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삼화고속지회장

인천-서울 구간을 운행하는 삼화고속 광역버스는 지난 6월 처음 멈춰섰다. 노조 새 집행부가 3월에 임기를 시작해 임금교섭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삼화고속 노동자들은 5월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으로 상급단체를 변경했다. 이후 2개의 복수노조가 더 생겼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삼화고속지회(지회장 나대진)는 회사측이 상여금과 전달 급여를 지급하지 않자 7월8일부터 사흘간 파업을 벌였다. 노사는 성실히 교섭에 임하기로 했고, 지회는 현장에 복귀했다.

하지만 교섭은 진전되지 않았다. 노조는 8월에 이어 이달 4일 야간운행을 중단했다. 4일 오후 인천시 중구 신흥동 지회사무실에서 만난 나대진(50·사진) 지회장은 “노사 간 체결한 단체협약상 소정근로시간은 오전 5시부터 자정까지 하루 19시간인데, 회사가 자정부터 새벽 3시까지 심야수당 1만원만 주고 일을 시키고 있다”며 “70년대나 있을 수 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천과 서울을 운행하는 광역버스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5회씩 왕복운행을 하다 최근에는 4회씩 운행을 하고 있다. 나 지회장은 “회사측과 합의한 것이 아니라 파업 이후 점심 시간·휴게시간 지키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운행시간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점심시간이 짧아 그냥 물에 밥을 말아먹고 나갔죠. 이젠 조합원들이 근로기준법도 알고 취업규칙·단체협약도 압니다.”

삼화고속의 전체 노동자는 800여명이다. 이 중 500여명이 지회에 가입돼 있다. 380여명은 광역버스, 120여명은 고속버스를 운전하고 있다.

“최근에야 점심시간 지켜져”

지회는 5월 상급단체를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으로 변경했다. 삼화고속노조는 69년 설립됐다고 한다.

“시급을 올려도 상여금이나 수당을 삭감하기 때문에 10년 동안 임금이 거의 동결되다시피 했습니다. 잠정합의안에 대해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한 적도 없고요.”

장시간 노동은 크고 작은 사고로 이어졌다. 지회에서 집계한 바에 따르면 한 달에 100여건의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1년에 사고가 1천200건 납니다. 회사에서 보험료로 20억원을 쓰고 있어요.”

하루 평균 이용객이 5만여명에 달하는 삼화고속은 서울과 인천을 오가는 노선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독점노선이나 다름없다.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지만 임금수준은 의외로 낮다.

지회에 따르면 결근 없이 일했을 경우 한 달에 230여만원, 13일 만근했을 경우 170여만원을 받는다. 때문에 광역버스 노동자들의 경우 1년 평균 100여명이 이직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측은 노선수당을 신설, 연장근로수당·야간근로수당·휴일근로 수당을 모두 포함시키자고 요구하고 있다. 노선수당에 모든 법정 수당을 포함시키는 이른바 포괄역산제 임금체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나 지회장은 “회사는 지난 10년 동안 1년을 제외하고는 흑자경영을 했다”며 “시급을 2.5% 인상하고 수당을 폐지하자는 회사측 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준공영제 도입해야”

“99년 입사했을 당시에는 시내버스보다 임금이 월 50만원 정도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반대로 바뀌었습니다.”

지회는 이처럼 임금격차가 발생한 배경에 준공영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인천시는 2009년 시내버스에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지회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삼화고속의 경우 지난해 기준 하루 19시간 13일 만근했을 때 시급은 4천727원이었다. 반면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는 인천시 간선시내버스의 경우 22일 만근했을 때 시급이 6천536원이었다. 송영길 인천시장도 광역버스 준공영제 실시를 공약한 바 있다.

“시민들의 만족도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향상을 위해서는 준공영제가 실시돼야 합니다. 인천시 재정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노사정이 함께하는 준공영제 추진기구를 수립할 것을 제안합니다.”

지회는 7일 파업돌입 기자회견을 갖고 8일부터 확대간부 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9일까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10일 오전 5시 전면파업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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