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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학교급식 노동자의 산재사건

박문순

공인노무사
(서울일반노조 법규국장)

1. 지난 2월 초 중년의 여성 노동자가 사무실에 찾아왔다. 50대 초반의 나이로 8년간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사로 일해 온 노동자였다. 손에는 산재 요양신청서가 들려 있었다. 산재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 노조를 찾아온 것이다.

진단서를 봤다. 진단받은 병명은 ‘요추 4-5 천추 1간 추간판탈출증’, ‘좌측 슬관절 내측 반월상 연골판 파열’, ‘좌측 슬관절 슬개 연골 연화증’, ‘우측 슬관절 내측 반월상 연골판 파열’, ‘우측 슬관절 내측 추벽 증후군’이었다. 한마디로 허리와 양쪽 다리 모두, 즉 하체를 거의 못쓰게 된 것이다. 입사 동기 4명도 다 비슷한 병명으로 치료받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날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2. 산재 신청을 하기 위해 어떤 노동조건에서 일해 왔는지 들어봤다. 이 노동자는 2002년부터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최근까지 일했다. 1천530명에 달하는 아이들의 식사를 단 7명이 준비했다고 한다. 1인당 평균 218명꼴이다. 1인당 218명의 식사를 단 3시간 만에 준비해 내는 슈퍼우먼들이 대한민국 서울의 초등학교 곳곳에 배치돼 있는 셈이다(참고로 다른 지역에서 학교급식 종사원 배치기준이 가장 열악한 곳으로 꼽히는 곳에서도 급식인원은 150명당 1명이다).

이 노동자들이 아침에 출근해서 처음 하는 일은 국재료 70킬로그램, 무침재료 50킬로그램, 튀김재료 90킬로그램을 냉장고에서 꺼내 검수를 위해 나르고, 검수가 끝나면 이를 다시 냉장고로 옮기는 것이다. 그것도 여성 2명이 단 10여분 만에 처리해야 한다.

밥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90킬로그램에 달하는 쌀을 20킬로그램 들이 쌀포대로 4번 반 나른다. 이 쌀을 씻고 쌀과 물이 혼합된 5킬로그램 정도의 밥판 54개를 찜솥에 일일이 꽂아 놓는다. 밥판을 꽂고 빼는 일을 총 108회 반복한다. 5킬로그램짜리 물건을 108번이나 올렸다 내리는 것은 헬스장에서나 할 법한 일이다. 참고로 노동부는 “하루에 총 2시간 이상, 분당 2회 이상 4.5킬로그램 이상의 물체를 드는 작업”을 근골격계부담 작업으로 고시하고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떡국을 조리하기 위해서는 떡을 140킬로그램 집어넣고, 25킬로그램 정도의 쇠고기를 넣은 뒤 물과 그 밖의 양념을 넣어 300킬로그램이 넘는 걸쭉해진 떡국을 뜨거운 열기에 1시간 이상 저어 줘야 한다. 불고기를 하려면 90킬로그램의 고기, 40킬로그램의 양념과 씨름하며 재료를 넣고, 버무리고, 볶는다. 이를 용기에 넣었다 빼냈다 하다가 배식을 위해 54개의 배식통에 일일이 퍼 담는 일을 해야 한단다.

아이들이 밥을 다 먹고 나면 1천530개의 식판을 걷어 설거지도 해야 한다. 그래서 잠깐의 식사가 끝나면 거의 2시간 동안 설거지만 한다. 설거지가 끝나면 다시 청소와 물청소가 남아 있다. 이렇게 기계처럼 몇 년을 일했을 때 과연 성한 몸이 얼마나 될까.


3. 정최경희 산업의학 전문의의 근골격계질환 연구에 따르면 학교급식 조리 노동자의 근골격계질환 위험도는 전업주부의 약 5배라고 한다. 가까운 나라 일본은 학교급식 노동자의 건강권 문제가 사회 이슈화됐다. 실태조사 결과 초등학교 학교급식 노동자의 74%가 요통증상을 호소할 정도로 심각했다고 한다.


4. 서울시는 올해부터 친환경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있다. 친환경무상급식 자체는 환영받을 일이다. 하지만 친환경무상급식을 말하면서 현장에서 아이들 밥을 만드는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권은 이처럼 처참한 꼴로 놔두고 있다. 친환경 무상급식 속에 현장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문제가 다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참 아쉬운 대목이다. 신임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박문순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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