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미 기자

5일 오후 한 통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KT 계열사인 KTcs(케이티씨에스)에서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매일노동뉴스>는 5일자 5면에‘희망연대노조 케이티씨에스 지부장 사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지난 3일 공주의 한 도롯가에서 전아무개 케이티씨에스 지부장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전소된 차량과 함께 발견됐다. 시신 훼손상태가 심해 경찰에서 DNA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여러 정황을 봤을 때 전 지부장이 확실했다.

기사에는 KTcs가 “올해 6월 3년 계약기간이 만료되고 KT 본사가 고충처리업무(VOC)를 다시 회수해 갔다”며 “명예퇴직 후 전직한 노동자들에게 사직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사직을 강요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3년간 고용보장 조건이 만료되는 시점에서 VOC 위수탁 업무가 종료됨에 따라 본인의 의사에 따라 희망퇴직과 직무 재배치 중 선택권이 주어졌다”고 주장했다.

기자는 기사에서 사직을 강요했다고 표현하지는 않았으나 회사측은 어쨌든“강요한 바 없다”고 밝혔다. 과연 그럴까. 전 지부장은 지난달 16일‘퇴직 강요 진술서’를 작성했다. 그는 진술서에서 2008년 KT를 명예퇴직해 당시 KT협력사(현재 KTcs로 합병)로 전직한 과정과 최근 회사로부터 퇴직을 종용당한 과정을 진술했다. 그는“KT에서 VOC 업무를 회수해 가면서 퇴직을 강요당했으며 퇴직에 불응하자 직무전환교육이라는 미명하에 교육을 시행했고, 교육 수료 후 충남SO센터로 파견발령돼 콜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임금보전 기간이 종료됐다는 이유로 퇴직강요·불응자 교육·콜센터 파견 발령 등으로 퇴직을 압박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독자들은 기사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청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한 회사의 노조 지부장이 숨진 상황이다. 당사자는 이미 회사로부터 퇴직을 강요받았다고 진술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회사측이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식의 반응을 보인 데 대해 당혹스러움을 느낀다. 전 지부장은 진술서 마지막에 “장거리 출퇴근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 증가 및 육체적 피로, 전혀 다른 업무인 콜센터 상담업무 배치, 퇴직 압박 등으로 매우 큰 정신적·육체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썼다. KT와 KT계열사들이 왜 이토록 노동자의 인권에 대해 무심한 회사가 됐을까. 남은 자들이 답을 찾을 때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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