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를 계기로 시작된 죽음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17명에 이른다.

11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지부장 김정우)에 따르면 쌍용차 희망퇴직자 김아무개(35)씨가 전날 오후 3시께 평택시 비전동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매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불효하고 먼저 갑니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고인의 어머니는 경찰 조사에서 “새벽에 일을 나갔다가 돌아오니 방 안에 아들이 목매 숨져 있었다”며 “아들은 지난해 10월에도 아파트 옥상에서 자살하려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고인의 어머니는 이날 새벽 5시께 아들에게 식사를 챙겨 주고 집을 비웠는데, 그것이 아들에게 차려 준 마지막 밥상이 된 것이다.

지부에 따르면 고인은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반대 파업에 참여했다가 경찰의 진압작전이 시작되기 전 공장에서 나왔다. 그 뒤 회사에 희망퇴직원을 내고 변변한 직업 없이 생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800만원이 넘는 부채는 고인의 어머니가 갚고 있었고, 희망퇴직 1년 만에 퇴직금과 자동차를 판 돈까지 생활비로 써야 할 만큼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은 지난해 10월에도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기도하다 어머니의 만류로 가까스로 목숨을 지켰다. 당시 대인기피증세가 심각한 상황이었고, 6개월 전부터는 집 밖 출입을 하지 않은 채 주변관계를 정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고인의 휴대전화에는 본인의 사진 두 장과 친구 한 명의 전호번호만이 남겨져 있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와 참여연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쌍용차 해고·휴직 노동자의 95%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고, 52%가 자살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쌍용차 노동자들의 자살률은 일반 자살률에 비해 3.7% 높았다. 쌍용차 정리해고가 추진된 뒤 이날 현재까지 사망한 노동자와 그 가족은 17명으로 집계됐다.<표 참조>

지부는 “노동자들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자 쌍용차 회사측의 타살이 명백하다”며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논평을 통해 “복직 약속조차 지키지 않는 쌍용차는 기업 활동을 할 자격이 없으며 내 알 바 아니라는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라고 비난했다. 이어 “정부는 속히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사측은 더 이상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고노동자들과 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고인에 대한 장례는 12일 진행된다. 오전 7시 평택 장례문화원에서 발인을 하고, 오전 8시 쌍용차 평택공장 앞에서 노제가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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