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봉 객원사진기자


자본의 탐욕과 투기금융의 병폐에 분노하는 '반월가 시위'가 서울에 상륙했다.

노동자·학생·시민들은 지난 15일 악천후 속에서도 서울 도심 곳곳에 모여 금융권의 서민착취와 부자를 위한 정책 중단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이날 미국 뉴욕과 한국 서울 등 전 세계 82개국 1천500여개 도시에서 금융자본을 규탄하는 ‘Occupy 국제공동행동의 날’ 집회가 동시다발로 열렸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등 30여개 단체로 구성된 ‘99%의 행동준비팀’은 이날 오후 6시께 대한문에서 ‘1%에 맞서는 99%, 분노하는 99% 광장을 점령하라. Occupy 서울 국제공동행동의 날’ 행사를 열었다. 당초 집회가 예정됐던 서울광장은 주최측이 사전에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봉쇄됐다. 이날 집회에는 600여명의 노동자·학생·시민이 참가했다.

이화여대에 다닌다는 김승주씨는 “정부와 대학이 등록금 마련을 위해 청춘을 바치는 학생들을 방치하고 있다”며 “99%가 돈보다 사람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고 말했다. 스페인에서 왔다는 남브로드씨는 “월가의 문제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연동돼 있다”며 “오늘 행사에 와 보니 한국에도 변화의 물결이 이는 것 같아 기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금융소비자협회·투기자본감시센터·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 앞에서 ‘여의도를 점령하라-금융수탈 1%에 저항하는 99%’를 슬로건으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금융기관의 범죄 때문에 평생 저축을 날린 노인들, 투기자본 때문에 직장을 잃어버린 노동자들이 사방에 넘친다”며 “감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정부기관은 그들을 옹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시각 서울역 광장에서는 빈곤사회연대 회원들을 비롯해 장애인·노숙자·철거민 300여명이 모여 빈곤 퇴치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하는 규탄대회를 열었다. ‘99% 행동준비팀’은 “22일 전국비정규노동자대회와 연계해 서울광장에서 행사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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