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미 기자

“일본에 쓰나미가 덮쳤을 때 전력기술자들은 바닷물을 냉각수로 사용해서 폭발을 막자고 했습니다. 민영기업인 됴쿄전력은 손실이 생긴다는 이유로 바닷물 냉각을 포기했고 이것이 원자력 폭발과 엄청난 재앙으로 이어졌습니다.”

김영환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장은 29일 오후 국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공기업노조의 사회 책임’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정전사태를 거론하며 “공기업을 섣불리 민영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서는 시민·노동단체들과 KT새노조가 국회와 고용노동부에 KT의 낙하산 인사 문제와 KT계열사 노동인권 실태에 대한 특별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통신기업인 KT는 올해로 민영화 10년을 맞았다. KT는 지난해 매출 20조원, 영업이익 2조원의 성과를 거두는 등 매년 이익을 내고 있다.

하지만 민영화된 이후 명예퇴직으로 포장된 구조조정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KT노동인권센터에 따르면 2009년 5천992명이 명예퇴직한 이후 인력충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노동자들이 상당한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다. 2009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재직 중 사망한 직원이 25명에 달한다고 한다. 열악한 노동조건은 KT계열사 노동자들의 경우 더 심하다.

같은 시각 국회 국토해양위원회는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대한 국정감사를 벌였다. 이날 국감에서는 예상대로 국민주 공모방식의 인천공항 지분매각이 논란이 됐다. KT도 국민주 공모방식으로 민영화된 기업이다. KT의 현재 외국인 지분은 49%. KT는 지난해 당기순이익(1조1천719억원)의 절반인 5천862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이 가운데 외국인 배당이 무려 3천83억원이었다. 2009년에는 주주 배당금이 당기순이익의 94.2%나 됐다. "KT가 통신비를 못 내리는 진짜 이유는 외국인 주주 때문"이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다시 한전으로 돌아와 보자. 노동계는 이번 정전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2001년 단행된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꼽았다. 정부는 당시 한국전력공사를 5개의 화력발전회사와 1개 수력원자력회사·한국전력거래소·한국전력으로 분리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민영화와 맞닿아 있다. 2001년 민영화된 KT, 같은해 갈기갈기 찢어진 한국전력은 인천공항이 민영화됐을 경우 어떻게 될지를 보여 주는 자화상이다. 10년을 학습하고 똑같은 과오를 반복해야 할까. 공기업들의 공공성을 어떻게 회복할지 논의할 때도 됐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