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미국의 월가(Wall Street) 점령시위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금융자본주의)를 선두에서 이끌었던 월가에서 시위가 시작됐다는 것에 사람들은 주목했다. 금융화의 혜택을 톡톡히 누렸던 미국 국민이 그 시위를 주도했다. 혜택이 많았던 만큼 위기 이후 절망도 컸다. 금융자본주의가 그랬던 것처럼 시위는 곧 세계로 번졌다.


어라? 우리나라는 왜?

그런데 어라?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조용하지? 동북아 금융허브를 목청껏 외치며 금융만이 살 길이라고 미국식 금융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골몰했던 대한민국. 벌써 세 차례나 한국판 월가 점령시위인 여의도 점령시위가 벌어졌지만 아직 국민 참여는 저조한 편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에, 등록금 시위, 그리고 다섯 차례나 희망버스에 올랐던 대한민국 국민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다이내믹 코리아라며?

지난 26일 오전 서울 공덕동 노사발전재단 회의실에서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운영위원장·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등 금융·사회·노동 분야 전문가 세 명이 모였다.

“월가 점령시위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금융자본주의는 이제 막을 내리는 것인가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대규모 시위가 여러 차례나 일어났던 우리나라에서는 왜 월가 점령시위가 좀처럼 확산되지 않고 있는 것일까요.”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이 궁금했다.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대중적 시위에서 자꾸만 밀려나는 듯한 진보·노동계는 월가 점령시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까.

그래서 주제를 거창하게 잡았다. ‘월가 점령시위와 금융자본. 진보·노동계,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였다. <매일노동뉴스 특별좌담회>라는 그럴듯한 이름도 붙였다.

그런데 또 어라? 대안이 막막하단다.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은 “양쪽 모두가 대안이 없기에 위기를 위기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체제를 고수하는 쪽도 현재 문제가 없다고 마냥 모든 것을 덮어 둘 수만은 없는 상황이지만, 새로운 체제를 바라는 쪽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그래도 금융자본의 탐욕만은 막아야 한다”고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운영위원장이 말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발발했을 때 금융자본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데 월가 점령시위를 기점으로 금융자본의 탐욕, 즉 1%가 99%를 수탈하는 금융시스템 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 장 위원장은 “탐욕에 대한 저항은 곧 대안을 만드는 시작”이라고 했다. 그는 “금융자본주의 혹은 지금의 금융시스템을 넘어설 다른 체제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사회학자인 신광영 중앙대 교수는 “금융 중심의 경제질서 변화가 불평등·빈곤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불러일으켰고 노동시장 유연화 같은 고용구조까지 바꿔 놓았다”고 지적했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신용카드 사용하잖아요. 그게 바로 우리가 금융시스템 안에 있고, 삶 자체가 금융시스템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신 교수는 “금융자본주의 경제질서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지만, 그 양상은 다양한 계층(집단)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곧 쓰나미가 몰려올 것”이라는 예언을 남겼다.


3막2장 혹은 막장에 다다른 금융자본주의

어쨌든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금융자본주의는 막을 내리는 중이거나 (참석자들의 희망을 담아) 막을 내려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몇 가지 대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그러나 뭔가 뚜렷하지 않다. 지금 넘어 다음 세계는 아직 안갯속이다. 가 보지 않은 길이다.

그렇다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최근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금융권이 과도한 탐욕과 도덕적 해이를 버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 후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기관들이 과다이익을 취한다는 언론보도와 비판이 쏟아졌다. 과도한 주주배당도 문제로 떠올랐다. 이어진 건? 바로 금융권 노동자들의 고임금 문제였다. 좌담회 참석자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지원 : 노동자가 많은 임금을 받는 것이 문제인가. 아니다. 오히려 많은 노동자가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 문제다. 금융노동자들이 고임금을 받는다 해도 그 자체로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금융기관 주주배당액에 비하면 임금규모가 크다고 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금융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금융기관의 탐욕이 문제로 떠올랐고, 실제로 금융피해자도 늘고 있다. 피해당사자 대부분이 서민이다. 그런데 금융노동자들이 금융기관 혹은 금융자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스스로 개선하려 노력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목소리만 높았고 행동은 없었던 것 아닌가. 또 금융피해자와 연대해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같이 싸웠는가. 사회적 연대가 없으니 일반 국민과 금융노동자와의 접점이 있을 리 없다. 그런 반감이 고임금 문제로 표출된 것 같다. 자본의 편에 설 것인가, 노동자·서민의 편에 설 것인가. 사회적 지지를 얻을 것인가 혹은 사회적 비난에 직면할 것인가. 사회적 연대가 갈림길이라고 본다.

