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부당해고를 당했다가 복직한 조리사가 정신적 스트레스로 정신질환의 일종인 적응장애가 발생했다면 업무상재해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적응장애의 주된 발생 원인이 조리사의 조리업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부당해고와 복직 후 갈등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가 질병의 발생원인에 겹쳐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적응장애는 개인적으로 충격적인 사건이나 스트레스를 겪은 후 3개월 이내에 정서적 또는 행동적 부적응 반응을 나타내는 정신질환이다.


"부당해고와 부당한 업무지시로 발병”

심아무개씨는 지난 97년 순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비정규직 조리사로 근무를 시작했다. 학교는 2006년 12월 지방공무원 인사발령에 따라 기능직 조리사인 이아무개씨가 발령을 받게 되자, 심씨를 해고했다. 그는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고, 전남지노위는 부당해고로 판정했다. 이어 심씨를 복직시키도록 시정지시를 내렸다.

복귀 후 심씨는 해고 이전 담당하던 업무를 기능직 조리사인 이아무개시가 담당해 기존 업무 중 일부 업무를 담당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학교장 등과 업무상 마찰을 빚었다. 갈등이 심해지자 스트레스에 따른 두통 및 우울증 등의 증상을 호소하며 수차례 병가를 내고 병원치료를 받았다.


공단 “조리업무와 정신질환 인과관계 없어”

당시 심씨를 치료한 한 의료원은 소견서를 통해 "해고와 복직 등의 과정에서 겪게 되는 학교와의 마찰 등이 명백한 스트레스로 작용해 적응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속되는 스트레스와 심리적 갈등이나 불편감 등으로 만성상태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심씨는 "부당해고와 복직 후 부당한 업무지시 등으로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적응장애가 발병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그러나 광주지방법원과 근로복지공단은 "심씨의 조리업무와 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이에 심씨가 항소를 했고, 광주고등법원은 원고승소 판결했다. 광주고법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근로복지공단도 심씨에게 내린 요양불승인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며 "소송비용은 공단이 부담하라"고 선고했다.

법원은 "설사 심씨에게 성격적 특성으로 인해 스트레스에 대한 취약성이 내재하고 있더라도, 이러한 내재적 성격을 가진 심씨가 부당하게 해고를 당하고, 복직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겪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병이 유발되었거나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추단할수 있다"며 "질환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법원 “정신적 스트레스 적응장애 유발”

법원은 △심씨가 학교에서 해고되기 전 정신과 치료를 받았거나 가족들에게 적응장애 등의 병력이 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심씨가 비정규직 조리사로 근무하던 중 다른 조리사가 소속 학교로 발령을 받아 갑자기 해고를 당해 복직할 때까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복직 후에도 해고 이전 업무를 담당하지 못해 학교 관계자들과 갈등관계가 형성돼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심씨가 복직한 후 소속 학교에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아 집중적으로 두통과 급성 스트레스 반응, 자율신경 기능장애 등으로 치료를 받은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법원은 그러나 "복직 후에 학교 관계자들로부터 부당한 업무지시와 폭언을 당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인정할 증거가 없어 이와 관련한 심씨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관련판례]

광주고등법원 2011누531
광주지방법원 2010구합3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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