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가 되살아나고 각종 지표들이 호전되는 모습을 보이면서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무르익고 있다. 그러나 대외여건이 악화되고 있어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기대하기는 이르다는게 산업현장의 지배적인 분위기다.

특히 최근 미국의 경착륙가능성과 일본발 세계금융 위기설, 엔화와 원화가치 급락 등 경영환경이 급변하자 기업들은 긴축경영의고삐를 바짝 죄며 본격적인 위기관리에 들어갔다.

◇경기회복 청신호 잇따라=통계청이 19일 발표한 ‘2월 소비자전망조사’에 따르면 가계소비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평가지수는 73.2로 1월의 69.4보다 높아졌다.한국은행의 2·4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92로 나타나 전분기(67)보다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앞서 전경련과 대한상의, 산업은행,신용보증기금 등의 3월 및2·4분기 BSI조사결과도 모두 100을 넘었다.

이달들어 백화점 등 유통업계의 매출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 1월과 2월 각각 6.6%와 9.9%의 매출 증가세를 보였던 롯데백화점은 지난 11일 현재 18.5%로 매출증가율이 전달에 비해 두배나뛰었으며 현대백화점도 18일 현재 12.9%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할인점의 상황도 마찬가지. 신세계 이마트는 1월 18.7% 증가에 이어 2월에 11.1%의 판매 성장세를 기록했고 롯데 마그넷은 1월 40%,2월 25% 등 꾸준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 내수판매는 지난달 19.4%로 7개월만에 첫 상승세로 돌아선뒤 이달에는 지난달 수준에서 주춤하고 있다. 이달들어 지난 15일까지 자동차 4사(르노삼성제외)의 승용차 내수판매실적은 2만540대로 지난달 같은 기간의 2만1974대보다 소폭 줄었다. 쌍용차가 38.4%, 현대차 0.9% 증가했으나 대우차는 부평공장휴업으로 출고가 부진해 27.7%, 기아차는 4.2%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기업들은 오히려 비상경영체제=잇따른 경기회복 청신호에도 불구하고 대외여건이 악화됨에따라 기업들은 투자를 유보하고 현금확보에 치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7조7000억원으로 예정된 투자규모중 1조2000억원가량을 줄이고 반도체 제조원가를 20∼30% 낮추는 내용의 비상경영계획을 마련중이며 삼성물산도 올해 계획한 3200억원어치의자산매각을 서둘러 추진하기로 했다.

LG전자는 달러화변동에 따른 리크스를 줄이기위해 달러중심의 환관리체제를 유로화 등 현지화중심으로 다변화하고 있으며 이달초사업전략회의에서 PDP(벽걸이형) TV등에만 설비투자를 집중하고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기로 했다.

포항제철은 엔화약세에 따른 수출감소를 우려, 판매 생산 투자 등전 부문에 걸친 사업계획을 이달말까지 재수립한다는 방침하에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으며 현대·기아자동차는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강화해 미국의 경기침체를 극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정유업체들은 헤지(위험회피)기법을 활용해 환차손을 최소화하는데 부심하고 있다.

전경련 권태홍 산업조사팀장은 “조선과 자동차 등 극히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반도체, 철강,건설 등 대부분 업종이 여전히 침체를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과 일본의 경기침체 등 대외변수가 많아 경기회복을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