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에 가을이 한창. 도톰히 쌓여 폭신해 도심 작은 숲 자리엔 방석이 필요없다. 한진중공업 해고자 정상채씨가 거기 앉아 해거름 볕 조명 삼아 서류를 뒤적인다. 읽고 또 읽는다. 부당해고 구제신청 관련 자료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중앙노동위원회 건물 앞에서다. 경찰이 지켜 선 이유다. 그 옆 해고자 여럿이 침낭에 내복까지 한 짐 꾸려 노숙 농성을 대비했다. 작업복 주머니에 두 손 찔러넣고 길가에 앉아 꿈쩍 안 했다. 갑작스런 추위 속 조용히 자릴 지켰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가 불법이 아니면 대한민국 모든 해고가 불법이 아니다"며 농성 중인 해고자는 말했다. 심판이 코앞이다. 오가는 길, '서울이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뀐다'. 현수막이 요란했다. 선거가 코앞이다. 한진중 해고자들이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한 중노위 심판회의가 26일 열린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