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실장

71년 샌프란시스코 출신의 두 젊은이가 시애틀로 건너가 커피숍을 열었다. 가게 이름은 ‘모비 딕’. 82년 가전제품 회사 영업팀장이던 하워드 슐츠가 참여하기 전까지는 커피 원두만 판매했다. 하워드 슐츠는 이들과 헤어져 독립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사업을 계속했다. 96년 하워드 슐츠가 외국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이 기업을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이렇게 스타벅스는 인해전술로 전 세계를 장악했다.

‘독창성’과 ‘가족주의’로 입을 막고, 이 방법으로도 안 되면 감시와 해고를 자행한다. 얼마간의 부스러기를 제3세계의 가난한 이들에게 던져 준다. 학생 직원들은 시간외근무와 교육, 지속적 직원 부족, 무보수의 추가근무를 하고 있다.

“우리는 서로를 파트너라고 부른다.” 스타벅스의 공동설립자이자 대주주인 억만장자 하워드 슐츠의 말이다.

‘시프트 슈퍼바이저’는 교대근무 팀장을 뜻하며 직원들에게 여러 업무를 배정한다. 한 달에 겨우 100유로를 더 받을 뿐이다. 독일인 이리스는 지난 1년 동안 스피트 슈퍼바이저로 일했다. 책임과 스트레스는 물론 업무가 너무 많다. 스타벅스 지점의 관리자는 전 세계 17만명의 직원 중 80%에 달하는 바리스타들이 미소를 띠며 고객들의 기분을 좋게 만들고 있는지 감시해야 한다. 각 지점에는 세 명의 관리자가 있는데, 시프트 슈퍼바이저·스토어 매니저(지점장)·바이스 매니저(부지점장)다. 그 위에 디스트릭 매니저, 그 위에 리저널 매니저, 그 위에 에센의 스타벅스 독일본사 지원센터가 있고 꼭대기엔 미국 시애틀 본사가 있다.

‘스냅셔터’라는 암행 감시원도 있다. 한 달에 한 번 매장에 와서 잘못을 캐내 상부에 보고한다. 본사에서 정한 규칙대로 정확한 비율의 물과 커피·우유로 만드는지를 점검한다. “스냅셔터들은 항상 바쁠 때만 온다. 러시아워에 50여명이 줄을 서 있을 때 온다.” 감점을 받아 가장 꼴찌를 한 지점은 구조조정된다. 2008년 이후 지속된 경제위기로 독일 스타벅스 10곳이 문을 닫았고 다른 장소에 18곳의 새 매장을 오픈했다. 스냅셔터들은 정해진 틀에 따라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그들은 대부분 지점의 운영을 전혀 모르는 대학생이다.

직원들은 일주일에 50~60시간을 일하고 밤엔 자주 교육을 받는다. 대부분 학생 노동자들은 어떻게 사측에 맞서 대응해야 할지 모른다. 바리스타는 세금을 포함한 시급이 8유로 정도다. 스타벅스의 대다수 직원들은 “전업으로 일을 하면서도” 세금을 제하면 약 1천유로의 월급을 집으로 가져간다. 독일 스타벅스의 근로자 대표위원회는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 단 2곳에만 있다.

스타벅스는 가족주의에 입각한 신체적 접촉이 있다. “상사가 무언가를 설명할 땐 항상 손을 우리 어깨에 얹곤 하는데 ‘골드 터치’라 부른다.” 사이비 종교집단과 비슷하다. 직원들은 여기저기로 파견되곤 한다. 계산대에서 일할 땐 지갑을 지니면 안 된다.

미국의 한 경제신문은 “하워드 슐츠는 왜 이렇게 관대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하워드 슐츠는 “모든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그런 기업을 키워 내고 싶었다”고 답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츈’은 이 유치한 가족주의의 내건 하워드 슐츠를 최고의 기업가 50인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했다. 그러자 미국 세계산업노동자동맹(IWW)은 이 잡지의 편집인에게 항의편지를 보냈다.

인터넷에 ‘나는 스타벅스를 증오한다’라는 홈페이지를 만든 한 직원은 하워드 슐츠가 주당 근무시간을 19.45시간으로 줄여 의료보험을 가입해야 하는 의무기준 시간에서 딱 15분이 모자라게 노동계약서를 작성한다고 말했다. 다행히도 독일에선 의료보험에 가입했다.

스타벅스는 정기적으로 각 지점에서 활동 중인 노조원을 해고한다. 세계산업노동자동맹의 회원들은 스타벅스 지점 앞에서 전단을 나눠 주기도 했다. 독일에선 스타벅스 지점의 조직화 정도가 매우 낮다. 음식숙박업노조(NGG)의 스타벅스 담당인 귀도 차이틀러는 “압박이 너무 심해요. 고용주협회에도 가입하지 않아 임금 규정 의무도 없어요”라고 말했다.

2008년 말 스타벅스는 현재 5%에 달한 공정무역 커피 비율을 10%로 올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2008년 스타벅스는 전체 매출의 고작 0.02%를 커피 농민에게 기부했다. 이를 통해 얻은 홍보가치는 훨씬 높다.

이상은 독일의 탐사보도기자 권터 발라프의 ‘언더커버 리포트’(권터 발라프, 황현숙 역, 프로네시스, 2010.9, 388쪽)의 5번째 꼭지 ‘아름답고 행복한 커피 세상 - 스타벅스를 말한다’의 일부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이 지난 3일 미국 내 6천800여 매장에서 ‘일자리 창출 기금’을 모금해 소상공인과 저소득층 대출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하자 우리 국민일보가 5일자 25면에 슐츠의 사진과 함께 사람면 톱기사로 썼다. 같은 기자라도 참 많이 다르다.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실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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