 

▲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정기훈 기자

신광영 : 금융권만 고임금인가. 언론사는 그렇지 않은가. 돈 많이 버는 주류 언론은 임금 많이 주고, 그렇지 못한 언론은 적은 임금을 준다. 기업별로 차이가 있다. 언론들은 금융권 고임금을 지적하면서 이런 문제는 드러내지 않는다. 기업별노조 체제에서 기업 수익에 따른 임금배분은 오랜 관행이었다. 그것이 우리나라 노조들이 추구했던 분배방식이었다.

물론 이런 체제가 정당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별 체제에서도 같은(비슷한) 일을 하지만 다른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있다. 비정규직이다. 현대차 사내하청 파업이 그렇게 일어나지 않았나. 정규직의 문제해결 의지는 낮았다. 또 궁극적으로는 기업별노조를 뛰어넘는 산별노조 체제로 전환해 사회연대를 실천해야 한다. 나만 잘 먹고 잘살자는 주의가 고임금 비난을 불러오는 것이다.



장화식 : 과다이익을 추구하는 금융권에 대한 비판이 노동자에게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기업과 그 기업에 다니는 노동자를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고임금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금융기관이 많은 이익(과다이익)을 남기니까 노동자가 많은 임금을 받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그런데 금융노동자들 역시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많은 이익을 남겨야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고에 젖어 있다. 안팎에 있는 모두가 회사와 노동자가 일심동체라는 '동일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금융노동자들도 자신의 회사가 과다이익을 추구하는 행위에 대한 비판의식이 없다. 회사도 노동자에게 고임금을 보장하면서 내부를 다스린다.

동일시 인식을 깨야 한다.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력을 투여해 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받는 것뿐이지 회사 그 자체가 아니다. 고임금 비판이 정당하던 정당하지 않던 동일시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금융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비난은 끊임없이 제기될 것이다.


“1%를 위한 99%의 희생, 더 이상 용납 못해”

이날 좌담회는 토론을 위해 마련된 자리가 아니다. 앞서 밝혔듯이 진보진영이 이 사안을 어떻게 바라보고 나아가야 할지 모색하고 의견을 모으는 시간이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월가 점령시위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장화식 :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각종 파생금융상품(파생상품)에 대한 연구가 활발했다. 모기지와 파생상품들이 얽히고설키면서 리먼브러더스와 같은 대형 금융회사가 파산에 이르렀다. 파생상품은 애초부터 불안했고, 시장에서 통제 가능하지 않았다. 그 상품들이 금융망을 타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위기도 세계화했다. 2008년 당시 이런 논의가 주로 진행됐다.

지금은 보다 본질적인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월가의 금융시스템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월가 점령시위도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1%를 위해 99%가 희생하는 금융시스템, 금융자본주의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체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용납할 수도 없다는 사람들의 인식, 분노가 월가 점령시위로 표출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운영위원장
정기훈 기자

신광영 : 지금 세계가 직면한 위기는 금융만이 아닌 전 사회적인 위기다. 출발점은 금융시스템 문제였지만 위기는 빈곤·불평등·노동유연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 노동시장의 불평등과 부당한 고용방식(비정규직), 저임금 등의 문제가 모두 포괄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문제가 간헐적으로 불거지기는 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노동단체들이 여러 요구를 내걸기는 했지만 문제를 해결할 만큼 충분히 대응하지는 못했다. 도시 빈민, 위태로운 중산층, 집은 있지만 직업을 구하지 못한 하우스 푸어, 잠잘 곳조차 마련하지 못한 노숙자 등 다양한 형태로 불평등을 겪는 인구집단이 늘어나고 분화하고 있다.

