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죄판결

기아자동차지부(지부) 2010년 7월22일부터 같은 달 30일까지 사이에 연장 근로를 집단적으로 거부해서 합계 28시간의 자동차 생산업무를 중단시켰다. 이 때문에 피고인 광주지회장은 지부장 김성락 등을 비롯한 지부와 지회 간부들 및 조합원들과 공모해 위력으로 피해자 기아자동차(이하 ‘회사’라 함)의 자동차 생산업무를 방해했다고 업무방해죄로 기소됐다. 당시 지부가 개정 노조법이 금지한 전임자의 급여지급 등을 요구한 쟁의행위를 한 것이므로 정당하지 않은 쟁의행위라고 업무방해죄로 검사는 기소했다. 이에 대해 광주지방법원(형사 6단독)은 지난 9월 22일 무죄를 선고했다. 연장 근로는 소정 근로시간을 넘어선 부분이므로 근로자에 강제할 수 없는 것이라서 처벌할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한 것이 아니다. 전임자 급여지급을 금지한 개정 노조법을 위반한 쟁의행위라도 정당한 것이라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한 것도 아니다. 노조법을 위반한 불법파업임에도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도대체 어떠한 이유로 무죄라고 판결했을까.



2. 판결이유

광주지법은 대법원 판결을 인용한 후 다음과 같이 판결했다. ① 2010년 4월 말 경 2010년도 단체교섭을 진행함에 있어 회사는 노조전임자와 관련된 사항은 특별 단체교섭을 통해 별도로 논의하자며 단체교섭 자체를 거부하는 상황이 계속됐던 점 ② 지부는 2010년 6월14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 조정신청을 하는 등 회사가 단체교섭에 나오도록 노력하고, 2010년 6월24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하여 의결한 후 계속해서 회사의 단체교섭 진행을 촉구했던 점 ③ 회사가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자 결국 지부는 2010년 7월14일 공소사실과 같이 2010년 7월21일까지 요구하는 단체교섭에 대해 회사가 교섭을 거부할 경우 2010년 6월 말경 노사협의를 통해 결정한 2010년 7월의 주·야간 각 2시간의 연장 근로를 거부하기로 결의한 점 ④ 지부의 결의내용은 그 즉시 전달됐는데 회사에서는 위 결의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며 계속적으로 단체교섭을 거부했고, 결국 공소사실과 같이 지부의 조합원들이 2010년 7월21일부터 2010년 7월30일까지 1일 새벽 5시30분경부터 오전 7시30분경, 오후 5시30분경부터 오후 7시30분경까지 예정된 각 2시간의 연장 근로를 집단적으로 거부했던 점 ⑤ 위와 같이 연장 근로를 거부하게 된 경위로 비추어 볼 때 연장 근로의 거부가 사용자인 회사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⑥ 연장근로를 거부한 것은 법정근로시간을 준수한 것으로서 연장근로를 거부한 기간과 시간이 짧고, 연장근로의 거부로 인한 자동차의 생산에 일부 차질이 있었다 하더라도 회사가 주장하는 막대한 영업손해가 발생됐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자동차의 생산이 줄었다 하여 생산하지 못한 자동차 수만큼을 모두 손해로 볼 수는 없다. 즉 자동차의 경우 이미 확보된 완성차의 재고량, 수요량의 추이를 고려해서 그 손해를 산정해야 할 것이다) ⑦ 설사 회사가 주장하는 손해가 일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연장근로를 거부한 기간과 시간 및 회사의 회사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정도까지 이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의 지시에 의한 연장근로거부가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이것이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까지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 “업무방해죄에서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3. 판례법리

이 판결에서 인용했던 대법원판결의 법리는 파업에 대한 업무방해죄의 위력 해당성에 관해 기존의 판례 법리를 변경한 대법원 전원합의체판결을 그대로 따른 것이었다(대법원 2011.3.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 그런데 이 대법원판례를 해석하면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즉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그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해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던 것이므로 ㉠, ㉡, ㉢의 관계를 이해할 것이냐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사용자의 예측불가능성이냐(㉠), 사용자의 사업운영의 혼란 내지 손해의 중대성이냐(㉡), 사용자의 사업계속의 자유의사 제압·혼란이냐(㉢) 하는 것이다. 여기서 사용자의 사업계속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이라는 ㉢은 파업이 있으면 사용자의 사업계속의 자유의사는 제압되거나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변경 전 대법원 판례는 파업 등 쟁의행위에 관한 업무방해죄의 위력을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세력이라고 판시했었다(대법원 1991.4.23. 선고 90도2961 판결).

