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우리나라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조제2호는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4호는 “‘노동조합’이라 함은 근로자가 주체가 돼 자주적으로 단결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를 말한다. 다만, 다음 각목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노조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다음 가목에서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해 행동하는 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익대표자란 무엇인가

노조의 일반 활동의 상대방이 되는 ‘사용자’가 노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부분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항상 그(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해 행동하는 자”(이하에서는 줄여서 ‘이익대표자’라고 쓴다) 역시 노조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 여기서 말하는 사용자의 이익대표자라는 자들은 누구인가. 전통적으로는 어디까지가 이익대표자이고, 어디까지가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노동자인가에 관한 질문이 항상 문제가 됐다. 특히 기업의 경영기법이 다양해지면서 경영조직의 결정권이 ‘전결권’이라는 이름으로 하위직 간부직원들에게 위임되면 이러한 하급간부들이 노조에 가입하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문제가 여러 군데에서 제기되곤 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점은 이들이 소수라도 가입하면 그 노조는 노조로써의 지위가 부인되는지, 그들만으로 구성된 노조는 있을 수 있는지, 이들로 구성된 노조가 있을 수 있다면 이들은 근로자로서 교섭창구 단일화에 참여할 수 있는지, 그러면 그 창구단일화는 적법한지 등등의 문제로 확산될 여지가 크다. 특히 마지막에 지적되는 문제는 복수노조에 대한 창구단일화 제도를 사실상 의무화한 현행법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 흠결로 창구단일화 자체가 위법하게 될 수 있는 부분이어서 많은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직무상 활동과 노조 활동의 충돌여부로 이익대표자를 구분하다

사건의 요지는 이렇다. 전국의 각급 대학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을 조직대상으로 하는 노조가 서울의 한 사립대학교에 산하조직을 두고 있었다. 노조는 학교를 상대로 교섭을 진행하려고 했는데 교섭이 진행되는 동안 사용자는 갑자기 자체적으로 파악한 결과 노조의 조합원 중 48명이 노조의 조합원이 될 수 없는 자인데도 노조에 가입해 있다며 노조에서 탈퇴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문서를 송부했다. 이에 노조는 이 행위를 노조의 정상적인 활동을 지배하거나 개입하려고 하는 부당노동행위로 보고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초심 지노위는 위 노조의 신청 중 일부를 받아들였으나 중노위는 지노위의 판정을 취소했고, 행정법원과 고등법원도 같은 취지로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2008년 8월경 이 사건은 대법원에 상고됐고, 3년간의 공방을 거쳐 2011년 9월8일 대법원은 고등법원의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의 판결요지를 보면 먼저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하는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와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해 행동하는 자는 노조에의 참가가 금지되는데, 그 취지는 노조의 자주성을 확보하려는 데 있다고 전제한다.

나아가 여기서 사용자의 이익대표자란 다른 근로자의 인사·급여·후생·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해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를 말하는데 이들은 근로관계 결정에 직접 참여하거나 사용자의 근로관계에 대한 기밀사항을 취급할 권한이 있는 등 그 업무의 수행이 조합원으로서 활동하는 것에 직접적으로 저촉되는 자이므로 이런 경우 직급이나 직책 등에 의해 일률적으로 결정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그 업무의 내용이 단순히 보조적·조언적이어서 그 업무의 수행과 조합원으로서의 활동 사이에 실질적 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없는 자도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근로자들의 업무를 분석해 전결권을 부여받은 과장급 이상의 근로자들은 이익대표자로 보이지만 주임급 이하의 직원들의 경우 그들이 인사·노무·예산·경리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거나 총장의 비서 내지 전속 운전기사·수위 등으로 근무한다는 사정만으로 그들이 곧바로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해 행동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실제 그 업무상의 의무와 책임이 노조원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파악하지 않고 한 원심(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은 위법하다는 이유를 들어 파기환송했다.



이익대표자제도, 노조 자주성 보장을 위한 수단일까

사용자로부터의 자주·독립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노조의 중요한 요건에 해당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단체협약의 체결을 통해 근로·경제조건의 유지·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노동자들의 단체가 효과적이고 지속적으로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으려면 협약상의 상대방으로부터 자주적이고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이다. 이는 노조가 독자적 조직과 의사 형성을 통해 자주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이마르공화국 당시 사용자는 노조의 교섭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사용자의 주도 하에 재정적 지원을 받아 설립된 ‘어용노조(Gelbe Gewerkschaften)’나 사용자와 근로자가 하나의 조직으로 구성된 단체(이른바 조화단체, sog. Harmonieverbände)의 설립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체가 전적으로 노동자들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논리이다. 따라서 노조는 인적구성의 측면에서 사용자로부터 자주적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법률로 이를 사전적으로 규정하고, 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노조로서의 지위를 부인하는 제도가 과연 타당한 접근인가 하는 것에는 많은 의문이 있다. 왜냐하면 노조는 많은 조합원을 두고 이들로 하여금 일련의 단체행동에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사용자를 상대로 막강한 교섭력을 행사할 수 있는데 실상 사용자를 위해 행위하는 노동자들의 파업효과가 그렇지 않은 노동자들의 그것보다 더 클 것이기 때문이고, 이익대표자들로 보이는 자들이 가져다주는 교섭정보는 노사 간의 교섭에서 노조를 더 유리하게 자리 잡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설사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는 자들이 악의적으로 노조를 교란시킬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노조 내에서 소수에 불과하고 이들이 노조의 임원으로 피선되는 등의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면(법률이 이익대표자의 노조대표 취임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설계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익대표자의 노조 가입이 허용돼 있더라도 실제 노조가 이들의 교란작전에 의해 와해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 한 명이라도 이익대표자가 가입해 있는 것을 금지하는 법제는 사실 노조의 자주성을 보호한다는 측면 보다는 사용자의 교섭상의 불리함을 방지하고자 하는 측면에 서 있는 입법자의 ‘꼼수’로도 보인다.



불합리한 경계의 확장을 생각하자

노사관계는 그 관계의 특수성상 당사자들의 자치를 통한 사안의 해결만큼 가장 바람직 한 것이 없다. 물론 이러한 명제는 노사가 평등한 지위에서 사안의 합리적 해결을 도모하려고 할 때라는 전제 아래에서 그 의미를 갖는다. 많은 사람들은 오늘날 한국사회의 노사자치를 말할 때 그 실질적인 측면에서 그 ‘전제의 미성숙’을 이유로 노사자치가 허구라고 말한다. 그 한 예가 이익대표자를 규정한 노조법 제2조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한두 올의 실이 겹쳐지면서 촘촘한 그물이 되는 것처럼 노조의 권리에 대한 끊임없는 경계 설정은 오늘날 노사자치 실현을 어렵게 만드는 법·제도적 환경을 만들어 버렸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노조법에 걸쳐져 있는 불합리한 경계의 확장을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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