금융서비스업이 가장 좋은 업종으로 선호되고, 뛰어난 학생들은 모두 금융회사에 들어가지 못해 안달이다. 여성들은 월가에서 일하는 사람을 신랑감으로 선호한다. 미국 대학 대부분이 금융공학과를 개설했다. 금융 중심의 경제질서는 사회 전반을 바꿔 버렸다. 금융은 마치 스스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한때 부의 증진을 안겨다 줬지만 사회 곳곳에 빈곤과 불평등이라는 문제점을 남겼다. 그것이 현재, 그것도 전 세계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한지원 : 미국 자동차 할부사업 방식을 보면 문제점이 무엇인지 금방 드러난다. 미국에서 연봉 3천만원을 받는 노동자가 차를 사러 영업점을 방문하면 직원이 6천만원 상당의 세단을 구입하라고 권하면서 5년짜리 할부를 끊어 준다. 또 자동차 영업점에서 자동차 할부금융 외에 1억원짜리 집을 구매하라고 소개해 주고 집값의 90%까지 모기지론(장기 주택담보대출)을 제공한다. 5년이 지나면 집값이 2억원으로 뛰어오른다. 차를 사러 갔던 사람은 6천만원짜리 차를 공짜로 얻은 셈이다. 이것이 바로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 미국 자동차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가 지맥(GMAC)이라는 금융회사를 만들어 시행했던 금융사업이었다.

결과는 어찌 됐는가. 집값이 내려가니 모기지는 물론 자동차 할부금까지 받지 못했다. GMAC이 먼저 무너지고 자동차값을 회수하지 못하니 GM마저 위기에 빠졌다. 소비자는 물론 금융사·제조사 모두가 위기에 처했다.

미국 국민은 70년대 이후 이러한 소비패턴에 아주 익숙했다. 일해서 임금을 받아 저축하는 것보다 부채를 얻어 차를 사고 집을 사는 것이 훨씬 이익이었다. 치열하게 싸워서 임금을 올리기보다는 부채를 얻어 수익을 올리려 했던 게 미국 노동자의 삶이었다. 이러한 금융시스템의 한 귀퉁이가 무너지자 노동자의 삶이 나락으로 빠진 것이다.

월가 점령시위를 살펴보면 참가자 대부분이 젊은(청년) 백인들이다. 오히려 미국의 빈민층인 흑인이나 라틴계 노동자는 찾아볼 수 없다. 금융화된 소비패턴에 가장 익숙했던 백인 청년들이 금융시스템이 무너지면서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봤다. 위기의 체감도가 아주 높았다. 흑인이나 라틴계 노동자들은 원래부터 빈곤층이라 금융화 된 소비패턴에 접근할 수도 없었다. 예전부터 생활이 어려웠기에 지금이 더 어렵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체감도가 낮다. 월가 점령시위가 ‘우리는 99%다’라고 외치지만, 이런 점에서 아직 99%를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장화식 : 금융산업이 제조산업을 벗어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돈으로 측정되지 않았던 건강·환경과 같은 영역까지 금융상품으로 개발해 돈 거래,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빚(채권)까지 파생상품으로 만들어 팔고 또 팔았던 것이 금융자본이다.

이들은 사회 전반을 장악했다. 새 상품을 만들려면 규제완화가 필요했고 법을 바꿔야 했다. 그 필요에 따라 정치권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학자나 전문가들이 ‘금융만이 살길이다’라는 논리를 만들었다. 언론이 그 논리를 대중에게 유포했다. 이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미국 금융자본은 미국 전반을 지배하는 세력으로 자라났다.

우리나라만 봐도 금융위기 이전에는 펀드 하나 가입 안 했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인 양 취급했다. 파생상품 하나 모르면 엘리트에 속한 이가 아니라 생각했다. 컴퓨터 자판 몇 번 두드려 주식 거래로 하루 몇백만원씩 벌 수 있었던 게 금융화다. 공장에서 꾸준히 일하면서 돈을 버는 노동은 시들해졌다.

금융거품이 꺼지고 나니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미국은 제조업 기반이 거의 없는 상태다. 금융이 무너지자 사람들은 살 길,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그동안 진 빚 때문에 급격히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 미국 국민이 그렇게 외치고 있는 것이다.

신광영 : 신용카드는 누구나 쓰고 있지 않은가. 그것이 금융화다. 물건을 살 때도 심지어 전철을 탈 때도 신용카드를 사용한다. 신용카드는 그것 자체가 빚이다. 다음달에 빚진 돈을 갚을 것이라는 신용을 바탕으로 미리 빚을 내 물건을 사는 것이다. 언제든 빚을 질 수 있도록 일상화하고 제도화한 것이 바로 신용카드다. 덩달아 빚을 통한 과소비도 부추겼다.

