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음료가 자판기 등 음료 판매장비를 관리하는 노동자들을 롯데알미늄으로 전적시키려고 해 노조와 갈등을 겪고 있다. 노조는 "복수노조가 생기자 회사측이 전적을 추진하면서 이를 거부하는 직원들을 한직으로 발령내고 있다"고 반발했다.

민주화섬노조(위원장 신환섭)는 15일 “사측이 지난달 판매장비 관리부서 전 직원(123명)에게 소속사 변경을 강요하고 이를 거부한 조합원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노조에 신규가입한 롯데칠성음료지회(지회장 강인모)가 회사의 전적 강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사갈등은 지난 4월 회사가 관리부서 직원들에게 "롯데알미늄 기공사업부로 소속이 변경될 것"이라 통보하면서 비롯됐다. 회사측은 "업무 효율화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내린 결정으로 번복이 불가능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부서 조합원들은 크게 반발했다. 당장 업무강도가 세질 것으로 우려했다. 지금까지 자판기 관리업무만 해 왔는데, 앞으로 음료 보관기·냉장고 등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관리부서에서 일하는 김아무개씨는 “소속사가 변하면 세븐일레븐이나 롯데리아에 공급되는 음료 판매기기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업무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고용불안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롯데알미늄이 직접고용하고 있는 장비 관리직 인원은 4~5명에 불과하다. 롯데알미늄은 자신들이 생산·공급하는 음료 판매기의 관리업무를 대부분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대리점에 위탁하고 있다. 전적이 완료되면 이들은 회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대리점에서 하는 업무를 승계해야 한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전적을 강요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관리업무를 정규직에서 분리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롯데칠성음류 관리부서 조합원들은 기존 노조가 이 문제를 방치하자 지난달 새 노조를 만들었다. 그러자 회사측은 전적 명령에 응하지 않는 직원들에게 보복성 인사발령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섬노조 관계자는 “자판기 수리업무를 맡아 왔던 직원을 생산현장에 투입하거나 이유 없이 타지로 보내는 등 터무니없는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미 70명 이상이 피해를 보고 있고, 이 중 30여명은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전적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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