할 수 있는 일은 적극적인 마인드로 생산력과 품질을 향상 시키는 일이다.”
- 엘지전자노조는 지난 8월 창원을 시작으로 평택·청주·구미 등 전국 사업장에서 차례로 발대식을 갖고 각 사업장에 특화된 품질강화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품질를 강조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
“노동자는 곧 현장의 경영자다. 생산력과 품질 향상을 위한 적극적인 개입은 노조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노조 위원장에 취임 하자마자 공장 방문과 전국의 서비스센터를 순회한 것도 이런 뜻에서다. 회사도 생산현장에서 여러 권한을 노조에 위임하고 있다. 작업라인 증설이나 재배치는 물론 작업화·의자 등 업무 환경과 관련된 여러 요구들이 원활하게 수용된다.”
- 최근의 실적 부진과 관련해 브라질 휴대전화 공장에서 200명이 감원됐다. 구조조정설도 있다. 국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없나.
“아직 국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다행히 과거에도 노동자의 의사에 반하는 대규모 해고는 없었다. 엘지전자 단체협약에는 해고나 구조조정 관련 조항이 없다. 그런 조항을 둘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고용이 불안해질 조짐이 보인다면 당연히 노조가 앞장설 것이다.
이와 별개로 해외공장 생산력이 국내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원인과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노조 차원에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 엘지전자 내에도 여러 협력업체가 있는 것으로 안다. 사내하청 비정규직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최근 1년 사이 약 1천여명의 협력사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회사가 하청업체를 합병하는 방식으로 해당 인원을 흡수했다. 회사의 필요에 의한 것이지만, ‘비정규직 정규직화’라는 노조의 요구와 회사의 철학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해당 노동자들은 우리 노조 조합원이 됐고, 그만큼 노조의 힘도 커졌다.”
“노조법 개정 유보는 민심 역행”
- 엘지전자노조는 금속노련 내 핵심 단위노조이다. 금속노련은 최근 노조법 재개정과 관련한 한국노총의 대응을 두고 비판 성명을 냈다. 노조는 이를 어떻게 보고 있나.
“금속노련의 입장과 같다. 분명한 건 노조법 투쟁을 유보한 것은 현장의 뜻을 거스른 측면이 많다는 점이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노조법 전면 재개정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만큼 이번 결정은 많이 실망스럽다.”
- 금속노련은 최근 복수노조와 관련해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 복수노조가 허용된 뒤 노조에 미친 영향이 있나. 일각에선 연구·기술직 등으로 구성된 직종별노조가 등장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지금까지 복수노조와 관련된 움직임은 없다. 우리 노조의 역사가 깊고 조합원끼리 단결이 잘 되기 때문이다. 당분간 신규 노조의 등장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 현행 단협에 조합원 범위를 생산직으로 한정해 놓진 않았지만, 연구직이나 사무직은 노조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사무직이나 연구직이 별도의 노조를 만들더라도 조합원 규모를 감안하면 개별교섭은 어려울 것이다.”
-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시행으로 인해 엘지전자노조도 공식적으로 전임자수가 줄었다. 전국 분포 사업장인 노조 입장에서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할 말이 많다. 이전에 20명이던 전임자가 지금은 11명으로 줄었다. 근로시간면제를 인정하는 방식이 너무 단순하다. 노조의 형태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 우리 노조의 경우 전국 6곳에 지부를 두고 있는데 전체를 한 덩어리로 보고 타임오프를 배분하고 있다. 현장에 맞는 조합 활동이 불가능하다. 하후상박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전국에 지부가 있는 조합의 경우 각각을 분리해 타임오프를 배정해야 한다.”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는 것이 대기업 노조의 역할”
- 엘지전자노조는 사회공헌사업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조는 지난해 국내에서 유례가 없는 ‘노조의 사회적 책임(USR, Union Social Responsibility)’ 선포식을 진행했다. 기업의 지배구조·인권·노동·환경·지역·사회참여 등 7대 이슈에 대한 세부계획을 실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신선한 움직이라고 생각했던지 정부기관이나 외부 단체의 문의가 많았다. 하지만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다.”
- 사회공헌사업에 대한 조합원들의 반응은 어떤가.
“조합원들의 참여가 아주 적극적이다. ‘우수리(잔돈) 프로젝트’라는 것이 있는데, 월급과 상여금에서 1천원 미만의 끝돈을 모으는 것이다. 매번 걷히는 돈이 2천만원이 넘는다. 조합원 모두 노조의 사회적 활동에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위원장으로서 바람이 있다면 우리 노조가 USR의 대표노조가 되는 것이다. 사회적 활동을 꿈꾸는 노조들이 ‘매뉴얼’로 삼을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 그것이 비교적 여건이 좋은 대기업 노조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
[인터뷰] 배상호 엘지전자노조 위원장
“노조의 사회적 책임 선도하는 대표노조 되겠다"
- 기자명 양우람
- 입력 2011.11.21 09:00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