우리의 삶 자체가 금융시스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성인 5명 중 1명꼴인 480만명이 주식거래를 한다. 종합주가지수는 98년 300대에서 10년이 지나지 않아 2천100대로 올라섰다. 단순계산으로도 7배의 이익을 거뒀다. 중산층까지 개미군단이라 불리며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또 지난 10년간 해외자본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국부유출이라는 말은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 해외자본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떼돈을 벌어갔다. 한국은 게임을 하기 좋은 놀이터에 불과했다. 모든 것이 합법이라는 틀 속에서 이뤄졌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강화된 주주 중심의 기업체제(주주자본주의)는 이런 흐름을 고착화했다. 주주들이 전문경영인(CEO)을 선임하거나 해임했고, 경영인은 자신의 목줄을 쥔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봉사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사업축소나 분할매각, 정리해고와 같은 무자비한 일들이 그렇게 일어났다. 그 사이 주주들의 부는 더욱 늘어났다. 이런 합법적인 사기극, 부당한 일들을 사람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반발은 파도와 같다. 시위가 강해졌다 약해지기를 반복하지만 궁극적으로 이런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곧 쓰나미가 몰려올 것이다.

장화식 : 반대 측면에서 주주들은 전문경영인에게 엄청난 액수의 임금과 성과금, 스톡옵션을 제공하면서 자신들의 이익 추구에 동참할 것을 요구한다. 미국에서 전문경영인과 일반노동자의 소득격차가 300배를 넘어섰다. 소득 편중 현상, 부의 불평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런 체제로 가고 있다. 98년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정부는 재벌개혁, 금융시장 개방, 노동시장 유연화, 공기업 개혁(민영화), 외환시장 자유화를 정부 목표로 추진했다. 이 모두가 주주자본주의를 강화하는 방안이었다. 금융시장 개방과 금융거래의 자유화, 주주자본주의 강화 모두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방향이었다. 우리나라도 그 길을 따라 걸어왔던 것이다.


“금융기관에 대한 인식, 한국과 미국은 다르다”

▲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정기훈 기자

금융자본의 문제점을 지적하려면 한도 끝도 없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11년 국가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수많은 분석이 제기됐고, 대중적 반발시위도 거셌다. 미국 월가 점령시위가 전 세계로 확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반월가(반금융) 시위가 확대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 반금융 정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것일까.



한지원 : 미국에서 1%는 월가가 맞다. 월가 금융자본은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언론·사회 전반을 장악했다. 오피니언 리더들이 월가의 지원을 받아 미국을 움직인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1%가 재벌이다. 재벌은 경제·정치·언론은 물론 정부 정책까지 좌우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1%대 99%의 싸움은 여의도 점령시위가 아닌 희망버스다. 한진중공업이라는 재벌의 정리해고라는 부당한 행위에 맞서 시민이 자발적으로 싸움에 나선 것이 바로 희망버스이기 때문이다. 사안은 다르지만 양상은 비슷하다.

미국은 금융산업을 통해 자본축적을 이뤘지만 우리나라는 재벌이 자본을 축적해 왔다. 지금도 강력한 형태로 한국을 지배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재벌들도 90년대 이후 금융화를 많이 이뤘다. 은행을 제외한 보험·증권 등 제2금융권은 거의 재벌그룹이 독점했다.

장화식 : 금융기관에 대한 인식이 다른 측면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은행은 과거 개발독재시대에 산업을 뒷받침하면서 국민의 돈을 맡아 목돈을 마련해 주던 곳이었다. 산업자본은 은행에서 돈을 빌려 공장을 세웠고, 노동자들은 임금 받아 적금을 부었다. 금융기관이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했던 시절이 있었다.

반면 금융화가 일찍 시작된 미국·영국 등에서는 금융자본의 사기행각에 대해서도 일찍 눈을 떴다. 1929년 세계 대공황 때도 주가폭락으로 많은 이들이 손실을 입었다. 미국 7대 대통령인 앤드류 잭슨은 180여년 전인 1830년대에 벌써 '은행은 군대보다 무서운 무기다'라는 말을 남겼다. 금융자본의 무서움을 일찍부터 깨달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에야 제대로 된 금융기관이 생겼다. 초기에는 인식도 좋았다. 우리 국민은 군사독재에 대해서는 맞서 싸웠지만 금융독재는 알지 못했다. 지금은 금융자본의 위험성을 깨달았고, 실제 금융피해를 입은 사람도 늘었다. 여의도 점령시위가 아직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지는 않지만 꾸준하게 이어질 것이다(장화식 위원장이 몸담고 있는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여의도 점령시위를 주도하는 단체 중 하나임).

