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노무사
(노동법률원·법률사무소 새날)

2008년 7월1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전면 개정돼 시행되면서 많은 문제점이 야기됐다. 그중 핵심적으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불공정성 및 산재 인정기준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매년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지적되고 제도개선에 대한 노동계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노사정 산재보험 태스크포스(TF)’가 구성돼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17차례 이상 회의가 진행됐지만 뚜렷한 합의나 개선내용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산재보험 TF에 참여하고 있는 논의주체는 노동부·근로복지공단·양대 노총·경총이다. 노동부가 올해 7월28일 제출한 ‘TF 논의과제 정리 및 검토안’을 중심으로 몇 가지 쟁점에 대해 살펴보자.

첫째는 질판위 위원 명단공개 문제다. 현재 공단 홈페이지(조직안내 2페이지) 하단 파일에서 볼 수 있는데, 의사·변호사·노무사 산재전문가의 분류 및 이름만 알 수 있다. 현재까지 기피신청이 단 한 건도 없었으며, 노동위원회처럼 최소한 직업과 사무실 이름 정도는 전달돼야 기피제도가 활용될 수 있다. 경총이 협박 등 부작용을 우려하나, 사전 공개되는 노동위원회에서 이러한 문제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볼 때 타당하지 않다.

둘째는 질판위 심의안 공개사안이다. 정부는 ‘심의일정 통지시 재해발생경위 요지’를 제공하자는 입장이다. 경총은 재해조사내용을 노동자에게 공개한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사업주에게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질판위 심의안을 보면, 지사의 재해조사서와 내용상 동일하고 현재 사업주 의견서(보험가입자확인서) 및 사업주 문답서가 노동자에게 전달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노동자의 항변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

셋째는 주치의·자문의 소견 일치시 심의대상 제외와 관련한 문제다. 노동계는 주치의와 자문의 소견 일치시 판정위 심의대상 제외를 주장하고, 경총은 여기에 사업주의 의견이 일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질판위 심의대상은 주로 뇌심혈관계질환과 직업성 암 등 의학적인 쟁점에 대한 판단이 요구된다. 경총이 말하는 사업주의 의견이 의학적인 의견인지, 사실관계에 대한 내용인지 의문이나, 의학적 판단과 사실 판단을 동가치에 둘 수 없다. 또 경총은 주치의사가 업무상재해를 부정하는 경우가 없다고 하지만 이는 타당하지 않다. 주치의인 임상의사들이 대부분 업무기인성에 대해 판단을 보류하거나 인정하지 않고 있는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다.

넷째는 산업의학의 참여확대 문제로 정부안은 질판위 구성시 임상의와 산업의 각 2명씩 참여하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각 2인, 한국노총은 2대1을 주장하고 있다. 뇌심혈관계질환·근골격계질환·직업성 암 등 질판위 심의대상은 이미 임상적 판단 즉 진단을 마친 상태다. 초진소견서·진단서 등 주치의 질병분류코드가 명확히 제시된 상태에서만 산재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병에 대한 재진단이 요구된다면, 이를 공단 내 별도기구를 구성해 주치의의 판단이 옳은지 검증하는 과정 마련이 필요하고, 임상의사들이 이에 대해 업무기인성을 판단하는 현행구조는 개선이 시급하다.

다섯째는 질판위 공정성 확보안건이다. 현행 위원장에 대해 민간전문가 위촉이 필요하다는 노동계 의견이 정부·경총과 대립하고 있다. △이미 많은 부문에서 개방직위 공모가 이뤄지고 있고 △판정위의 공정성이 불신되고 있으며 △산재전문가라는 모호한 역할과 규정이 오히려 전직 관료의 개입수단으로 남용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공정성과 객관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그 밖에 현장조사의 법제화도 논의되고 있다. 공단 지사를 가면 지금도 많은 일거리에 담당자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법제화도 중요한 과제이지만 전문인력 충원이 시급하다. 평균 19.5건인 심의건수 축소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내실 있는 심의체계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3개 분과(뇌심·근골·직업성 암) 전문가소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업무상질병인정기준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이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앞서 지적한 제도의 개선책이 나오더라도 사실상 의미 없는 논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덧붙여 노사정 TF 논의로 거의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가는 동안 산재노동자들의 고통은 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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