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미 기자

“대형사고는 보통 졸다가 많이 납니다. 우리도 한 달에 크고 작은 사고가 100건 가까이 나고 있어요.”

지난 4일 오후 인천 중구 신흥동 삼화고속에서 만난 버스노동자 정아무개(45)씨는 “일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노동강도와 부족한 휴식시간”이라고 말했다.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를 운전하는 버스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네댓 차례씩 인천과 서울을 왕복한다. 한 번 왕복할 때 걸리는 시간은 4시간가량. 차가 막히면 운행시간은 더 길어진다. 정씨는 “도로 정체가 심한 구간을 운전할 때가 가장 힘들다”며 “피로가 쌓인 데다 장시간 근무를 하다 보니 졸음이 올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삼화고속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에 따르면 월 소정근로일은 13일(만근)을 원칙으로 하되, 특수한 사정에 따라 15일까지 근무할 수 있다. 1일 근로시간은 기본근로 8시간, 연장근로 8시간, 야간근로 3시간을 합해 총 19시간이다. 근로기준법상 1일 근로시간이 8시간인데, 이들은 두 배를 훌쩍 넘는 시간을 일한다. 격일 근무제이긴 하지만 하루 19시간 노동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정씨는 “한번은 출근했다가 집에 퇴근하니까 24시간이 지나 있었다”고 했다. 이처럼 버스 사업장에서 장시간 노동이 법적으로 가능한 이유는 근로기준법(59조)의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 조항 때문이다. 운수업의 경우 노사가 서면합의를 하면 주 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격일로 하루 19시간씩 근무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 삼화고속지회(지회장 나대진)는 올해 5월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으로 상급단체를 변경했다. 지회는 이달 4일부터 야간운행(오후 9시~오전 3시)을 중단했다. 임금교섭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회는 노동시간 단축과 시급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광역버스를 운전하는 노동자들의 시급은 4천727원으로 올해 최저임금(4천320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고속버스 운전 노동자들의 시급은 5천10원이다. 지회는 광역과 고속 모두 시급을 5천700원으로 인상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회사측은 최근 교섭에서 시급을 2.5% 인상하고, 인천시에서 요금인상을 확정할 경우 1%를 추가로 인상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대신 근속수당과 교통비·CCTV수당·심야수당은 지급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회사는 2005년 운전자들이 버스요금을 횡령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차량 내부에 CCTV를 설치했고, 이에 따른 수당으로 1일 5천원의 수당을 지급했다.

지회는 “회사측 안은 오히려 임금을 삭감하는 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회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시급은 올랐지만 수당삭감으로 실제 연봉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통상임금 지급소송에서 노동자 승소

회사측이 시급을 인상하는 대신 지급하지 않겠다고 밝힌 수당은 노동자들의 통상임금 지급소송과 연관돼 있다. 삼화고속 노동자들은 지난해부터 조합원 500여명이 회사측을 상대로 통상임금 지급소송을 벌이고 있다. 회사측이 각종 수당을 산정할 때 근속수당·교통비·CCTV수당을 제외한 기본시급만을 기초로 산정했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은 “이들 수당은 통상임금에 속한다”며 “이를 반영해 계산한 시간급 통상임금을 기초로 각종 수당을 산정해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서울중앙지법도 지난달 8일 세 가지 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급여가 통상임금의 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는 급여의 성질에 따라 객관적으로 결정되는 것이지 노사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며 “회사와 삼화고속노조(이전 집행부)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 또는 임금협정에서 근속수당·교통비·CCTV수당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했다는 이유만으로 근속수당·교통비·CCTV수당이 급여의 객관적 성질과 상관없이 통상임금에 속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삼화고속지회는 "9일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10일 전면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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