신광영 : 장소의 문제도 있다. 미국 월가는 금융자본, 즉 부와 권력의 핵심이라는 하나의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여의도 하면 집값 비싼 곳 혹은 국회가 있어서 그런지 금융보다는 정치중심지로 각인돼 있다. 월가하고는 이미지가 다르다. 또 우리나라 재벌 하면 전자나 정보통신(IT)을 떠올리지 금융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국민도 ‘반드시 저기(여의도 점령시위)에 가야겠다’ 그런 마음이 아직은 들지 않고 것이다.

그렇다고 금융자본에 대한 불만이 축적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도 빚 많은 사회가 됐다. 직접적인 금융피해자뿐만 아니라 청년 학자금대출, 빈곤층 생활대출, 중산층 주거대출 등 모든 것이 금융과 연관돼 있다. 청년들은 미래를 금융기관에 저당 잡혔다. 또 이런 것들이 청년실업 문제, 빈곤층 확대, 전·월세 폭등, 노동유연화(비정규직) 등 다양한 사회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이런 문제 혹은 불만이 어떤 정치정당이나 조직체·단체로 묶여 조직화되지 못하고 있다. 또 다양한 계층이나 집단으로 분화된 많은 사람이 다른 이슈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도 존재한다. 그래서 개별적인 투표나 우발적인 사건을 통해 그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장화식 : 우리나라는 금융자본의 역사가 길지 않고 산업자본, 속칭 굴뚝산업이라는 불리는 제조업으로 나라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나 97년 외환위기 이후 미국식 금융시스템을 받아들였다. 재벌들도 ‘힘들게 제조업 해서 뭐하냐’며 금융산업에 적극 뛰어들었다. 정부가 앞장서 동북아 금융허브를 외쳤다. 그렇게 금융자본주의로 재편하던 중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진 것이다. 혹자는 금융위기라 2년만 늦게 왔더라도 우리나라의 금융화가 상당히 진척돼 위기를 극복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문제점이 여러 계층·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본질은 금융자본주의, 체제의 문제다. 때문에 여의도 점령시위를 꾸준하게 이어 나가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신광영 : 재벌들은 자동차 한 대 만들어 팔면 수익이 불과 몇 % 안 된다고 엄살을 떨곤 하는데, 그에 비하면 금융시장은 정말 돈 벌기 쉬운 곳이었다. 땅 있으면 땅값 오르고, 주식 있으면 주식가치가 오르고, 금융할부로 손쉽게 이자놀이 하고…. 재벌들도 애써 제조업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미국처럼 자동차 할부에 모기지까지 한꺼번에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나아가지는 않았지만 그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미국은 이제 제조업이 거의 사라졌다. 제조업 종사자 비율이 12~15%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서비스업에 종사하는데, 금융이 핵심이다. 우리나라도 그런 쪽으로 흐르면서 탈산업화하고, 경제구조가 빠르게 변했다. 자본은 당연히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쪽으로 흘렀다. 그래서 금융자본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지원 : 고스톱을 칠 때 점당 50원인데 광값을 200원으로 정하면 게임을 할 수 없다. 광파는 사람이 돈을 벌기 때문에 모두가 광만 팔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고스톱을 쳐야지 게임이 돌아가고 또 다른 누군가는 광을 팔 수 있다. 금융자본은 금융시스템을 만들어 서민을 게임에 참가시키고, 자신들은 광을 팔아 이익을 거두고 있다.

