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보선은 여야 모두에게 후폭풍을 남기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타격을 입은 곳은 다름 아닌 한나라당이다. 서울시장 출신 이명박 대통령까지 배출하는 등 지난 10년간 서울을 장악해 왔던 한나라당이 야권단일후보 박원순에게 참패했기 때문이다.

박원순 승리의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공통분모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에 대한 심판론으로 모아진다. 이면에는 사회양극화 심화와 대다수 서민의 불만이 자리한다.

한나라당이 27일 오전 개최한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거의 성토대회가 열렸다고 한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우리당이 변한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한 데 대해 처절히 반성한다”고 말했고, 원희룡 최고위원은 “현상유지에 무게를 두고 시간을 벌려고 할 때 민심이 더 멀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한나라당은 이 같은 성토 속에 다음주 중 쇄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홍준표 대표는 “20~30대에 다가가는 정책과 소통의 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 대표는 하나를 첨언했다. 그는 “한미FTA 비준동의안은 예정대로 추진을 하도록 하겠다”며 “법정시한 내에 예산안 처리에 대해서도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그동안 28일 국회 본회의를 한미FTA 처리 1차 시점으로 잡고 “한칼에 해치우겠다”고 공언해 왔다. 강행처리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다.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도 “민주노동당이 물리력을 행사한다면 그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강행처리를 위한 경위권 발동을 시사했다. 이 같은 정황을 미뤄 볼 때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당장 28일이 1차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민주당은 27일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이 강행처리를 시도한다면 몸싸움을 해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90%의 의원들이 입을 모았다. 비록 민주당이 이를 당론으로 채택하지는 못했지만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선거 참패, 그리고 다른 야당과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의 강력한 요청에 따른 민주당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만 변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장 선거 참패로 인해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데도 말이다. 선거 결과에 나타난 민심을 헤아리지 못하는 한나라당. 정신 못 차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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