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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처 핀잔에 돌연사, 업무상재해"
김은성  |  kes04@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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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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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처에서 무시당하는 말을 듣고 혈압이 올라 숨졌다면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근무 중 핀잔을 듣는 사소한 전화통화라도 스트레스를 받고, 그것이 사망원인이 됐다면 업무상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유족 “장기간 누적된 거래처 스트레스로 사망”

노아무개씨는 친언니가 운영하는 동물병원에서 사무원으로 근무했다. 행정업무와 진료·수술보조 업무, 방문자상담 등 여러 가지 업무를 담당했다. 그 과정에서 노씨는 거래처 사장인 김아무개씨에게 여러 차례 무시당하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병원과의 관계를 생각해 화를 억누르고 참아야 했다.

그러던 중 재해 발생일에 노씨가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한 달 전 주문했던 애견껌을 찾으러 가도 되겠느냐"고 물었고, 김씨가 "한 달 전 주문하고 찾아가지 않은 물건이 아직 남아 있겠느냐"고 핀잔을 줬다.

이에 노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무언가 말을 하며 전화를 끊었고, 눈물을 흘렸다. 이를 본 언니가 노씨에게 "왜 눈물을 흘리냐"고 물었고, 노씨는 "예전부터 김씨로부터 업무상 무시당하는 말을 들어 힘들었지만 병원과의 관계 때문에 참아 왔는데 이젠 더 이상 못참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노씨는 그동안 김씨와 겪었던 갈등 상황에 대해 말하던 중 갑자기 "억" 하는 소리와 함께 벽에 머리를 부딪치며 쓰러졌다.


공단 “거래처 핀잔, 특별한 스트레스 아니다"

노씨는 바로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다음날 숨졌다. 사인은 뇌지주막하출혈에 따른 심폐정지 등 이었다. 당시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뇌질환 등 특이질환에 대한 가족력도 없었다. 이에 노씨의 유족은 노씨가 업무상재해로 숨졌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반면 공단은 "노씨의 평소 업무내역과 재해발생 경위 등을 검토한 의학적 소견은 업무상 과로의 근거가 없고, 재해 당일 상황은 근무시간에 통상적으로 벌어질 수 있는 사안으로 특별히 스트레스라고 볼 수 없다"며 유족보상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내렸다.

공단의 자문의 중 일부는 "노씨가 거래처와 통화 후 눈물을 흘리는 등 감정 기복이 심했고 그 직후 쓰러진 재해 경위가 뚜렷한 바, 업무 중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노씨가 사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소수의견을 내기도 했다.


법원 “업무상 스트레스로 사망”

노씨의 유족은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원고승소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서태환 부장판사)는 “근로복지공단이 노씨의 유족에게 내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고 소송비용을 부담하라”고 선고했다.

법원은 "노씨가 오랫동안 김씨로부터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아 스트레스가 누적된 상태에서 김씨에게 또다시 질책을 당하자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밀어 갑작스럽게 혈압이 상승하고 뇌동맥류가 파열돼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노씨의 건강상태를 고려할 때 장기간 누적된 거래처 스트레스로 인한 혈압 상승 외에 다른 사망원인을 찾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노씨가 김아무개씨에게 여러 차례 업무상 무시당하는 말을 들어 힘들어했지만 병원과의 관계 때문에 화를 억누르고 참았던 점 △재해 바로 직전 노씨가 김아무개씨에게 업무상 질책을 당하고 이에 울분을 토하다 그 자리에서 뇌동맥류가 파열돼 쓰러진 점 △재해 당시까지 건강에 아무이상이 없고 뇌동맥류파열 위험인자로 알려진 고혈압·과음·흡연력·가족력 등이 없었던 점 △노씨의 재해경위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하면 갑작스런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 혈압상승의 원인 외에 다른 원인에 의해 뇌동맥류가 파열되었을 가능성을 상정하기가 매우 곤란한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관련 판례] 서울행정법원 2010구합47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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