사용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세력이라고 했던 변경 전과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어야 한다는 변경 후가 도대체 무엇으로 구별된다고 할 수 있을까. 어차피 사용자를 상대로 하여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하게 되면 사용자의 자유의사 중 사업계속에 관한 것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 제압할 만한 세력이라고 했던 것과 제압·혼란될 수 있어야 한다고 표현된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인가. 그런데 변경 전 사용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세력은 단순히 세를 형성했던 것이 아니었다. 사용자를 상대로 주장 관철을 목적으로 하여 파업 등 쟁의행위 등 구체적인 행위가 존재했던 것이고 이것을 세력으로 했기 때문에 이것이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변경 후 대법원 판례에서 판시한 위력을 말한 사용자의 사업계속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될 수 있는 상태와 구별되기 어렵다. 한마디로 ㉢을 가지고는 변경 전 판례법리를 변경한 것이라고 파악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단순히 ㉠과 ㉡을 ㉢의 예시로 파악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오히려 ㉠과 ㉡이 변경된 판례 법리에서 파업 등 쟁의행위에 관한 업무방해죄에서 위력의 해당성에 관한 판단 부분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과 ㉢의 관계가 논란이 될 수 있다. 그저 병렬적으로 나열한 요소냐 아니면 모두 갖추어야 하는 요건이냐 하는 것이다. “㉠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라고 했으므로 파업 등 쟁의행위의 업무방해죄의 위력의 요건으로 판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파업 등 쟁의행위가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거나,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이 아니라면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다.



4. 판결검토

그런데 위 광주지방법원 판결이유를 보면 ㉠과 ㉡을 모두 살피고 있다. ①에서 ⑤는 ㉠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고, 또한 ⑥, ⑦은 ㉡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고서 결론에서 ㉠과 ㉡에 ㉢을 덧붙였다. 이 판결에서는 이 사건 연장근로의 거부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살피고 있으므로 앞에서 살펴본 ㉠과 ㉡이 모두 인정될 때만 ㉢으로서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한 것인가. 명확하지 않다. ㉠이라고 보기 어렵고, 또한 ㉡으로 ㉢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어 위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표현하고 있어 명확하지 않다. 어쨌든 이 사안은 무엇이든 인정되지 않으니 위력이 아니라고 한 것이다. 결국 이 사건 판결은 위 대법원판례의 법리와 관련된 논란에서 비껴나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문제는 어떠한 경우가 ㉠, ㉡, ㉢에 해당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도 이 점에서 주된 공방이 진행됐던 것인데 광주지방법원은 ① 내지 ④로 ㉠을, ⑥과 ⑦로 ㉡을 인정했다.



5. 파업의 자유

이 사건은 변경 전 판례의 법리에 의한다면 쟁의행위의 목적이 정당하지 않으니 업무방해죄로 처벌받아야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판결의 변경된 판례의 법리에 의하면 더 이상 쟁의행위의 목적이 정당하지 않다 하더라도 이제는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어 처벌받지 않을 수 있게 됐다. 구조조정 저지, 정리해고 실시 저지, 법 개정 등 정치파업·연대파업 등에 관해서 업무방해죄로 당연하게 처벌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쟁의행위의 주체, 조정신청과 찬반투표 등 쟁의행위의 절차에서 정당하지 않아도 불법쟁의라고 해서 업무방해죄로 당연히 처벌할 수 없게 됐다. 파업 등 노무제공을 집단적으로 거부하는 쟁의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리고 위 ㉠, ㉡(그리하여 ㉢)에 해당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파업의 자유에 대한 국가의 억압은 다소 풀렸다. 그렇다고 헌법에서 보장한 단체행동권이 근로자의 자유로서 확보된 것은 아니다. 파업, 단순히 근로를 제공하지 않는 행위를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해서 처벌해서는 안 된다. 이를 처벌하는 한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이 근로자의 자유로 보장된 것이 아니다. 이번 판결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한해서만 제한적 요건에서 파업의 자유를 말한 것뿐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