금융의 세계화 이후 자본의 성장을 통한 부의 확대와 일반 시민의 행복 증진은 반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금융세계화는 노동자에게는 저임금을, 자본가에게는 투기할 수 있는 부를 안겨 줬다. 그런데 금융은 그 자체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 금융자본이 금융거래를 통해 획득하는 부(부가가치)는 누군가의 노동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선진국 금융기관들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이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통해 만들어 낸 부가가치를 향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업(제조) 내에서는 노동자에 대한 대대적 탄압을 통해 임금을 낮추고, 저비용 고수익을 내 주주배당으로 금융자본에 이익을 선사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월가 점령시위를 분석하면서 일부 언론은 '계급투쟁'이라는 표현을 썼다. 금융자본주의를 떠받쳐 온 제조업 저임금 장시간 노동문제가 다시 주요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규제 강화로는 충족되지 않는…”

이야기가 다시 돌고 돌기 시작했다. 다시 금융자본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초점은 있었다. 이야기가 돌 수밖에 없는 것은 월가 점령시위는 물론 빈곤과 불평등, 노동유연화 등 사회 전반의 문제들이 결국은 금융세계화가 진행되면서 나타났거나 확대했다는 인식 때문이다. 금융세계화는 시장만능주의와 정부 간섭배제·규제완화를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사상과 함께 맞물려 돌아갔다. 그래서 사람들은 금융세계화 혹은 금융자본주의를 신자유주의의 또 다른 이름처럼 부르곤 한다. 이제 대안을 들어볼 차례다. 그러나 누구도 딱 부러지는 대안을 내놓지는 못했다. 혼란의 시대, 점쟁이가 돼야 할까.

장화식 : 무엇이 대안일까. 금융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규제 강화요구가 높아졌다. 지금은 시스템을 바꾸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혁명에 버금가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도 있다.

우선은 금융을 제자리로 돌려놔야 한다. 사회가 생산한 부가가치가 금융에 쏠리지 못하도록 하고, 금융이 실물경제를 돕고 자원을 배분하는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다. 은행을 국유화하는 주장도, 주식과 파생상품 등 금융거래가 이뤄지는 자본주의 상징인 거래소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거래소는 대형 금융기관들의 투기판일 뿐이다. 카지노 자본주의라는 말은 오래 전부터 회자됐다.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겸업화와 금융기관의 대형화는 막아 내야 한다. 은행이 왜 보험과 펀드를 팔아야 하는가. 또 그 수수료로 막대한 이익을 얻어야 하는가. 금융기관이 적정이익을 넘어서는 과다이익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규제해야 한다.

신광영 : 우리나라 복지가 정치권 논쟁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사후 처방적인 논의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불평등과 빈곤의 문제에 대한 사전예방이 필요하다.

미국은 제1세계와 제3세계가 동시에 존재하는 곳이다. 선진국의 모습이지만 구석에는 아프리카처럼 후진국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역설적이게 경제대국이며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했다는 미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빈곤율이 가장 높다. 불평등도도 멕시코 다음으로 미국이 높다. 미국 인구 중 4천500만명이 아파도 병원에 못 간다. 의료보험이 없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의료보험제도 개혁에 나서는 이유다. 미국의 사회보장은 아주 취약하다.

우리나라 역시 불평등도가 미국만큼 높다. 복지논쟁은 필연적인 결과다. 정치권이 경제살리기 논리로 '잘살아 보세'를 외쳤고, 국민이 그것을 선택하기도 했지만 삶은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게 드러났다. 이런 논리는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남은 것은 복지밖에 없다.

한지원 : 한국에서 키를 쥔 집단은 여전히 재벌이다. 30대 재벌의 매출액이 우리나라 국민총생산(GDP)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위기가 올수록 우리나라 정부 대책은 재벌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로 모아진다. 그것이 변하고 있지 않다. 대표적인 게 고환율 정책을 통한 수출 돕기 정책 같은 것이다. 경제는 더욱더 재벌에 종속됐다.

노동계는 이런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재벌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도 못했다. 대기업노조들이 먼저 자신의 기업을 스스로 감시해야 하는데, 오히려 대기업노조 역시 개혁대상으로 지목당한다. 선거 부정이나 금품 비리 같은 사건으로 언론에 오르내리면 누구로부터도 지지를 받을 수 없다. 대기업노조의 자기혁신과 재벌 감시·견제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삼성처럼 노조가 없는 대기업 사업장에 대한 적극적인 조직화도 필요하다.

장화식 : 지금까지 두 차례(보도시점에서는 세 차례) 여의도 점령시위를 벌였다. 주로 금융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인식한 단체 회원이나 금융기관으로부터 직접적인 피해를 당했던 사람들이 참여했다. 규모가 작은 사채업자는 대부업자고, 규모가 큰 사채업자는 은행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 와서 보면 대부업체와 은행이 하는 일이 거의 차이가 없다. 그러다 보니 금융피해자들이 생기는 것이다.

