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사내하청 남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때마침 국회 입법조사처는 사내하도급 제도개선과 관련한 보고서를 내놨다.

“국회가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문제해결을 노력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비정규직 남용 현상은 개선되지 않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는 오히려 확대됐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이런 판단은 적절하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비정규 노동자는 599만5천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34.2%에 달한다. 지난 1년간 늘어난 일자리 46만개 중 31만개가 비정규직이었다. 늘어난 일자리의 대부분이 비정규직이었으니 국회가 제도개선을 해도 효과가 없었다는 얘기다.

국회가 제도개선을 했음에도 결실을 맺지 못한 이유도 제시됐다. 비정규직 가운데 기간제와 파견제 노동자에 대한 보호 법안은 있지만 사내하청 노동자는 규제가 없어 빠르게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법으로 제한된 기간제와 파견노동자 사용을 회피하기 위해 사내하청을 활용했다는 분석이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기업들의 사내하청 남용을 법으로 제한하고, 차별시정제도를 적용해야 한다는 제안을 한 까닭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정책제안은 근본처방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사내하청 제한을 위한 제도개선에는 미적거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사내하도급 문제도 포함시켰다. 불법파견이 확인되면 사용기간에 관계없이 고용의무를 적용하고, 임금체불은 원청기업과 하청기업이 연대책임을 진다는 내용이다. 이는 ‘기업의 사내하도급 비중을 3년 후 10% 이하로 줄인다’는 여당(한나라당)의 제안도 수용하지 않은 후퇴된 대책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정책 제안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핵심에서도 비켜나 있는 셈이다.

게다가 사내하도급 문제를 사회적 대화로 풀기 위해 마련된 노사정 대화테이블마저 삐걱거리고 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노동시장선진화위원회에 참여해 왔던 한국노총이 활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노동시장선진위가 공익위원만으로 논의를 진행해 합의를 도출한다하더라도 노사 모두로부터 반발을 초래할 수밖에 없게 됐다. 결국 사회적 대화로서 사내하도급 문제를 푸는 시도는 사실상 좌초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5일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점거농성을 벌인 지 1년째 된 날이다.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25일 동안 점거농성을 했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건 회사측의 징계와 해고조치였다. 현대차 사내하청 업체들이 농성이 끝난 후 노동자들에게 해고(104명)와 대규모 징계(1천900여명)를 내렸기 때문이다. 또 현대차측은 용역경비를 동원해 사내하청 해고노동자의 노조사무실 출입조차 막고 있다.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내 해고효력을 다투는 노동자는 노조 사무실 출입을 할 수 있음에도 현대차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촉구해 온 사내하청 노조의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은 정부가 방치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사내하청 문제를 사업장 차원에서 해결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제시 된 정부와 여당의 대책으론 문제해결을 할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이 내 놓은 대책으론 지금과 같은 기업들의 사내하청 남용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애초 여당인 한나라당이 제안했던 것처럼 사내하청을 제한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정부와 국회가 사내하도급 제한을 위한 입법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법원과 노동위원회는 해고와 징계의 구렁텅이에서 신음하고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를 구제하기 위해 신속하게 판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최소한 정상적인 노조활동조차 가로막는 현대차측의 부당노동행위에는 철퇴를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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