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현미 기자

“시민운동을 하던 박원순씨도 기존 정치의 한계를 느끼고 서울시장에 출마했잖습니까. 저도 회사나 기존 노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선거에 나왔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내고 말과 행동에 책임지는 노조를 만들고 싶습니다.”

권재석(44·사진) 한국도로공사노조 위원장은 지난 1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2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도로공사노조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권 위원장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공약을 묻자 “선거 공약을 지키겠다는 공약”이라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대학 시절 탈춤동아리에서 학생운동을 했다. 지금도 환경운동연합 같은 시민단체에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91년 토목직으로 입사해 지사와 사업단·본사 등 다양한 현장에서 경험을 쌓았다. 그는 “나태하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했다”며 “다양한 근무경력 덕택에 현장의 요구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에서는 10년 전부터 대의원·지부장·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99년 대구포항사업단지부장, 2009년 서울지역위원장을 지냈다.

그는 공약을 바탕으로 비전과 복리후생, 인사·조직·교육, 현장·노동조건 등 6개 부문에서 84개 단기·중기·장기 과제와 실천 로드맵을 만들었고, 이를 대의원대회에서 통과시켰다.

“공기업인 도로공사의 미래를 책임질 노사 참여 미래 전략위원회를 설치하고 조직문화를 변화시키려고 합니다. 내부적으로 투쟁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외적으로 사회적 책임도 질 생각입니다.”


“2년차에 집행부 중간평가 실시”

노조는 최근 조직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 ‘좋은 상사 나쁜 상사’ 선발대회를 열었다. 좋은 상사로 뽑힌 간부는 공개하고 나쁜 상사로 뽑힌 간부의 신상은 비밀로 하되 개별통보했다. 권 위원장은 “앞으로도 1년에 두 번씩 선발대회를 열 것”이라며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일부 지적이 있어 ‘닮고 싶은 상사, 닮기 싫은 상사’로 바꾸려고 한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의 공약 중 눈에 띄는 것은 조합비 20% 인하와 2년차 임단협 후 집행부 중간평가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노조는 청렴해야 합니다. 예산을 검토해 보니 노조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노력한다면 조합비를 인하할 수 있겠더라고요. 조합비 사용내역은 반기별로 공개할 예정입니다.”

집행부 중간평가도 드문 공약이다. 노조 임원의 임기는 3년이다. 권 위원장은 “노조 간부가 처음에는 조합원을 섬기지만 나중에는 군림한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임기 중간에 평가를 받는다면 남은 임기에는 더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취임 후 간부들에게 ‘백년도공’이라고 새긴 죽비를 선물했다.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다. ‘늘 처음처럼’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글귀다.


"3대 과제는 부채 해소·공익성 제고·비전 수립"

권 위원장은 최근 도로공사의 현안으로 ‘부채 해소·공익성 제고·비전 수립’을 꼽았다. 공사의 부채는 24조원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시기보다 1.3배 증가했다. 권 위원장은 “4대강 사업으로 도로예산이 축소되고 정부의 고속도로 재정부담 비율이 나날이 줄고 있다”며 “통행료를 현실화하고 공공의무부담액(PSO)을 지급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장애인이나 군인차량은 고속도로를 무료로 이용한다. 법에는 이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 주도록 명시돼 있다. 그러나 실제 이행되지는 않고 있다. 공사에서 관리하는 도로는 3천800킬로미터다. 통행량과 교통량·관리노선은 계속 늘고 있지만 공사의 지역본부는 6개로 20년 전 그대로다. 전국의 고속도로 휴게소와 주유소 170개 가운데 공사가 직접 운영하는 곳은 2곳에 불과하다. 권 위원장은 “도로공사에서 직영하면 비용을 10% 절감할 수 있다”며 “이용고객들의 비용을 줄이고 서비스를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직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통일에 대비해 북한사업 TF를 운영하고 있다. 북한 고속도로망에 대한 기본설계도 완료된 상태다. 권 위원장은 “통일고속도로에서 더 나아가 아시안하이웨이를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사는 지난 8월 김천 혁신도시에서 이전청사 착공식을 개최했다. 권 위원장은 “택지개발지구에 편입된 수도권에 있는 공사 소속 건물과 토지를 매각한 금액만으로도 김천 신사옥 건축비가 충당된다”며 “수도권과 향후 북한 도로 교통관리라는 비전을 위해서라도 본사 직원은 이전하되 현재 본사 건물은 매각하지 말고 수도권 직원들이 근무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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