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계속 자고 일어나지 않아요.”

쌍용자동차 희망퇴직자 차아무개씨의 부인 오아무개씨는 지난 8일 아침이 됐는데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초등학교 6학년인 딸과 6살 된 아들이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이들은 천안으로 돈 벌러 간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휴대전화가 고장나 이틀 뒤에야 연락이 닿았다. 아이들은 깨어나지 않는 엄마 옆에서 두려움에 떨었다.

13일 노동계에 따르면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겪은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의 죽음이 계속되고 있다. 벌써 19명이 목숨을 잃었다.

고인의 남편은 2009년 도장1팀 타이어숍에서 근무하다 소위 ‘죽은 자’로 분류돼 77일간 파업에 참여한 뒤 희망퇴직했다. 퇴직 후 평택이 싫어 가족 모두 강원도 원주로 이사했다. 가족들은 생활고에 시달렸다. 고인의 남편은 천안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며 한 달에 한두 번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고인의 사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한쪽에선 공정한 사회를 말하지만, 다른 쪽에선 순번을 기다리듯 죽음의 숫자를 채워 가고 있다”며 “엄마가 일어나기만을 바라며 이틀을 보냈을 어린 아이들의 상처를 누가 보듬을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한편 고인이 발견되기 이틀 전인 지난 8일에는 쌍용차 재직자 윤아무개씨가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안성휴게소 뒤편 야산에서 목을 매 숨진 채로 경찰에 발견됐다. 지난 두 달 사이 쌍용차 재직자 2명, 희망퇴직자 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