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섬노조 위원장

“이번 임기 중에는 산별노조 조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겁니다. 노조탄압 대응 매뉴얼도 만들 생각입니다. 사용자들의 탄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거든요.”

지난달 27일부터 3일간 진행된 민주화섬노조 4기 임원선거에서 신환섭 위원장(46·사진)이 재선에 성공했다. 단독출마한 그에게 투표 조합원 4천956명 중 4천401명(88.8%)이 찬성표를 던졌다.

지난 5일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노조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신 위원장은 "선거 때 현장을 돌며 조직에 대한 기대와 염원을 느꼈다"며 "조합원들의 희망이 절망으로 변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에게 지난 3년은 조직화에 대한 의지를 굳힌 시간이었다. 임기를 시작하면서 세웠던 목표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그는 "전임 집행부 시절 민주화섬연맹을 해산하고 산별노조로 전환하는 표결을 부쳤는데, 3분의 2 찬성에 간발의 차로 못 미쳐 무산된 적이 있다"며 "당시 대규모 사업장 몇 곳이 빠져나갔는데 이를 재조직하려고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신 위원장은 지난해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시행 이후 노동운동을 조직화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학생운동이 예전같지 않은 데다 사회진출과 함께 자연스럽게 노조활동가를 배출했던 구조가 끊겼다는 설명이다. IMF 이후 고용형태가 다양해지면서 노동운동의 역량이 전반적으로 쇠퇴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신 위원장은 "복수노조 제도가 애초 노동계의 의도와는 달리 사용자측에 유리하게 활용되는 것도 조직화를 방해하는 요인"이라며 "미조직 노조 조직화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지난해부터 노조가 의욕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경남 양산시 웅상지역 조직화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웅상지역은 노조가입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소규모 농공사업장이 밀집해 있어 화섬노조가 전략적으로 조직화 사업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신 위원장은 "직접적인 얘기를 하기보다는 건강검진·작업환경 분석·문화행사 등으로 지역 노동자들이 노조를 편하게 바라볼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네댓 개 조직이 노조에 가입하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산별노조의 정체성에 맞는 연구활동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신 위원장은 “시설에 대한 투자규모가 크고 여러 화학물질을 기반으로 한 사업장이 많다는 것이 화학섬유노조의 특징”이라며 "교대근무로 인한 불면증과 발암물질 분석 등 조합원들의 노동환경에 대한 실태조사를 활발히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끝으로 "현장의 요구와 목소리를 담아 노조설립과 운영에 관한 새로운 개념의 매뉴얼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용자들의 대응은 나날이 교묘해지는데, 노조가 못 따라가고 있어요. 여러 매뉴얼이 있지만 현장 활용도는 지극히 낮습니다. 현장에 정말 도움이 되는 매뉴얼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작업장별 지역별 특성까지 아우르는 그런 매뉴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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