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노동위원회에 신규로 제출된 차별시정 신청사건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별시정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있는 것이다.

14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9월 현재 비정규 노동자가 임금이나 노동조건에서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과 차별을 받았다며 중앙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 신청건수가 5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중노위의 차별시정 신청건수는 19건이었다. 70.4%나 줄어든 것이다.

중노위는 올 들어 9월까지 지난해 신청했다 이월된 사건 6건을 포함해 11건을 처리했는데, 차별로 인정한 건수는 단 2건밖에 되지 않았다. 4건은 기각, 1건은 각하됐고 4건은 신청자가 취하했다. 지난해에는 12건을 처리해 그중 11건에서 비정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중노위 관계자는 “워낙 신청건수가 적은 데다 한 사람이 여러 건을 신청할 수도 있어서 인정률을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차별시정 신청건수 자체가 줄어드는 경향은 분명해 보인다. 올해 같은 기간 12개 지방노동위원회에 제출된 신규 차별시정 신청건수는 34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115건에 비해 73.6%나 줄어들었다. 특히 재심을 맡는 중노위 사건이 줄어든 것보다 초심인 지노위 사건이 감소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비정규 노동자들이 아예 노동위 구제절차를 외면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김성희 고려대 연구교수는 “신청이 봇물을 이룰까 봐 사용자의 부담을 최소로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다 보니, 아예 부담이 되지 않는 제도가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노동위가 보수적으로 해석하고 승인율이 낮았기 때문에 비정규직 처지에서는 목숨 걸고 신청해 봐야 눈 밖에 나고 고용은 단절된다”며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은데 누가 신청을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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