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노조의 파업이 또 장기화될 조짐이다. 이번엔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인 삼화고속버스다.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 328대(26개 노선) 가운데 삼화고속버스 소속 242대(20개 노선) 버스가 운행을 멈췄다. 전북지역 시내버스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된 데 이어 지역버스의 파업은 올 들어 두 번째인 셈이다.

일부 언론은 ‘적자난 회사에서 고임금을 요구하는 노조 탓’이라고 삼화고속버스 파업 배경을 분석했다. 복수노조사업장인 이 회사에서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파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폭력투쟁도 불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북지역 버스노조가 파업을 했을 때 나타났던 언론보도 양상의 재판이다. 또 노조만 때리고 나선 것이다.

이런 일부 언론의 보도행태는 사태의 본질을 왜곡한다. 사태해결을 돕기는커녕 갈등만 키우고 있다. 삼화고속버스나 전북지역버스 파업의 쟁점은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복수노조 간 갈등이 비화된 듯 보인다. 틀린 해석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해석은 수박겉핥기에 불과하다. 그간 준공영제가 도입된 이래 교섭구조가 정착된 버스에서 장기파업은 드문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근 버스파업이 왜 이런 양상을 보이는 걸까. 전북지역버스나 삼화고속버스의 파업에는 공통적으로‘통상임금’ 문제가 부각됐다. 통상임금 문제는 휘발성이 크다. 한 사업장 문제로만 귀결되지 않고 타 사업장 또는 업종으로 확산된다. 특히 시간급으로 임금을 책정하는 업종이나 직종에선 민감한 문제다.

통상임금은 노동자에게 정기적·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일급·주급·월급·도급 금액을 의미한다.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 해고예고수당의 산정 기초가 된다. 통상임금에 따라 제 수당의 수준이 달라지기에 통상임금의 범위를 둘러싸고 노사 간 다툼이 벌어져 왔다. 통상임금 범위에 대해 노동자는 넓게, 사용자는 좁게 해석하려 했다.

삼화고속버스 노사갈등도 이 문제가 핵심이었다.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삼화고속지회는 최근 통상임금과 관련된 회사측과의 법적분쟁에서 승소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9월 8일 ‘근속수당·교통비·CCTV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회사측은 그간 통상임금 산정 시 세 가지 수당을 제외하고 기본시급만 반영했다. 종전에 노사가 기본시급만 통상임금에 반영하기로 합의한 탓이다.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제 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여부는 급여의 성질에 따라 객관적으로 결정되는 것이지 노사합의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봤다.

전북지역버스도 유사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전주지법은 지난 9월 “노사가 출근일 수에 따라 CCTV·승무·근속수당·식대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면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판결했다. 전북지역도 종전 노조가 통상임금에서 빠진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채 위로금을 주기로 합의해 새 노조가 결성되면서 파업으로 이어진 경우다.

이처럼 법원은 통상임금 범위와 관련해 넓게 보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기본시급과 함께 정기적·고정적으로 지급된 임금을 통상임금 범위에 포함시켰다. 버스업종에서만 이런 소송이 제기된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도 환경미화 노동자가 승소했다. 복리후생비 성격의 임금이었던 교통보조비·체력단련비 등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이었다. 지자체마다 이런 소송이 번지고 있으며, 소송을 제기한 노동자들의 승소판결이 줄을 잇고 있다.

복리후생 또는 생활보조적 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 등은 낮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노동자 입장에선 사용자에게 ‘떼인 임금’이라고 할 수 있다. 법원이 이를 시정하라고 판결했다면 사용자는 이를 수용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사용자는 이를 외면할 뿐 아니라 종전에 줬던 수당마저 없애려고 한다. 삼화고속버스의 사례가 그렇다. 삼화고속버스 사용자는 시급 2.5%를 올려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근속수당 등은 지급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버스 파업 장기화는 법원 판결마저 무시하는 사용자의 대책 없는 버티기였던 셈이다.

이렇게 된 데는 정부당국의 책임도 크다. 고용노동부는 그간 ‘근로시간과 관계없는 생활보조적·복리후생적으로 지급되는 급여는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행정해석을 유지했다. 이는 법원의 판결과는 배치된다. 그런데도 고용노동부는 종전의 행정해석을 수정하지 않고 있다. 이러니 삼화고속버스나 전북지역버스 사용자측이 법원 판결마저 우롱하고 있는 것 아닌가.

노동부는 더 이상 책임을 방기해선 안 된다. 삼화고속버스나 전북지역버스의 사례처럼 통상임금 문제는 복수노조 간 다툼을 불러올 정도로 휘발성이 크다. 또 이 문제로 벌어진 파업은 장기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통상임금과 관련된 노동부의 행정해석은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빠른 시일 내에 수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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