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여성노동자회

직장상사에 대한 뒷담화부터 성희롱 타파법, 체불·비정규직 차별 대처법 등 각종 노동문제와 관련해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상담소가 생겼다. '일로 통하는 곳'이라는 의미의 일로넷(ilonet.kr) 웹 커뮤니티다. 이 곳에선 직장인들이 일하며 겪는 다양한 고충을 익명으로 털어놓으면 댓글을 통해 실시간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상담자가 요청하면 전문가로부터 무료 법률상담도 가능하다.

"마음속으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외치며 홀로 끙끙대는 20·30 청년노동자들이 말 못할 고민을 털어놓고 서로 들어주면서 지혜와 위로를 나누는 수다방이에요.(웃음) 전문적인 법률상담을 통해 실질적인 권리구제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일로넷을 기획한 신혜정(29·사진) 한국여성노동자회 청년사업팀장은 지난 27일 저녁 <매일노동뉴스>와 전화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일로넷을 소개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청년유니온이 공동으로 운영·관리를 맡고 있다.

일로넷 탄생 배경에는 신 팀장의 경험도 반영됐다. 지난 2005년 대학을 졸업한 그는 한 대기업에 취업했다. 그곳에서 그는 임신한 선배가 부당하게 해고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남자 동료들에게 고기쌈을 싸 주는 회식문화를 겪으면서 숱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를 털어놓을 곳이 없었다.

"친구들에게 얘기를 해도 직장 내 민감한 정보에 대해서는 전부 다 털어놓을 수 없으니 한계가 있었어요. 직장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동료인데, 동료의 경우 미묘한 경쟁심리와 보안을 지켜야 하니 솔직히 얘기하기가 힘들더라고요. 혼자 고민하다 밤을 새는 날이 많았죠. 혼자라는 게 참 외로웠어요."

여러 날을 뜬눈으로 보낸 끝에 신씨는 새 길을 찾아 나섰다. 그는 "거대한 기계의 부속품처럼 사는 것이 견디기 힘들었고 회사와 자신의 비전이 일치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후 단기계약직으로 광고회사 등 여러 곳을 전전하다 지난 2010년 한국여성노동자회에 안착했다.

일로넷은 지난 7월 만해재단이 주최하는 '세상을 바꾸는 발칙한 아이디어-청년창안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성취감을 느끼며 사는 지금이 과거보다 훨씬 행복하다"고 웃었다. 신씨의 요즘 관심사는 '소통'이다. 최근 10·26 재·보궐 선거 등에서 나타났듯 소셜네트워크(SNS) 등 뉴미디어의 영향력은 기존의 소통 방식을 재편하고 있다. 신씨는 노동계가 이 같은 시대 흐름을 받아들이는 데 적극적이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노동에 대한 상식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은 앞으로 사회를 이끌어 나갈 20·30 청년노동자들이에요. 제가 조사해 보니 청년노동자의 60%는 4대 보험이 뭔지도 모르더라고요. 권리조차 모르니 조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죠. 노동계가 이들과 만나려면 기존의 일방적인 선전이 아닌 새로운 소통을 시도해야 할 것 같아요.”

신씨는 일로넷이 고군분투하는 청년노동자들에게 쉼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소소한 수다를 떨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노동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배우고 위로를 얻어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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