여의도 점령시위를 꾸준하게 이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1%를 위해 99%를 수탈하는 금융자본의 탐욕은 막아야 한다. 탐욕에 대한 저항은 곧 대안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다. 금융자본주의, 지금의 금융시스템을 넘어선 다른 체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시위가 단시간에 폭발적으로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는 크게 갖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꾸준하게 시위를 이어 나간다면 점차 공감대를 넓혀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경찰은 최근 여의도 점령시위 당시 참가자들이 보도를 따라 거리행진을 했다는 이유로 금융소비자협회와 투기자본감시센터 관계자들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내왔다. 장화식 위원장은 “당연히 우리는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찰이 또 출석요구서를 보내고 우리가 반발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언론이 관심을 기울일 것이고, 우리의 목소리는 더 널리 퍼질 것”이라며 “마치 MB정부가 우리를 도와주는 것 같다”고 농담을 던지고는 웃었다.

이야기가 너무 추상적이다. 뚜렷한 무언가는 없을까.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좌담회에 참가한 세 명의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노동계가 금융자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데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지원 : 현 금융시스템, 금융자본주의는 위기에 봉착했지만 그것을 극복하려는 다른 세력도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양쪽 다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에 위기를 위기라 하는 것이다. 노동운동이나 진보정당이 국민에게 대안을 제시해야 하지만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 실현 가능성 없는 세련된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내부역량을 키워 나가는 기초체력 다지기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내부 단결을 이루고 기득권(금융자본 혹은 재벌) 세력에 대한 저항을 지속해야 한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와 같은 현안 해결이 중요하다. 노동운동이 정치권 뒤꽁무니를 쫓아다녀서는 안 된다. 노동운동은 노동운동이 해야 할 일이 있다. 월가 점령시위나 희망버스와 같은 대중운동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대안 마련의 시작이다.

신광영 :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민생문제 해결이 핵심 의제로 떠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복지문제는 계속 이슈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자살률이 세계 1위인데, 노인빈곤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노인 자살률이 전체 평균 자살률을 상회한다. 1인 가구 등장 등 가족구조가 급격히 바뀌고, 이혼율 증가로 가족해체가 진행되면서 여성 가장도 많이 생겼다. 이런 가구 대부분이 빈곤층이다.

사회구조가 빠르게 변화고 있어 사후처방으로는 문제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은 경제질서, 즉 금융시스템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복지정책 마련과 함께 경제질서를 바꿔 나가는 포괄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 한쪽만 막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경제질서의 변화, 대안 체제 마련이 가장 근본적이고 사전적인 예방책이다.

장화식 : 노동계가 금융자본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높은 등록금, 청년 실업, 비정규직 문제, 손쉬운 정리해고 등 사회적 문제들은 결국에는 사회적 부가 소수에 집중됐거나 집중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사회의 1%가 부를 독점할 수 있게 뒷받침하는 것이 지금의 금융시스템이다. 노동계는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노동유연화를 포함한 노동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금융기관은 사회적 통제 아래 둬야 한다. 금융기관의 사유화를 막고 사회화·국유화해야 한다. 그럴 때 지금과 다른 세상을 만들 방법도 하나씩 찾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신광영 : 지금까지 전 세계가 미국식 금융시스템을 금과옥조처럼, 글로벌 스탠더드로 떠받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치·관료·학자들이 암묵적 3자 연합을 맺어 미국식 금융시스템을 받아들이고 쫓아가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이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판명됐다. 그것은 낭떠러지로 가는 첩경이다.

금융자본주의 혹은 주주자본주의를 벗어나 유럽식 이해당사자 중심의 자본주의로 거듭나야 한다. 기업이나 경영인이 주주배당 등 자본만의 이해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기업 이익도 결국은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해 발생하는 것이다. 그 상품을 만드는 것은 노동자다. 개별 가구와 정부는 교육과정을 통해 기업에 인재를 제공한다. 특히 교육의 결과로 인재를 활용하는 것은 기업이다. 그런데 그 비용은 개별 가구나 정부가 모두 부담한다.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는데도, 기업은 키워 놓은 인재를 무료로 활용하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엄청난 이익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주주·경영인·노동자는 물론 소비자·정부·지역주민 모두가 기업의 이해당사자들이다. 기업은 주주만의 이해를 반영한 단기적 이익극대화가 아니라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이해를 반영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그런 경영방식이 우리나라에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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