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약가 일괄인하 정책을 놓고 제약산업 노동자들과 정부 당국자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노동자들은 해당 산업 종사자들의 구조조정 등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이라고 반발했고, 정부 당국은 국민을 위한 제도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화학노련(위원장 김동명)은 10일 오후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 3층 국제회의장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약가인하 정책 교육 및 간담회’를 갖고 당국 실무자를 초대해 약가인하에 설명을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유양지 보건복지부 약제과장은 "현재 우리나라 전체 건강보험재정 중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 이상으로 선진국의 두 배가 넘는다"며 "이 같은 추세라면 2020년 17조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하는 등 심각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과정에서도 정부가 약을 외상으로 사고 갚지 못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유 과장은 또 “원료 생산업체까지 포함하면 국내 의약품 관계사는 총 874개가 있는데 이들의 평균 생산액은 175억원에 불과하다”며 구조조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박광진 연맹 화장품의약품분과 회장은 “약가 인하 문제는 고용에 대한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며 “정책을 결정하면서 고용노동부와 소통한 적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유 과장은 "고용노동부와 직접 논의한 적은 없다"며 "R&D 투자에 적극적인 기업을 집중 육성함으로써 전체 산업규모 감소를 만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장관을 찾아 약가인하의 목적을 물으니 구조조정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더라”며 “과연 이번 정책이 어떠한 정치적 논리도 없이 결정된 것이라 자신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은 "문닫는 제약사의 노동자를 선별된 제약사가 고용한다는 것인데, 이를 어떻게 장담하느냐"며 "결국 정부의 논리는 경쟁력 없는 80% 업체와 노동자를 쓸어 버리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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