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박원순 야권단일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된 다음날인 27일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은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미FTA 비준에 반대하며 27일 현재 23일째 서울 대한문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박석운(57·사진) 한미FTA저지범국본 대표는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강행처리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 단식투쟁을 선택한 이유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와 미국 상·하원의 한미FTA 이행법안 비준을 앞두고 있었다. 그 뒤 상황은 한국 국회에 한미FTA 비준으로 휘몰아치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자포자기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사실 6년째 한미FTA 반대투쟁을 하다 보니 모두들 지쳐 있었다. 투쟁동력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단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단식 뒤 동조농성이 들어오고 투쟁대오가 모이기 시작했다. 국회에서도 긴박감을 갖고 적극적인 행동이 진행되고 있다.”


“투쟁동력 모으기 위해 단식농성 선택”


- 누가 투쟁에 합류하고 있나.

“기본적으로 노동자·농민 등 대중조직이다. 민주노총·여성농민회가 릴레이 단식농성에 동참하고 있다. 기독교·중소상인·참여연대·민변도 동조단식에 함께한다.”

박 대표는 "투쟁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저녁 여의도에서 촛불집회가 열렸다. 28일에는 국회 앞에서 대중집회가 개최된다. 마침 기자가 인터뷰를 하는 동안 조준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김태일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이 지지방문을 했다. 이를 두고 박 대표는 “서광이 비치고 있다”고 표현했다.

- 한미FTA는 왜 안 되나.

“우선 주권침해와 불평등의 문제가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 국내법 밑에 한국 국내법이 놓이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한 공공·복지정책도 투자자국가제소제도(ISD)에 막혀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경제위기를 넘으려면 유효적절한 금융규제정책이 필요한데, 한미FTA가 발효되면 제약을 받는다. 결국 금융시장 파탄으로 간다.”

박 대표는 "무엇보다 노동자들의 삶이 더 팍팍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건설기계 수급조절 제도가 한미FTA에 저촉된다고 제약을 받는 상황”이라며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삶은 도탄에 빠진다”고 말했다.


- 나흘간 끝장토론을 벌였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끝장토론은 상당한 성과를 냈다고 본다. 다만 그때 도출된 문제점과 해야 할 일을 국회가 받아서 추가협상을 해야 하는데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버티고 민주당은 우물쭈물하고 있다. 국민여론을 되돌리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끝장토론 결과가 제대로 피드백이 안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는 “민주당이 제 역할을 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이 몸싸움을 불사하고 나선다면 강행처리를 막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한미FTA 노동자·서민 도탄 빠뜨려”


-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강행처리 의사를 재차 밝혔다.

“현재로선 전망이 나쁘지 않다. 한나라당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참패했다. 수도권 한나라당 의원들은 굉장한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다. 지금 날치기는 쉽지 않다. 현재 자유선진당을 포함한 야6당이 모두 반대하고 있다. 더구나 황우여 원내대표와 남경필 외통위원장 등 한나라당 의원 20여명은 지난해 말 날치기를 하면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시기에 민주당이 견결한 자세로 몸싸움을 불사하면서 저지한다면 한나라당은 절대 강행처리를 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이날 오전 야4당과 범국본이 함께하는 야당공동정책협의회에서는 ‘재재협상 고수와 불균형 해소 전 비준 반대’를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이 당론으로 정할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한미FTA는 농민만이 아니라 노동자에도 회복하기 어려운 재앙을 갖고 온다. 우리사회 주도계급인 노동자가 여러 투쟁으로 지쳐 있긴 하겠지만 좀 더 책임감을 갖고 투쟁에 나서야 한다.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좀 더 힘을 내야 한다.” 박 대표의 마지막 당부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