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영업사원을 관리하는 매니저는 사용자일까, 노동자일까. 답은 "업무의 형태와 내용에 따라 달라진다"이다.

29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화섬노조 애보트코리아지회(지회장 이해강)는 최근 매니저의 노조가입 여부를 놓고 사측과 마찰을 빚고 있다. 지회는 매니저 역시 일반 조합원들과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조가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회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회사에 노조가 설립된 것은 지난 2008년 4월. 지회는 당시 설립신고를 하면서 구체적인 가입범위를 정하지 않았다. 애보트코리아는 외국계 제약사의 한국지사로 국내에 생산공장이 없다. 각종 의약품 수입 판매에 주력한다. 따라서 전체 직원의 상당수가 영업사원으로 구성돼 있다.

문제는 지회 설립 이후 40차례 이상 단체교섭이 진행됐지만 단 한 차례도 타결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매니저 노조가입 문제가 핵심쟁점이었다. 이와 관련해 이해강 지회장은 “영업사원과 매니저가 함께 영업현장을 방문하기도 한다”며 “매니저 역시 상급자에게 비슷한 업무지시를 받고 성과를 추궁당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영업사원과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회사는 매니저의 업무가 관리직 성격이 강해 노조가입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 교섭에서도 매니저 노조가입 문제가 쟁점이 됐고 결국 지회는 지난 7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지노위는 “고용노동부의 질의회신에 따르라”고 권고했다.

그러자 노동부는 이달 중순 “매니저를 사용자라고 본 회사의 의견에 근거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노조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가입이 허용될 수 있다”는 모호한 답을 내놓았다. 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 관계자는 “매니저의 업무가 일반영업직과 완전히 분리된 관리의 업무만을 맡고 있다면 사용자성이 강하다 할 수 있다”며 “정확한 판정을 위해선 실제 업무의 형태와 내용을 확인해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지회에 따르면 160여명의 영업사원 중 46명이 노조에 가입해 있다. 매니저는 1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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