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달아오르고 있다. 후보들의 선거전술은 네거티브 공세로 나타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후보들의 신상문제가 불거진다. 지지선언은 있지만 정책공약에 대한 활발한 토론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세훈 시장 사퇴로 급작스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결정된 탓으로 돌릴 수도 있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얼굴이다. 서울시정은 지방행정의 표본이자 모범이다. 더 이상 네거티브 공세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선 안 된다. 잘못된 선택은 한 번으로 족하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눈여겨봐야 할 공약은 복지와 일자리 정책이다. 복지공약은 이전 서울시장 선거뿐 아니라 주민투표 과정에서 어느 정도 검증이 이뤄졌다. 무상급식만 보면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는 선별적 급식이라는 오세훈 전 시장의 정책을 수용했다. 박원순 야권단일후보는 무상급식 정책을 지지한다. 공약만 보면 이미 치러진 서울시장 선거와 주민투표의 재판인 셈이다. 여기까진 오세훈 전 시장에 대한 심판이냐, 계승이냐로 모아진다.

결국 선택지는 일자리 공약이다. 8월 고용동향을 보면 서울의 취업자 수는 508만9천명이며 고용률은 59.9%, 실업률은 4.3%다. 취업자 수와 고용률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약간 증가했고, 실업률은 동일하다. 산업별 취업자 수를 보면 전통산업인 제조업, 건설업, 도소매·음식숙박업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줄고, 서비스업·금융업 등이 늘었다. 종사상 지위별로 보면 자영업·임시직·일용직은 줄고 상용직은 늘었다.

지표를 보면 서울시의 고용상황은 예년에 비해 나아졌다. 서비스업에서 취업자 수가 늘고, 상용직 고용이 소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실업률(4.3%)은 전국 평균(3.0%)을 웃돈다. 서울시의 실업자는 전체 실업자의 30%에 이른다. 상용직(229만7천명) 대비 임시·일용직(157만9천)은 절반을 넘어섰다. 노동시장 양극화가 매우 심각하다는 얘기다. 아울러 8월 말 현재 체불임금은 약 798억1천300원인데 서울시 노동자의 체불임금만 약 337억3천700만원에 달한다.

결국 서울시장은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실업자와 체불 노동자, 심각한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일자리 문제는 지방정부 힘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정확하게 말하면 지방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그리 많지 않다. 지방정부의 사무 중 중앙정부의 위임사무가 75%에 달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독자적인 정책을 펼칠 때 뒷받침될 예산이 많지 않다는 얘기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운신의 폭이 좁다. 하다못해 지방정부의 임시·일용직 인건비마저 중앙정부의 총액인건비 지침을 따라야 한다. 지방정부 스스로가 낮은 인건비를 올리거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를 고려할 때 나 후보와 박 후보의 일자리 공약을 보면 아직 덜 다듬어지거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이다. 이를테면 나 후보는 정보기술(IT)·생명공학(BT) 등 8대 분야를 융합화하는 전략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했다. 관광객 2천만 시대에 대비해 문화컨텐츠 산업을 육성하고, 청년창업 활성화를 위해 10만평 규모의 전용단지 조성방안도 내놨다. 반면 박 후보는 청년벤처기업 1만개를 육성하고 공공·사회 서비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회투자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서울형 마을기업과 협동조합 그리고 사회적 기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두 후보의 일자리 공약은 중앙정부와 함께 하지 않으면 실현이 어려운 공약처럼 보인다. 중앙정부의 일자리 창출방안 또는 오세훈 전 시장이 내놓은 일자리 공약과의 차별성도 크지 않다. 특히 서울시의 부채는 지난해 말 현재 약 5조원에 육박하며 시 투자기관을 포함한 전체 부채는 25조5천억원에 달한다. 두 후보 공약을 보면 서울시 부채 줄이기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가 양립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후보들 간 좀 더 치열한 토론이 필요한 부분이다.

다만 박 후보가 요양·간병·보육 등 분야에서 공립시설 확충과 종사자 근로조건 개선, 서울시와 산하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점은 눈에 띈다. 또 서울시 사업발주 시 고용안정 기업을 우대하거나 노동복지센터를 확대하는 방안도 관심이 쏠린다. 노사민정협의회와 노정협의를 통해 노사 현안 해결을 제안한 것도 주목된다. 이런 공약은 일자리의 양뿐 아니라 질을 높이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안정된 노사정 관계에서 좋은 일자리가 나온다는 철학이 공약에 반영된 듯 보인다.

반면 나 후보는 40~50대 조기 퇴직자, 여성·장애인 일자리 알선과 직업능력 향상 지원을 약속했다.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에 공을 들이겠다는 의지는 읽힌다. 하지만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 해결 방안은 나 후보의 공약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박원순 후보의 공약과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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