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법규차장

10년 넘게 일한 직원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자 사장은 그를 해고하고 새 직원을 채용했다. 그런데 사장이 새 직원에게 들어가는 월급과 교육비용 일체를 해고된 직원에게 청구한다면 어떨까. 보통의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이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을 수 있냐고 반문할 지도 모른다. 쫓겨난 것도 서러운데 돈까지 대줘야 하다니…. ‘적반하장’이란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다. 홍익대학교 청소용역노동자들의 지금 심정이 딱 이렇다.

지난해 11월 홍익대 청소용역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든 뒤 임금·단체협상을 요구했다. 그들은 민주노총 최저임금 요구안만큼 급여를 올려달라고 주장했다. 그래봐야 한 달에 100만원 남짓의 임금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자 홍익대는 지난해 12월 청소용역업체들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청소용역노동자 대량해고 사태가 이어졌다. 새해벽두인 올해 1월2일에는 일하러 출근한 노동자들의 건물 출입열쇠를 빼앗고, 그것도 모자라 건물 출입 비밀번호까지 바꿔버렸다. 49일간 벌어진 홍익대 청소용역노동자들의 복직농성은 이렇게 시작됐다. 노동자들은 사회적 관심 속에 투쟁을 벌인 끝에 지난 2월 업무에 복귀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여타 투쟁사업장의 사정과 다를 게 없다. 노조를 결성했다고 대량해고하고, 노동자들은 오랜 투쟁 끝에 현장에 복귀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뒤에 벌어졌다.

지난 5월 홍익대는 청소용역노동자 6명에게 2억8천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청구 내용이 가관이다. 청소노동자들이 계속 일을 했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비용 1억8천만원에 노동자들이 농성을 벌이며 학교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비용 1억원을 합친 금액이란다.

노동자들의 직장 출입을 막고 열쇠까지 빼앗을 때는 언제고, 노동자들이 하기로 했던 일을 안 해 비용이 추가로 들어갔다며 소송을 낸 것이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청소노동자들을 감시하기 위한 교직원들의 야근비·특근비·야식비·담뱃값·술값까지 포함됐다.(나중에 사회적 비난이 빗발치차 담뱃값과 술값은 청구 내역에서 빠졌다.)

홍익대가 노조가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대량해고 사태를 불러왔으니, 해고노동자들이 해고기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청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거늘 오히려 학교측은 해고 당한 노동자에게 1인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지난 25일 이 황당한 사건의 첫 재판이 서울서부법원에서 열렸다. 판사가 홍익대를 대리해서 나온 변호사에게 물었다.

"계약을 해지한 상태에서 계약을 유지했으면 안 들어갔을 비용이라면서 청구하는 게 말이 되나?"

그러자 홍익대측 변호사가 답했다.

"40일도 넘게 농성하며 수돗물과 전기 등을 사용하면서 큰 피해를 끼쳤다."

다시 판사가 말했다.

"그럼 그 사용료 370만원만 청구하고 나머지는 취하하면 되겠구만."

누가 봐도 황당한 이 소송의 결말은 어떻게 나올까. 그 결과를 떠나 홍익대가 부담하는 수백만원의 소송비용과 수천만원의 변호사비용은 학생들이 낸 등록금에서 지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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